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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의 원흉은 이녀석이었습니다.

여름방학동안 친구가 제게 키를 맡겨두었던 96년식 엘란.

 

용인 번개때 차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차의 상태는 한마디로 최악이었습니다.

차 전체를 통틀어 멀쩡한 부분을 찾기가 힘든 지경이었다고 할까요.

 

눈에 보이는 부분들 위주로 틈틈이 손봐주다가 개강과 동시에 저는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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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다시 만난 제타는 그 모습 그대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엘란은 비록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나름대로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차종이었습니다만...

제타는 아니었던거죠.

 

코라도 폐차 이후 지난 일년동안 꾹꾹 참아온 '재미난 차'에 대한 욕심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000 미만으로도 살 수 있는 초기형 미아타를 한대 더 들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한달 가까이 틈만나면 중고차 매물을 검색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녀석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제대로 된 차들은 적어도 $2,500 이상은 있어야 겠더군요.

 

 

결국..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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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석구석 세차도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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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 검사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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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에게 키를 넘기고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여태껏 3대의 차를 개인 직거래로만 팔아봤는데,

이상하게 제가 파는 차들은 올리기만 하면 금방 팔려버리네요. 3일을 넘겨본적이 없습니다.

 

처음 살때부터 왠지모르게 정이 안가던 녀석이었지만 갑자기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오늘따라 왠지 더 멋져 보이는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차를 넘겨주고는 트렁크에 싣고갔던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계속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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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식 Boxster.

초기형 2.5L 200마력의 가장 힘 없는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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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구석구석 세차를 해주니 이제야 좀 봐줄만 하네요.

컨버터블 뒷 비닐창이 좀 불투명 해진것을 제외하면 외관은 아주 깨끗합니다.

 

실내도 13년된 차 치고는 아주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운전석 시트 옆구리 부분이 아주 심하게 뜯겨 있었는데 헝그리하게 마스킹테이프로 일단 수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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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도 갈아줬습니다.

 

F선까지 채우려니 무려 아홉통(!) 이나 들어가더군요.

미국이 엔진오일이 좀 더 저렴해서 다행입니다.  

 

오일 한방울 안새고 아주 깨끗한 하체를 보니 그나마 좀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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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바닷가에 다녀왔습니다.

타이어가 거의 다되가서 살살 다녀왔는데도 운전하는 내내 입이 귀에 걸려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차종인데 마침 매우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 있어서 덜컥 업어왔습니다.

1년정도 탄 제타를 구입가격보다 비싼값에 넘긴것도 한몫 했고요.

 

수납공간도 미아타보다 훨씬 넓고 (앞뒤로 있으니) 데일리로 쓰기에도 아직은 크게 불편한줄 모르겠네요.

 

가다서다 하는 시내주행 연비는 아무리 살살 몰아도 8km/l를 넘기기가 힘들지만,  고속주행 연비가 아주 좋아서 12km/l 정도는 가볍게 찍을수 있습니다.

 

200마력이라는 힘도 제게는 과분한것 같고요.

(오늘 집에 오는길에 파란색 E92 328i랑 신호등 드레그를 잠깐 하게됐는데 가볍게 제끼진 못해서 왠지 찜찜하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전자식드로틀+터보 와 헤어지고 나니 운전이 아주 즐겁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틀동안 기름 한통을 다 비워버렸네요.

 

 

이번차는 좀 오래오래 타고싶은 마음이지만.. 유지비에 허덕이다가 다시 팔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무섭다는 포르쉐 바이러스.. 27년간 보균자로 지내다가 드디어(?)감염이 되긴 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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