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본의아니게 로드킬을 많이 목격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이제 갓 1년차 운전자인데다 대부분의 운행을 서울시내에서 하는지라 직접 경험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소 황당했던 기억들이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예전에 인천에 약속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평소같으면 경인고속도로를 타면 바로 양화대교앞으로 데려다주지만, 그날따라 네비양의 안내를 한귀로 흘려먹다가 낯선 길에 올라와서야 길을 잘못들었다는걸 깨달아버렸지요.

 

당연히 조금가다 유턴시킬 줄 알았던 네비가 그대로 쭉 직진하라는걸 보니 길이 있는것 같긴 하고... 무튼 서부간선도로로 연결되는 길이었습니다(아직 도로지리에 밝지 않은지라...).

 

꽤 잘닦인 간선도로였는데도 차량통행도 거의 없고(약 10km이상의 구간에서 대항차를 딱 두번 만났으니...), 가로등이 없는 구간도 길더군요. 모처럼 상향등까지 켜고 주행중이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던 어둠속에서 불과 10미터정도 전방에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1초도 안되는 사이에 그게 족제비 내지는 너구리의 일종이라는걸 인식하고, 정말 본능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습니다. 인간의 동체시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데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옆에 다른 차량이라도 있었거나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2차선 국도에서 대항차가 오고있었다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너구리(?)는 눈을 번뜩이며 저를 쳐다보다가, 제가 핸들을 꺾어서 차선 순간이동을 하는 순간에 고개를 돌려 제갈길을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인간녀석들 또 놀래켰군 ㅋㅋㅋ'하면서 비웃고 있었을 것 같은 생각에... 묘하게 분하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을 마주치면 피하지말고 그대로 받아버리는게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막상 실제로 닥치니 그런건 생각 안나고 핸들부터 꺾게 되더군요. 역시 본능쪽이 이성보다 빠르긴 한가봅니다.

(물론 그대로 치어버렸을때 범퍼가 박살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까지 생각을 했던걸 보면.... 이성도 만만찮게 빠른 모양입니다)

 

 

2.

비교적 최근에 동아리 MT차 청평쪽에 갔었습니다.

 

금-토, 토-일로 겹쳐있는 두 엠티에 모두 참석하려고 일부러 차를 가져갔었는데, 두번째 엠티장소가 장난이 아닙니다.

청평역에서 차로 20분정도 떨어진 곳인데,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도 걸어서 들어올만한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도착전 1km정도는 완전 비포장도로에 눈까지 쌓여있는 외길이라, 처음 들어갈땐 길을 잘못든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각설하고, 저녁거리를 사러 역전까지 나왔다가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 빠른속도가 아니어도 재밌게 달릴만한, 그리고 이틀동안 차를 딱 한대 마주친 한적한 도로였습니다. 친구들을 태우고 60km/h전후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참새 한무리가 딱 범퍼높이로 횡단을 하는겁니다. 깜짝 놀라서 급 속도를 줄였지요. 당연히 동승자들도 급깜놀... 마땅히 세울만한 곳도 여의치 않았고 또 닿는 느낌도 없어서 그대로 펜션까지 돌아왔습니다만,

 

내려서 확인해보니 범퍼 모서리에 선혈이 낭자해 있습니다(....)

버그킬이야 흔한 일이지만, 무려 버'드'킬이라니요... 비둘기도 한번 안치여봤거늘....

새와 부딪치는건 비행기뿐인 줄 알았는데, 별로 빠르지 않은 속도의 자동차도 날아가는 새를 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참새였으니 망정이지 좀 더 큰-이를테면 까치정도만 됐어도 차에도 손상이 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참새를 추모하면서 세차장에 갔는데 핏자국, 굉장히 안지워지더군요.

 

 

자주 국도길을 운행하시거나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는 분들도 로드킬과 관련된 경험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회원분들은 어떤 아찔한 경험이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