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곳은 포항이고, 처갓집은 부산이고, 본가는 인천인데다가 직업상 학회참가로 인해 고속도로 주행이 많습니다.

 

포항에서는 내륙의 어떤 지점으로 이동할 때 door-to-door로 따지면 교통수단에 상관없이 도달하는 시간이 거의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자니 탑승시간이나 도착시간이 애매하고, KTX를 타자니 동대구나 신경주역으로 나가야하고, 고속버스를 타느니 내 차를 몰고가는 일이 많지요.

 

이런 저런 연유로 고속도로를 많이 타다보니 차선에 대해 느낀 점이 있어 몇자 적어봅니다. 제 생각이 절대로 옳다는 것이 아니고요.

 

1. 일단 고속도로(정식명칭은 고속국도)는 편도 3차선이 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편도 2차선의 도로를 보면, 가장 마지막 차선은 주로 화물차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시속 100km가 안되게 달리는데다 거대한 덩치로 인해 승용차들이 그 뒤로 가기 싫어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봐줄 만 한데, 화물차가 다른 화물차를 추월하는 상황이 간혹 있는데, 두 화물차의 속도차는 분명히 있지만, 추월하는 화물차도 그리 빠른게 아니기 때문에, 뒤에는 교통 대란이 일어납니다.

 

2. 화물차가 없더라도, 보통의 운전자들이 차선 점유의 규칙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시속 100km라는 속도 제한을 지켜주는 것은 좋은데, 1차선과 2차선에서 간혹은 편도 4차선 도로에서도 1-4차선 모두 가로로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봅니다. 이렇게 모든 차선을 줄맞춰 진행하다보면, 뒤에는 역시 교통 대란이 일어납니다. 1차선은 분명히 추월 차선이고, 추월을 마친 후에는 2차선으로 빠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1차선에서의 정속주행은 제가 알기로는 "불법" 입니다.

 

3. 고속도로에서 정속으로 달리다보면 엔진도 트랜스미션도 스트레스 없이 부드럽게 달리는 속도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속도가 80km/h가 제일 좋긴한데, 고속도로에서 그럴 수도 없고 실제로 100km/h 근처에서 보면 어떤 차는 100km/h 어떤 차는 110km/h 정도가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각자의 차종에 따라 100 km/h 영역에서 부드럽게 달리게 되는데, 실제로는 이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군대에서 달리 듯이 똑같이 달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와질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먼저 앞차보다 내 차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면 그냥 1차선으로 나왔다가 추월한 후에 안전하게 2차선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앞차와의 속도차가 크지 않을 때인데,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현재 순항속도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차라리 약간 과속하고서라도 추월 작업을 수행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내 차의 속도를 줄여주는 겁니다. 다만, 앞차가 별 일도 없는데 계속 브레이크 밟으며 운전하는 초보라면 차라리 내가 추월하는 것이 낫습니다.  먼저 실제로 추월을 할 때에 100km/h로 2차선을 달리는 차량을 적절한 시간 내에 추월하려면 약 120km/h 이상은 달려야 합니다. 하필 추월해야하는데 과속단속 카메라라도 있으면 조금 난감하지요.

 

4. 문제는 역시 차선을 지키지 않는 데에서 나옵니다. 왜들 1차선에서 정속주행을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정차로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편도 4차선 도로에서는 1 추월차로, 2 승용 수행차로, 3 버스트럭 주행차로, 4 특수차로 입니다. 문제는 2차선이나 3차선인데, 3차선만 되어도 대충 짐작해서 달리는데, 2차선에서는 차종에 관계없이 2차선이 주행차로입니다. 그런데, 넓은 차선에서의 지정차로제를 2차선까지 연장하다보면 편도 2차선 도로에서 1차선은 승용차선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1차선은 추월차로입니다. 그래야 고속도로의 원래 목적에 맞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고속도로 지정체의 많은 원인이 차선을 잘못 이용하는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차선 운행 규칙을 매우 단순하게 하는 겁니다. 즉, 독일 아우토반의 규칙처럼 고속국도를 포함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1. 모든 차량은 가장 오른쪽 차선부터 채워야 하면 그보다 상위 차선은 추월할 때에만 이용한다.

2. 자신보다 빠르게 달리는 차가 같은 차선의 후방에서 다가오면 우측 차선으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제가 독일 아우토반에서 차를 몰아보지는 않았지만, 아우토반을 택시를 타고 달려보니,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포장상태도 크게 나쁘지는 않아보입니다. 만약 위의 사항을 꾸준한 계몽을 통해 주지시킨다면 독일처럼 속도제한없이(?) 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편도 3-4차선 고속도로라면 도로는 자연스럽게 1차선은 씽씽 달리고 2차선은 정속주행하고, 3-4차선은 대형 차량들만 달릴 겁니다. 편도 2차선이라면 특별히 차량이 많이 않다면, 모두 2차선을 정속주행하고, 간혹 1차선을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이 있겠지요.

 

그런데, 그냥 계몽만 해서는 안되고 단속도 해야 한다면 고속도로 순찰차가 다니면서 1차선을 정속주행하는 차량도 교통흐름을 방해한 죄목(?)으로 딱지를 떼는 겁니다. 물론, 여러 안전상의 이유로 속도제한없는 고속도로를 만들긴 쉽지 않겠지만 과속단속 카메라도 1차선에서는 20km/h 정도까지 과속은 봐 주는 등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고, 운전자들의 심리도 나름 추측해보니 나온 결론입니다. 규칙이 단순해야 지키기 쉽습니다.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