최근 지인의 신차 구입을 위해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수입차 전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 좋은 차들이지만.. 딜러분들께서 차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실 때
개인적으로 한 순간에 발 길을 돌리게 만드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국산차에 대한 비하입니다.

"국산차는 접촉사고나도 휴지 조각처럼 다 구겨지는데, 이차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나도 튼튼해요"
"국산차들 3년만 되면 고장나기 시작하고 차 바꿔야되잖아요."
"국산차 철판이 얇아서 어쩌구 저쩌구.."
"국산차는 .... 국산차는... "
따위의 어이없는 얘기들 말고도,

특히 동급의 (동가격대가 아닌) 국산차보다도 훨씬 못한 품질의 직물 시트를 달고
있는 차종을 소개하며..
"국산차들 시트 탕 치면 먼지 풀풀 나죠? 이 차는 그런 시트가 아니구요..."
라고 할 때는 정말 당장 그 분 손을 끌고 나와 그보다 2천만원 싼 국산차를 태워주고 싶더군요.

물론 그런 이야기들 중에는 사실인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산차에 대한 심한 멸시 내지는 수입차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있다고 느껴지더군요.
exotic 한 것과 advanced 한 것은 다른 것인데, 마치 똑같거나 또는 더 못한 것도
수입차에 달려 있으면 마치 훨씬 진보적이기라도 하단 듯이..

물건을 파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세계적으로 한국차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마켓 쉐어와 같은 수치적으로는 아직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로 격차가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이젠 한국차가 더 나은 부분 혹은 객관적으로 동등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아직은 가격 면에서 동가격대의 한국차와( 특히 4천만원 전후의 차종의 경우 )
수입차 사이에 trade-off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비슷한 가격대의 tg와 c30을 비교해보자면,
원하는 차의 컨셉이 명확하지 않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단지 젊은 취향의 이쁜 디자인을 빼면 c30이 내세울 점은 거의 없지요.

수입차를 파는 사람들로서는 파는 차종의 컨셉을 명확히 하고,
그 가격을 주고 왜 그 차를 선택해야하는지를 좀 더 설득할 수 있으면 좋겠더군요.

수입차를 팔고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특히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한국차에 대한 근거없는 거부감을 많이 갖고 계신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한 번은 교포 출신의 관광 가이드가 관광버스에서 '미국에는 버스도 이렇게 오토로 만드는데
한국은 아직 기술이 딸려서 버스도 스틱으로 타지요?' 라는 발언을 했단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억울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오랜 유학시절부터 BMW를 타오신 주위의 어떤 분이,
(특정 매이커를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BMW 오너 분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소위 스포츠드라이빙을 좋아하신다며 '현대는 샥이 물러서 안된다'라고 하실 때,
물론 샥이 무르긴 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운동 성능이란 것이, 차가 가진 포텐셜이란 것이 단순히 샥의 무르고 단단함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현대가 과연 그렇게 형편없는 메이커일까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아서 그럴 때마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차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이 무조건 옹호해줄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제대로"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근에 너무나 국산차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방들이 난무하는데
저도 솔직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오해인지 알 수 없네요.

제가 엄청난 애국자이거나 한국차 애호가는 전혀 아닙니다만, 위에 말씀드린 대로
국산차 메이커들로선 가진만큼 "제대로" 알려지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
주변에서 자동차 얘기를 할 때마다 매번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결국 저 조차도 객관적이지 못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