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장장 닷새동안의 연휴를 보내고 나니 허탈감이 밀려오지만 밀린 업무들로 인해 추억을 더듬을 여유조차 허락받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작년에도 5월초에 하루 휴가만으로 얻은 5일간의 방학으로 STi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던 즐거운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말에도, 연휴에도 그리고 심지어 휴가에도 가족 모두가 몇일씩 여행을 가는 것이 어렵게 변해 버렸습니다.
공교육의 실패와 점점 더 거세지는 사교육 열풍으로 주말에도, 방학에도 아이들은 쉴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니 엄마도 따라서 묶이게 되고... 자유로운건 저 뿐입니다.

우리집 사정이 좀 특이한건가? 하고 주위의 비슷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같은 처지입니다.
다만... 마나님의 취향이 조금씩 다를 뿐... 가두리 양식이냐, 아니면 방목이냐...

이번에도 제주도에 갈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낮은 차로는 아무래도 배에 타고 내리는게 힘들것 같고... 또 주말 이틀은 비도 온다고 하고...
덕분에 아이들과 영화도 보고, 늦잠도 실컷 자고, 집사람과 얼굴 맞대고 나란히 앉아서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미드도 보고...

월요일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달콤한 늦잠을 즐기는 마나님을 위하여 무작정 길을 나섰는데, 24번 국도를 따라 출발하여 밀양, 부곡, 의령, 진주, 사천을 거쳐 남해도 해안선을 즐기고 돌아 왔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시간에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할 풍경을 만끽하며 즐기는 오픈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큽니다.




공군 교육 사령부가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사천 비행장을 지나면서...


뭍에서 섬으로 넘어가는 다리에서 잠시 쉬면서 기념(?) 촬영을 했지요.


날도 좋고 마음도 가벼우니 단순 무식한 철골 구조물도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갯벌 처험의 현장!  하긴... 제주도엔 해녀 체험도 있었습니다.


남해도에 있는 독일마을에 들려서 잠시 구경을 했는데, 관광객들로 인해 사시는 분들이 많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 독립시키고 나서 아내와 둘이서 이런 곳에서 여생을 즐길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대부분의 집들이 개성이 있는 디자인과 주위의 경관에 잘 어울리는 그림같은 동네였는데, 워낙 경사진 산중턱에 마을이 있다 보니 마당에서 공차다가 굴러 내려가면 차타고 공 주으러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속이 확 트일만한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축복에 대한 감사도 들었지만 과연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건지에 대한 회의도 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찍은 자리에서 뒤로 돌면서 발견한 숲속의 쓰레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못쓰게된 TV를 꼭 이곳까지 가져와서 버려야 했을까요?  혹시... 이삿짐 트럭에서 굴러 떨어진걸까요?


모퉁이에 숨어서 누구를 깜짝 놀래켜 주려고 하는것 같지요?   우~~웍!


상주 해수욕장 그늘에서 잠시 더위를 식혔습니다.


벌써 물 속으로 뛰어든 학생들도 있네요.




우연챦게 지나다가 발견한 건물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산이 조금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 분위기를 엘리스와 어울리도록 해 보려고 이리 저리 카메라들 디밀어 보았는데 영 신통치 않습니다.


뭔가 멋진(약간은 촌시런 면도 없진 않지만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죠?) 구조물이 있어서 가 봤더니...배 모양의 화장실 입니다.


한 때 집사람과 즐겨 봤던 드라마 (제목이 뭐였더라...) 촬영 무대였던 힐튼 리조트에도 가 봤습니다.
사진만 몇 장 찍고 왔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또 다른 의미를 두실 만한 멋진 곳 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의 역순입니다.  고속도로 보다는 한적한 시골길과 굽이굽이 정겨운 산길을 좋아하기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어떤 길을 달릴까를 생각하다 보니, 집에서 나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까지 12시간이 넘게 운전을 하곤 하지만... 늘 집으로 돌아갈때는 집과 점점 가까와 질수록 아쉬움도 커져 갑니다.






아내와 함께였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는데...
어서 애들을 장가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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