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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찍어 보고싶었지만 여태까지 귀찮아서 찍지 않았던 사진을 다들 올리시는 분위기를 핑계삼아 찍어봤습니다

 

06년 매그너스, 99년 CLK320 컨버터블, 04년식 A4 1.8 콰트로 수동입니다.

아버지가 타시는 임팔라 3.6이 한 대 더 있는데, 사진 찍을 때 마침 부재중이었습니다.

또 CLK는 몰래 산 차입니다ㅋㅋㅋㅋ 제가 이 차를 가지고 있는 걸 집에선 몰라요.

들킬까봐 항상 저 머얼~리 세워두어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날을 잡았습니다.

 

L6, V6 두 대, L4 터보라는 다소 이상한 조합인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되었습니다 ㅡㅡ;;

CLK를 가져오며 나도 이제 6기통을 가질거얌! 했는데 매그너스가 6기통인 걸 까먹고 있었어요.....

 

원래는 알페온과 매그너스, A4의 조합이었다가 매그너스 매각을 고려하던 중 A4로 사고를 냈습니다.

당시 차가 없으면 출근을 못 하는 상황이어서 매그너스를 제가 계속 타게 되었고, A4 수리엔 1년 반이 걸렸습니다.

 

처음엔 출렁출렁하고 흔들흔들하는 매그너스가 정말 무서웠는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습니다.

그리고 타다 보니, 매그너스 진짜 좋은 차더라구요. 왜 당시 판매량이 그모양이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최고급형 풀옵션이라 옵션도 좋은 편입니다. 사이드브레이크가 잠겨있거나, 문이 열린 채로 출발할 경우 무려 음성안내를 지원합니다.

 

열심히 타다가 헤드가 나갔고, 두 번째 폐차 위기가 왔지만 엔진 보링까지 하면서 살려냈습니다.

지금도 아우디보다 매그너스를 더 많이 타고 다니고, 아버지도 근처 나가실 땐 매그너스를 쓰십니다.

주말엔 늦게 일어나면 탈 수가 없어요...

부담없이 굴리는 이동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맞는건데.. 왜 우리는 차를 모시고 살까요ㅋㅋㅋㅋ

 

A4가 공장에서 나온 뒤 허탈감이 찾아왔습니다.

나이 든 독일차 컨디션 회복이라는게 물론 끝이 없지만, 거의 복원 수준으로 컨디션을 올려놓으니 맥이 풀리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굳이 안 해도 되는 작업을 벌리려고 하고 있고, 내가 차를 조종하는지 차가 나를 조종하는지 모를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때 느꼈어요. 아. 이 길고 길었던 정비의 과정이 나한텐 취미였구나. 라는 걸요.

그래서 A4를 팔고 다른 똥차를 가져와볼까라는 고민도 해 봤는데, 이 차 팔면 무조건 후회할 것 같았고, 이미 수리비가 어마무시하게 들어간 터라 그냥 안고 죽기로 했습니다.

 

싸구려 똥차 한 대 더 줏어와서 자가정비도 배울 겸 지지고 볶다가 고쳐지면 타고 아니면 누르지 뭐. 라는 생각으로 250만원 들고 차를 찾아 다녔습니다.

조건은 딱 두개였어요.

1. 세단이 아닐 것.

2. 세단이라면 벤츠일 것.

그러던 어느 날, 목적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공매차량 보관소로 차를 보러 갔다가 그날 들어왔던 저 차를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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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찍은 사진이네요.

 

싱글암 와이퍼,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W210 디자인, 게다가 컨버터블..

그때부터 목표는 250만원짜리 벤츠를 사자가 아니라, CLK를 사자로 변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매물이 없었어요.

CLK 2세대는 싫고, 1세대만 찾아다녔는데 이제 국내에 많이 안 남았더라구요. 특히 컨버터블은 더 없구요.

230은 찾다 보니 몇 대 걸렸는데 더 이상 4기통과 과급기의 조합은 타고 싶지 않았습니다.

430도 한 대 있었는데, 차 값이 예산범위를 아득히 초과했고 '조금씩 고쳐가며 타자' 란 목적에 맞지 않았습니다.

