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레이스 전까지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피트스톱(Pit Stop)은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훌륭한 드라이버는 누구일까?”
“가장 위험한 서킷은 어디일까?”
“운전석에서 본 레이스의 세계는 어떨까?”

여러분은 이런 질문에 대해서 대답할 수 있는가? 지난해 국내에 처음 상륙한 F1 그랑프리를 통해 어느 정도 관련지식을 익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F1이 모터스포츠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주말이면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경주가 수백 차례나 치러질 정도로 워낙 경기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한 가지 사례만 가지고 ‘이것이 바로 모터스포츠다’라고 얘기하며 궁금증을 제대로 해소시켜줄 수 없다. 이에 이 코너를 통해 그동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모터스포츠의 참모습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3∼4차례에 걸쳐 레이스의 기본 개념 정리를 한 뒤 주요 대회를 낱낱이 파헤쳐 볼 작정이다.

지구상에는 각기 다른 천태만상의 자동차 경기가 있다. 그것은 각 나라마다 자국의 여건에 맞는 경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자동차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Automobile, FIA)이 규정하고 분류하는 경기는 크게 포뮬러(Formula), 랠리(Rally), 투어링카(Touring Car)로 월드시리즈는 FIA가 관장을 하고 있다.

포뮬러는 ‘규격’, ‘규정’을 뜻하는 말로 포뮬러카는 동일한 규격의 차체, 엔진, 동력전달장치 등을 사용하는 경주전용차로 모양은 네 바퀴가 차체 밖으로 모두 드러난 1인용 시트이다.

레이스는 배기량에 따라 크게 5∼6등급으로 나뉘고, FIA가 관장하는 인터내셔널 경기와 각 나라마다 치르는 내셔널 경기를 합하면 수백 개의 포뮬러 경기가 있다. 포뮬러 경기의 최고봉은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F1 그랑프리이고 두 번째가 GP2, 그 다음이 F3, FBMW 또는 FRENAULT 등으로 나뉜다.

이 중 F1, GP2, F3 등이 인터내셔널 경기이고, 내셔널 경기는 FIA에 가맹한 국내 단체(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자동차경주협회다)가 독자적으로 만든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대개의 드라이버는 F3에서 GP2를 거쳐 꿈의 무대인 F1에 진출하게 된다.

먼저 자동차경주의 꽃인 포뮬러(Formula)에 대해 알아본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1906년 프랑스 그랑프리가 기원인 F1은 지난 1947년 FIA가 창설되고 F1 규칙이 만들어지면서 1950년 5월 최초의 세계선수권 그랑프리가 영국 실버스톤에서 9개팀으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은 12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경기일정은 매년 10월경 다음 연도 캘린더 중 개최일자, 개최국 및 새로운 규정과 함께 FIA에서 발표하고 이듬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각 팀들은 이 규정에 맞게 만들어진 머신으로 경기에 참가를 한다. 경기는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면서 연간 19∼20라운드가 치러지고 있다. 대회기간인 3월부터 11월 사이 9개월간 평균 3주에 한 차례 꼴로 쉬지 않고 레이스가 열리는 셈이다.

드라이버는 FIA가 인정하는 슈퍼 라이센스를 소지하고 있으며 보통 305km가 넘는 경주거리를 800마력 가량의 경주차로 질주한다. 이때의 최고시속은 350km, 평균시속 200km 이상 되며 드라이버즈(Drivers)와 컨스트럭터즈(Constructors) 2개 부문으로 나눠 점수경쟁을 벌인다. 점수는 매 경기마다 1위부터 10위까지 주어지는데 우승자에게 25점, 2위는 18점, 3위 15점, 4위 12점, 5위 10점, 6위 8점, 7위 6점, 8위 4점, 9위 2점, 10위에 1점이 주어진다.

F1에 참가하는 차는 엔진과 섀시, 연료와 윤활유까지 각각 제조사가 다른 다국적 경주차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레드불 섀시에다 르노 엔진으로 만들어졌거나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에다 맥라렌 섀시로 꾸미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경주에 사용되는 포뮬러카 개발․제작을 위해 윌리엄즈 코스워스, 맥라렌 벤츠 등 세계적인 팀들은 매 시즌마다 몇 백억씩의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세계모터스포츠연맹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포뮬러 경기를 치르는데 인디카(Indy Car) 시리즈가 미국형 F1이다. 오랫동안 미국 내에서만 치러지던 이 시리즈도 경기의 국제화를 시도하며 캐나다, 호주에 이어 96년 브라질, 98년부터는 일본에서 경기가 이루어졌다. 경기의 방식이나 경주차는 F1과 거의 비슷하지만 F1에서는 1988년부터 금지하고 있는 터보사용이 인디카에서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는 등 규격이 약간 다르다.

