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실적인 여건은 모르겠고 신차들을 쑥쑥 잘 뽑는 걸 보면 많은 생각들이 들더군요.

내가 남자로서 배짱이 없는 건가, 현실적인 건가.

넉넉한 수입에 절대 변수가 없는 여건이라면 당연히 신차를 타고 다녀도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수입에 맞게, 만일의 변수까지 고려해서 차를 운용하는게 답일 것입니다.

 

제 경우는, 취업 후 매매상의 값싼 중고차를 샀다가 타이어 교체비, 밀리는 브레이크 수리,

잘라서 개조한 연료라인 원복, 다 털려서 흔들거리는 하체와 조향계통 수리 외 예방정비 등...

연식 오랜 차를 사니, 아무리 아껴도 대당 300~400만원씩은 들어가더군요.

소소한 튜닝도 물론 하긴 했지만, 사제휠 인치업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헌데, 이렇게 수리해놔도 차대 틀어져서 또 고장나고 부식되어 부스러지니 답이 안 나왔고

결국 이렇게 수리비 질질 새느니 차라리 신차를 할부로 사자고 판단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것도 결국 매월 몇십만원씩 몇 년간 고정적인 지출이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할부금을 납입하며 타고 있었건만, 연이은 추돌피해 사고로 차가 망가지니

일반보증이 만료되어 가는 시점에서 더 이상 할부금을 납입하며 잔고장 Risk를 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중도 매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차가 생필품인 여건에서 도저히 뚜벅이로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신차를 구매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결국 다시 중고차 뿐이었습니다.

 

매매상사에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일시불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매물들은

근거리 이동용으로는 별 문제 없이 그대로 타고 다녀도 대부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되었지만,

저 처럼 차 한 대를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전천후로 장거리 고속주행까지 커버하며 사용하기에는

초기 트러블 수리와 더 큰 연쇄 트러블을 막기 위한 예방정비간 적지 않은 비용 지출이 발생될거라는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재생 부품을 쓰더라도 하체 쪽은 공임 부분이 상당히 크더군요.

 

당장 과거차 수리비 지출 규모만 보더라도 국산차에 어지간한 수입 중고차 수준의 비용이 들어갔고,

다소 과잉정비인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노화되고 관리 안 되어 녹슬고 터진 곳을 그대로 두고

중장거리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며,

실제로도 식겁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군다나 가족이 함꼐 타는 차의 무보수 사용은 검토할 수 없었습니다.

 

그려면 이렇든 저렇든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될 것인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답은, 내가 이력을 잘 알고 있고 전 차주가 아는 사람일 수록 비용 Risk는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확실한 선택지가 있었고, 결국 그 차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순정 상태는 아니었지만, 손 댄 부분은 확실하게 마무리되어 있었기에 지금까지 트러블은 없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낮은 차고와, 삶의 반려자를 찾는데에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풀배기 시스템의 배기음을 수정하는 등의 부수적인 부분만큼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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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신 외관 입니다. 도장면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아도, 도색을 요할 정도는 아닙니다.

자질구레한 스티커나 이상한 조명, 덕트 등 외관을 해칠만한 요소는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테드 여러분들은 어때보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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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앞쪽은 좌우가 반대로 된 오펠 엠블럼에 뒤쪽은 익시온 엠블럼이 붙어있고 차명 등은 떨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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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차에 정체불명의 엠블럼만 붙어있는 것은 제 취향상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어서

원래 제조사 로고 및 차명, 트림명의 엠블럼을 사다가 순정 위치에 부착을 했고,

거기에 원래는 없던 2.0 엠블럼만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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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뷰 입니다.

순정과 다른 점이라면, 휠이 원래의 방패 형상의 15인치에서 스카이라인 R34 GT-S용 순정휠로 인치업 되었고,

앞쪽 XG 2P 캘리퍼에 12인치 타공 디스크, 리어 디스크 확장, 그리고 어마어마한 로워링 정도입니다.

순정의 빈약한 모습보다는 이게 훨씬 나아보이는 것은 물론, 순정 휠과 서스펜션으로 원복하는 건

비용이 적잖이 발생되면서 성능과 안전성에서 확실하게 마이너스가 되므로 차고를 좀 더 올리는 것 외에는

아예 손대지 않으려 합니다. 휠이 좀 많이 무거운게 흠이지만, 포트홀 직격을 맞아도 끄덕없는 내구성 떄문에

다른 경량휠이나 순정으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순정 15인치 휠로도 망가진 적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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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입니다.

사제 스티어링휠이든 게이지든 실내조차도 미관을 해칠만한 물건은 전혀 달려있지 않습니다.

하이패스와 블랙박스 외, 제가 필요해서 달아놓은 컵홀더와 핸드폰 홀더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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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캐치 주변 패널의 카본 시트지 외에는 순정 그대로이며, 순정 천연가죽(!) 시트의 상태도 17년 묵은 것 치고는

상태가 쌩쌩합니다. 바닥의 매트는 오래되어 냄새가 나서 최근에 교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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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 입니다.

조절식 헤드레스트도 없이 오랜 느낌이지만, 착좌감이 매우 편안하고 생각 외로 체감 공간이 그리 좁지도 않습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이는 방석 아래로는 검정색 센터바가 지나가고 있는데, 방석 아래부분에 딱 붙어서 지나가고 있어서

전혀 거슬림이 없는 상태입니다.

 

차를 타면서, 전 차주 분이 여러 모로 굉장히 신중하게 정성껏 손을 대었다는 걸 항상 느끼며 감사하게 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족하며 타고 있지만...

주위 사람들이 제게 얘기해주는 내용은 이러하네요.

 

- 차를 보고 다가오는 사람은 만나지 마라.

- 그런데, 사실은 초면인 이상 겉모습을 보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 것도 감안은 해야 한다.

- 그렇게 겉모습을 볼 때, 요즘 신차 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오래된 차가 비교되는 점은 불리한게 사실이다.

- 건전한 여자라도 소음 등의 이유로 튜닝카를 안 좋아하는 건 일반적이고, 배기음은 불쾌할 정도는 된다.

- 냉정하게 현실을 말하자면, 이 차로 첫 관문 통과부터가 쉽지는 않을거다. 결혼적령기의 연애는 현실이다.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겉모습 좋아보이려고 신차를 샀다간 결혼 후 초기에 그 할부금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텐데.

구두쇠라서도 아니고, 겁쟁이라서도 아닙니다.

첫 만남의 좋은 느낌도 좋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한 그 이후 몇 년간의 적지 않은 할부금이라는 건

제 가치관과 사고방식으로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고 싶지가 않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걸요. ㅠ.ㅠ

 

조용히 엘리사 순정쇽과 적당한 스프링, 그리고 최대한 저비용으로 배기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