 

차량이 수배가 안 되길래, 다시 공매차량 보관소를 찾아 저 차가 230인지 320인지 확인했습니다.

마침 320이었고, 차 못 구하면 입찰 넣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관할 시청 홈페이지 징수과 게시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만에 공고가 떴습니다.

그동안 다른 320은 매물조차 찾질 못했구요....

 

 

원래 공매차량은 입찰 공고가 떠야 차 키를 내주고, 실물 확인이 가능합니다.

근데 전 그 전에 담당자가 실수로 키를 내 줘서 빠른 주행거리 및 차대번호 확인을 할 수 있었어요.

 

이 차 주행거리는 무려 35만입니다.

공매를 기다리는 동안 곰곰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차 번호로 조회해 보니 일본에서 판매되어 2001년에 국내로 넘어왔고, 2003년부터 작년까지 쭉 법인 소유 차량이었습니다. 원래 낡은 차 볼 때 주행거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스타일이라 14년째 명의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법인도 하필 건설회사라 주행거리가 충분히 이해됐거든요.

그리고 1인소유 35만은 기본적인 정비를 하지 않고서는 굴릴 수 없는 주행거리라 주인 자주 바뀐 15만, 20만짜리 차들보다 훨씬 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중고차 살 때도 차 키 하나 받는 경우가 태반인데 압류로 끌려온 주제에 키가 두개고, 차 안에는 매뉴얼과 올해 5월의 수리 견적서, 자동차등록증까지 모두 있었습니다.

후기형이었음 더욱 좋았을 텐데, 그것까지 굽히지 않으면 차 못 사겠다는 생각에 내려두었어요.

그리고 특이하게 쟤는 캔버스탑이 파란색입니다.

 

최소한의 관리는 한 것 같고, 나름 전 주인이 아끼면서 탄 차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예산에서 70만원 정도 오버해서 입찰가를 내고 결국 낙찰받아왔습니다.

 

집어와서 찬찬히 보니 생각보다도 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에어컨 필터 교환하려고 열었다가 새 필터가 들어가 있어서 사온 거 반품했을 정도로..

그리고 센터관리를 받았는지 35만을 탄 차에 들어간 부품들이 벨트 하나조차 죄다 벤츠마크가 박혀있습니다.  

근데 주행거리와 연식에 따른 하부 녹이나, 모델 자체의 고질병들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이 차에 들어가는 정비비용은 한 달에 딱 20만원입니다. 당연히 20만원을 정확히 맞추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30만원을 넘기지는 않아요.

 

이 차를 끝내면 분명 또 다른 차를 집어올겁니다. 제 자신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취미생활을 최대한 오래 즐길 수 있게 일부러 한도를 걸어 뒀습니다.

당연히 수리해야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또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딱 만족스러운 수준이에요.

처음엔 대충 부품 싼거 넣고 대충 고쳐서 대충 타려고 했는데,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막상 제일 싼 묻지마 부품들을 주문하려니 손이 덜덜 떨립니다.

그래서 정품 혹은 OEM, 그게 아니라면 확실한 브랜드의 애프터 제품들로만 오더하고 있는데, 그래서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 같아요.

 

깨작깨작 부품만 갈아봤자 공임만 이중 삼중으로 날린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고, 한 방에 엔진 내리고 시작하려고 부품만 사 모으고 있습니다.

엔진은 어쩔 수 없이 맡겨서 내려야겠지만, 이 차 수리하며 자가정비를 익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좋은 날, 뚜껑이라도 한 번 열어봐야되지 않겠나 싶어 지난 주엔 직접 탑 수리를 했구요.

구동계통 컨디션부터 올리고 실내외관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항상 지하주차장에만 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방전관리차 동네 한 바퀴씩만 도는데 이게 또 참 재미지네요.

 

벤츠를 끝내면.. 이제 BMW를 집어오겠죠..

세단과 컨버터블이 있으니 분명 왜건을 찾을 겁니다. 제가 SUV는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 날을 가급적이면 늦게 오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CLK를 들인 순간 A4는 고칠 게 없는 완벽한 차가 되었습니다.

정비의 굴레에서 고통받으시는 분들, 더 수리가 필요한 다른 차를 들이세요. 한방에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