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의전행사 운전에 관한 글을 썼을 때 의외로 많은 댓글과 반응이 놀랐습니다.

바퀴 네 개가 달린 자동차이지만 저마다 보는 시각과 즐기는 재미가 다르기에,

그런 다양함이 주는 신선한 효과라 받아들였습니다.

 

 

십수년간 직업적으로 몸을 담고, 흔히 말하는 기사직을 하시는 분들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저 역시도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잘 한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유난히 관심있게 지켜보게 됩니다.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정장 두 벌, 다려놓은 와이셔츠 7벌, 구두 2켤레, 넥타이 10개는 꼭 옷장 한 켠에 모셔놓습니다 ㅎㅎ)

 

 

한국시각으로 오늘(10일)부터 베를린 영화제가 시작이더군요.

지난 주말에 잠시 베를린에 다녀왔는데 벌써부터 영화제 홍보와 더불어

관련 스폰서 회사들의 광고가 여기저기 즐비했습니다.

몇 년 동안 폭스바겐에서 차량 지원을 했었는데 올해는 BMW로 바뀌었더군요.

'렌터카 업체에 남아있는 대형 세단은 하나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구글맵을 이용해서,

포르셰 라이프찌히 공장의 위성사진을 좀 잘라서 썼습니다 ㅎㅎ

빨간색과 검은색이 즐비한 cayenne 출고 대기차량이 있었는데 그 중에 몇 대만 잘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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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고속도로는 대게 3차로인데 위의 사진처럼 나홀로 2차로 주행하다가 걸리면 혼납니다. 하위차로가 비어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하위 차로가 비어있으면 재깍재깍 들어가 주는 것이 서로에게 편합니다.

아직까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도 120km/h로 유유자적 운전하시는 분들 꼭 있더군요.

그러면 140km/h로 제가 추월해서 깜빡이 계속 켜고 3차로에 진입합니다. (참고로 제 차의 한계속도는 16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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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려야 하는거죠 ㅎㅎㅎ

상대방이 알아듣던 말던, 혼자 열심히 계도를 하면 속상할만도 한데

가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불특정다수가 동참해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서로 씨익~ 웃으면서 지나가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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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는 추월차로. 그러니까 내 앞을 비켜라" 하면서 상향등을 켜는 운전자도 아주 가끔 있습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뉴스에서 계속 언급되었던 내용이고 벌금과 벌점이 가혹할만큼 상향조정되어서

모두가 알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런걸 개의치 않는 인간도 아주 아주 가끔 있습니다.

차량에 블랙박스 카메라를 설치해서 경찰에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태우고 가던 엄마가 놀란 나머지, 모두 사망했던 끔찍했던 경우가 있었거든요.

 

 

고속도로에서 이런 저런 상황을 보다가 '차량도 다양하지만 운전하는 것도 참 다양들 하시다'라고 생각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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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옆에 이 차가 스으윽~ 지나갑니다.

(모델명은 없지만 롱버젼인 것으로 봐서 S350 혹은 S500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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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에 이 차가 줄기차게 쫓아갑니다.

(화물형 밴은 vito, 상기의 승용 모델은 viano입니다)

 

번호판을 보니 다임러 벤츠의 본사가 있는, S로 시작되는 Stuttgart 지역이었고

차량 고유 번호는 XX1234라는 걸로 봐서 회사 차량(업무용 차량)으로 짐작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 대형 렌터카 업체는 없고.. 차량 고유번호가 6자리인 것으로 봐서는 대기업인데..

둘 다 검은색에 메르체데스.. 차량 외관 아주 깨끗함.. 다임러 벤츠社 의전용 차량이다!!!'

라는 직감이 뇌리를 스치면서 저도 모르게 그들을 쫓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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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전용 밴은 VW multivan highline이 최고입니다.

이 차량 역시 화물용은 transporter 혹은 T5가 있지만, 물티밴(Multivan)은 최고급 사양입니다.

엔진부터 실내까지 완전 차별화된 모델로 경험상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밴이었습니다.

(타 회사들의 밴을 탔던 고객들은 짐차를 타는 기분이라며 내릴 때 투덜거렸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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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w multivan의 실내는 이렇게도 가능하니 VIP 접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다만 뒷좌석에 앉은 고객이 운전사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할 때에는 거리가 멀어

다소 목청이 커져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구요 ㅋㅋㅋ

 

 

 

아무튼..

제 앞을 달리던 S클래스와 vito는 140km/h로 꾸준히 달렸습니다.

수행원을 태운 밴이 따라온다면 250km/h를 낼 수 있는 S클래스도 나름 천천히 달립니다.

안전상의 이유도 그렇지만 가까스로 160-170을 달리는 밴의 상태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아도 밥을 먹고 곧장 출발한터라 살짝 졸리기도 했는데

그들의 뒤를 쫓아가자니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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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글로도 썼지만 의전 행사에 1호차와 수행원 차가 동시에 주행할 경우 이렇게 다닙니다.

1호차의 운전자는 수시로 왼쪽 사이드미러로 뒷차를 확인해야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앞을 달리던 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호차인 s클래스만 오른쪽으로 열심히 붙어달리고,

뒤따라오는 수행차량 viano는 왔다갔다 자기 마음대로 달리더라구요.

두 운전자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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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려야 1호차가 상위 차로로 추월을 요구할 때,

뒤따라오는 수행원 차량이 먼저 방향지시등을 켜고 자리를 선점해둡니다.

둘 사이에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면, 2호차가 깜빡이를 켜자마자 1호차를 상위차로로 진입하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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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이 끝난 후에는 1호차가 먼저 방향지시등을 켜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2호차 운전자가 친절하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ㅋ

(제 앞에 달리던 그들도.. 1호차가 먼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그들과 같이 달리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마지막에는 그 1호차의 '차선막이 수행'을 제가 하고 있더라구요 ㅠ.ㅠ

140으로 정속주행하던 그들을 막판에 160km/h로 추월하고(속도 무제한 구간입니다) 지나가는 순간

1호차 운전자가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평상시같으면 운전 중에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겠지만

며칠 전에 손을 좀 다친 이유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네요.

 

 

매번 즐기면서 하던 일이었는데, 남이 하는 것을 보니 '잘 하네 못 하네'가 보여서 좀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뭐.. 저 역시도 약 2달 뒤에 또 의전행사 운전을 할 것 같은데.. 그 때는 1호차를 할 지, 5호차를 할 지..

벌써부터 약간 기대가 됩니다 ^^

 

 

 

안전 운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