근래 들어서는 인디카에 분열현상이 생겨 1995년까지는 CART(Championship of Auto Racing Teams) 주관으로 1년에 16전 정도의 경기를 치렀으나 96년부터 CART의 PPG컵 시리즈 16경기와 CART에서 독립한 IRL(Indy Racing League)이 개최하는 IRL 시리즈 5경기로 나뉘어 치러졌다. CART는 이후 경주차의 애칭이었던 ‘챔프카’(Champ Car)의 높은 상표가치를 감안해 결국 ‘챔프카 월드시리즈’로 다시 한번 대회 타이틀을 바꿨다. 하지만 2008년에 챔프카와 IRL는 양대 시리즈를 통합하기로 했다. IRL이 통합 레이스의 운영책임자이고, 새 명칭은 인디카 시리즈(Indy Car Series)로 확정되었다.

인디 경주차는 V8 3,500cc 엔진을 얹어 1만300rpm 이상을 유지하면서 최고출력은 650마력에 이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하는 데는 단 2초가 소요되는 대단한 머신이다. 인디카 시리즈는 오벌(Oval) 트랙에서 절반 가량 레이스를 펼친다.

두 번째 단계인 GP2(Grand Prix 2)는 F1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리즈이다. N. 로즈버그, H. 코발라이넨, L. 해밀턴, N. 피케 주니어, N. 휠켄베르그, B. 세나, K. 나카지마 등이 GP2 출신이다. 그동안 F1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F3000 챔피언십의 뒤를 이은 종목으로 지난 2005년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 버니 에클레스톤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

차량은 배기량 4,000cc 이하 자연흡기식, 1만rpm 이하, 터보차저 금지, 8기통 이하이며 세라믹을 비롯한 첨단소재를 쓸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같이 F1과 머신규격은 크게 다르지만 경기와 포인트 계산방식 등은 흡사하기 때문에 보통 GP2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실력을 인정받으면 F1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가끔씩은 F1 테스트 드라이버와 GP2를 함께 뛰는 선수들도 있다. GP2 경기는 영국, 스페인, 모나코 등 유럽 내 경기장을 돌며 진행하고(1년 최소 8전, 최다 12전) 있다.

F3은 FIA 공인 포뮬러 레이스 중 세 번째 규격의 경기로서 차의 성능보다는 드라이버의 기량을 겨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GP2가 F1의 바탕이듯이 F3도 GP2로 진출하기 위한 드라이버들에게 중요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는 일본, 유럽 및 남미 각국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며, 각국에서 치러진 경기의 챔피언들이 1983년부터 F3로 격상된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매년 말 세계 챔피언을 가린다. 이후부터 마카오 그랑프리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F3 경주로서 A. 세나, M. 슈마허, D. 힐, D 쿨사드 등 많은 F1 레이서를 배출해 유럽 등에서도 인기가 높다.

엔진은 최근 1년간 2,500대 이상 생산된 차량 중 FIA에서 승인한 차량에 탑재된 엔진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배기량 2,000cc 이하 엔진으로 슈퍼차저는 금지하고 4기통까지 허용하며 2행정엔진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차체롤링을 최소화 하도록 고안된 모노 쇽크업소버 서스펜션을 쓰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 F1 그랑프리라면 기초단계 카트(KART) 레이스다. 유럽의 경우 카트에서 시작해 포뮬러 르노, F3, GP2를 거쳐 F1에 이른다. F1의 신화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A. 세나는 4살 때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카트가 그의 레이서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인 드라이버인 F1 선수들 대부분이 통과의례처럼 카트를 거쳤다.

카트는 지상고가 겨우 4cm에 불과해 언뜻 보면 땅바닥에 붙은 것 같지만 최고시속이 160km나 된다. 더욱이 체감속도는 일반승용차의 3배에 가깝기 때문에 F1 레이스 못지않은 스릴을 느낄 수 있어 카트는 자동차경주의 세계로 진입하는 출발점이라 불린다.

차체는 길이 180cm 이하, 너비 140cm로 가느다란 파이프 프레임구조이며 모터사이클에 쓰이는 공랭식 2기통 100cc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기어는 없고 액셀러레이터로 속도를 조절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레포츠로 카트 레이스가 폭넓게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트 경기장이 늘고 있다.

국제경기는 4월에서 7월 사이에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와 9월에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다. 주관단체는 FIA의 스포츠기구인 FISA 산하기구 국제카트위원회(CIK)이다.

다음 회에는 투어링카와 랠리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