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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제 방학도 다 끝나고, 오늘부터 개강/개학인지라 학생들도 다들 분주해지는 시기네요.

저는 3월 14일에 운전병 입대가 결정되어서, 휴학계를 내고 느긋하게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메신저에도 아무도 없어서 심심하네요 ^^;;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무려 닷새간, 친한 고등학교 친구 두명과 함께 충남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별로 공통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죽이 잘맞는 친구들인데, 그 중 저까지 둘이 3월에 군대를 가게 되어, 개강 전에 셋이 추억할만한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싶어서 거진 한달 전부터 준비했네요.

 

개인적으로 패키지 여행이나 MT말고는 친구들끼리 계획을 짜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많이 설레기도 했고, 또 워낙 친한 남자놈 셋이 여행을 하다보니 평소에는 잘 안하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충남에 마땅한 관광지도 없고 그렇게 번화한 지역도 아니지만, 당초 계획이었던 영동 해안여행은 사람키를 넘는 폭설로 일찌감치 좌절됐고, 차라리 느긋하게 백제의 향취를(?) 느끼고 오자는 합의점을 찾아서, 제 차로 700km정도를 달리며 한바퀴 돌고왔네요. 처음에는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아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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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직전, 양재 코스트코 옥상 주차장입니다. 점심을 어떻게 때울지 고민하다가, 첫 행선지인 천안으로 가는 경부고속도로에 오르기 직전에 저렴하게 코스트코 피자라도 먹고가려고 들렀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옥상에 세워본건 처음이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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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박물관 앞에서.

천안명물 호두과자와 병천순대가 천안방문의 주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천안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특이한 전시품도 있었는데, 윗층을 보는 도중에 폐관하여 아랫층 전시품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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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아침, 천안~공주로 가는 길.

첫날 천안행과 마지막날 서울행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여행기분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 국도길만 이용했습니다. 매일 해가 중천일때 일어나던 종자들이, 다들 여행이라 들뜬건지 아침 7시반에 칼같이 기상해서 공주 마곡사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눈이 남아있는 산비탈길이 운치있어서 잠시 세우고 찍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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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분정도 세워두고 차사진, 풍경사진, 사람사진을 찍는데 차가 딱 세대 지나가더군요 ^^;

서울시내에서 항상 막히는 도로와 신경질적인 차들만 상대하다가 이렇게 한적한 곳에 오니 확실히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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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차주인이라고 인증샷 한장.

출발할 때 흔히말하는 야상점퍼를 입고 나왔는데, 2월 중 가장 따뜻했던 주라서 따로 가져간 야구잠바(학교와 과가 등짝에 써있어 흔히 '과잠'이라고 부릅니다)가 없었으면 확실하게 쪄죽을 뻔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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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에서.

외진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충남 조계종의 본산으로, 보물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대형사찰입니다. 문화재 유지관리때문인지 입장료까지 별도로 받더군요...

흔히 공주의 다른 사찰인 갑사와 함께 '춘마곡 추갑사'라고 불린다는데, 비록 겨울이라 그 진수는 보지 못했음에도 상당히 웅장하면서도 운치있는 곳이더군요. 개인적으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무사평온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예불도 드리고 나왔습니다 ㅎㅎ

맨 첫번째 사진도 마곡사의 산문입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그냥 가장 잘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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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논산 관촉사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그 규모가 크지 않지만 1천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6층 건물 높이의 은진미륵보살입상으로 굉장히 유명한 곳입니다. 원래 아랫쪽에 차를 대놓고 걸어올라와야 하는데, 네비가 알려준 뒷길이 마침 열려있어 운좋게 사찰 안에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논산으로 돌아 부여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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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사비문 앞에서.

부여로 가는 관문에 서있는 사비문입니다. 몇년 전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었다고 하더군요. 상당한 규모의 건축물인데, 갓길도 좁고 주변에 마땅히 차를 잠시라도 세워둘 공간이 전혀 없어서 그 웅장함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잠시 차를 댈 공간이 있다면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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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는 지난 여름에 방문했던 예천만큼이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뜨래 음식문화거리'라는 곳이 조성되어 맛집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가장 감탄해 마지않았던 장원막국수 앞에서 찍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동설한에 뭔놈의 막국수냐고 회의적이던 친구들도 먹어보고는 아무 말 못하더군요 ㅋㅋㅋ 개인적으로 부여에서 가장 강추하는 맛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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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서.

다들 슬슬 힘이 빠져가는지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오후에는 부소산성에 다녀왔습니다. 부소산에는 산성뿐 아니라 여러 사찰들, 그리고 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로 유명한 낙화암이 있습니다. 낙화암에 가려면 산을 넘어야 하는데, 낙화암에서 200m 떨어진 고란사도 함께 보려고 내려가면 바로 강기슭이 나옵니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려면 한참을 다시 산을 넘어야 하는데, 결국 옆에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 마침 해가 져서 상당히 아름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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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부여~보령으로 가는 길목에.

원래 보령은 계획에 없었는데, 다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바다를 보고가자는데에 합의해서 잽싸게 보령으로 출발했습니다. 석탄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목이 말라서, 슈퍼에 들러 살짝 찍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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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덤으로 보령의 대천해수욕장. 바람이 징그럽게 많이 불었지만 구름한점 없는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서 이국적인 풍경이었습니다. 3km이 넘는 백사장으로 유명한데, 동양유일의 패각질, 즉 돌가루가 아닌 조개껍질조각으로 된 모래로 이뤄져있어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라지만, 남자 셋이서 겨울바다에서 뭘 하겠습니까 ^^;;;;; 하물며 지나가는 사람 그림자도 안보이고, 간혹 보이면 가족여행객이고....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마지막 날을 묵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어째 쓰다보니 충남 관광홍보처럼 돼버렸군요 ㅎㅎ 하지만 갔던 곳 하나 하나가 재밌는 사연이 있고 아름다운 곳이라, 여행을 준비중이시라면 추천드리고 싶어서 끄적여봤습니다 ^^

 

계획을 짠 저와 친구들 스스로도 흔히 여행하면 동해바다나 경주~부산쪽, 아니면 음식이 맛있는 전라도를 고려해보기 마련이라 계획하면서도 과연 충청도 여행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했지만, 그런 우려들을 충분히 불식시킬만큼 멋과 맛이 있는 고장들이었습니다. 이곳에 모두 풀지 못할 정도로 이야기가 많아 아쉬울 따름이네요 ㅎㅎ

 

지난 여름의 예천여행도 친구들과 함께 했었지만 예천에 아지트가 있었고, 완전히 연고지 없이 여행간 것은 처음이라 닷새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아마 군대가기 전 마지막으로 EF-S와 함께 다녀온 여행이 될 것이구요. 전적으로 차량에 의존한 여행동선을 보면서, 과연 자동차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여행의 동반자구나-싶었습니다. 아무런 탈도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다녀와서 어찌나 안도되는지 ㅋㅋㅋ

 

 

입대 전에 번개가 있다면 또 참가하여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절주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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