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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연말연시에 왠지 마음도 심란해지고, 생각할 것도 많아져 훌쩍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해안 따라 코스부터,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강원 내륙까지 돌아보고 왔습니다.


EF S를 타고 갈 지, 540i를 타고 갈 지 고민 끝에 차와 친해지기 위해 후자를 택했는데, 덕분에 후회없이 즐거운 여행이 됐네요.


아직 사공이의 차량 컨디션을 100% 파악하지 못해, 장거리 여행이 괜찮을 지 출발부터 걱정됐지만, 다행히 별 트러블 없이 닷새 간 1,000km가 조금 넘는 여정을 완수하고 왔습니다.


셀카를 안 좋아하다 보니 사진이 대부분 자동차 사진이네요. 마음에 드는 풍경 몇 장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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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에서 첫 날 밤을 보낸 뒤, 가까운 한계령을 찾아 일출을 맞이했습니다. 이름처럼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한계령에서, 산등성이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를 보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2016년 해돋이는 못 봤지만, 연말 해돋이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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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내려오는 길... 해가 일단 떠오른 뒤에는 금방 밝아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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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아니랄까봐, 속초로 내려오자마자 세차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진 모델이 차 뿐인데, 차가 너무 더러우니 좀처럼 사진 찍을 맛이 안 난달까요. 멀리까지 와서 3시간 가까이 차를 닦는 모습이 퍽 웃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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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마을 해변가는 작년 봄, YF 터보로 와서 사진을 찍었던 곳이기도 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같은 위치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는데, 문득 어딘가의 폐차장에서 부활하고 있을(?) 옛 친구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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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오면, 백두대간에 해가 일찍 걸려버려 좀처럼 붉은 노을을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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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는 대관령에 올라 목장에 다녀오고(전형적인 동해안 관광코스네요 ㅎㅎ), 풍차에 미련이 남아 옛길의 대관령 휴게소에 들러 사진도 남겼습니다.


여름에는 차가 바글바글했는데, 겨울 평일에는 한적해서 민폐 끼치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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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방풍림... 소나무가 멋져서 잠시 세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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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으로 넘어와 친구를 만나고, 삼척 해변에서 아침햇살에 기대 몇 장 담았습니다.

테트라포드 배경으로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장소가 있어서 바로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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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에는 강원 내륙을 돌아 서울 쪽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태백에는 철길건널목이 많지만, 눈에 띄었던 것은 구배길을 오르는 길에 만난 스위치백 철로입니다.

지리 시간에나 들었던 스위치백이라는 단어를 만난 것이 정말 반가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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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철암동의 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을 그대로 박제해놓은 듯한 공간입니다. 이제 탄광도시는 빛 바랜 영광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길 건너의 선탄장에서는 석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탄 작업으로 분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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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행선지는 친구의 추천으로 간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일명 바람의 언덕! 오르는 길이 좁고 험해서 꽤 고생했습니다만,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탁 트인 풍경과 따사로운 햇볕 덕분에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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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바람 한 점 없고 따뜻해, 외투도 벗어두고 한참을 앉아있다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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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는 짧기에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정선의 삼탄 아트마인은 폐광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미술관입니다. 내부에는 미술작품도 전시돼있고, 또 옛 탄광의 설비를 활용한 작품이나 탄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어,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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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간 곳은 함백로라는, 이름 없는 와인딩 로드였습니다. 지도만 보고 무작정 찾아갔는데,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도로를 만나 6km 남짓의 길을 지나는 데에 1시간이나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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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내지 않고, 천천히 길을 감상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1시간 여동안 만난 차는 고작 2대 뿐... 왜 이런 인적없는 곳에 이렇게 좋은 길이 있지? 싶을 정도로 놓은 노면상태며, 앞뒤로 펼쳐진 풍광이 정말 근사하더군요.


가을에는 이 나무들이 모두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것 같던데, 다른 계절에도 꼭 다시 와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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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로를 지나 영월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함백역이라는, 작은 간이역이 있습니다. 사용되지 않아 철거됐다가, 역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세워진 역이라고 합니다.


자동차도 시간이 지나면 쉬 잊혀지거나 버려지기 마련이지만, 오래된 차들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기에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39 오너분들 중에는 젊은 시절의 드림카였던 이 차를 간직하고자 인수해 각고의 노력으로 복원하는 분들이 많아, 새삼스레 간이역처럼 지켜주고자 하는 분들의 열정이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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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영월을 지나 원주에서 지인을 만나고, 수원에서 업무를 본 뒤 일산에 가서 전시를 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그야말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집 근처 주유소에서 트립을 리셋했는데, 집 주차장에 도착하니 딱 650마일을 찍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환산해보면 대략 1,050km 가량 달린 셈입니다.


요즘 휘발유값이 많이 내리고, 트립연비 대비 실연비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예상보다는 저렴한 유류비로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음 내키는대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젊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휙 다녀온 여행인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은 것 같아 뿌듯하게 새해를 시작합니다.


테드 회원님들도 모쪼록 새해에 염원하시는 바 이루시고, 애마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으시길 기원하며, 쓸데없이 긴 글 마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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