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0일 오후 1시 6분 간격으로 남자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쌍둥이를 임신하고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임신 7개월 즈음 양수가 터져 곧바로 인큐베이터가 있는 병원으로 아내는 입원하였고, 1달여의 시간을 병원에서 최대한 조기 분만을 지연시켰지만 결국 8개월에서 1주가 부족한 7개월 3주차에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오준 1.95kg
오탁 2.23kg

미숙아로 태어나 곧바로 인큐베이터로 직행했지만 다행히 호흡이 좋아 오준이는 2일, 오탁이는 3일간 인큐베이터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준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탔던 차는 1993년식 E34 M5
오탁이는 1994년식 RS2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같은해 10월 11일 오준이가 심한 탈수로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2시간 넘게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등 심정지 위기와 산소포화도 저하로 자가 호흡이 안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이렇게 만 2일동안 3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지금도 10월 12일 새벽에 울렸던 병원 전화의 진동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새벽에 전화를 받으면서 사망 소식이 아닌지 얼마나 마음을 조렸던지...
다행히 밤새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산소포화도가 돌아왔다는...

그 이후에도 오준이는 병원 입원을 시도 때도 없이 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 감기가 걸리면 자가 호흡이 안좋아 저와 항상 병원에 같이 입원했고, 저와 짧으면 2일에서 길면 일주일씩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오탁이도 큰 차이는 없어서 둘이 약골중에서 약골이었던 건강 상태로 돌잔치를 할 때도 둘다 감기에 걸려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상태였었지요.

아이들이 6살때부터 두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태권도를 시켜 만 8년을 도장에 매일 다니며 나름 체력을 키웠고, 오탁이는 줄넘기 대회에서 2200번을 넘어 교장선생님께 상장도 받고, 학업은 뭐 크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워낙 죽을 고비를 넘긴 애들이라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랄 뿐이었죠.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저와 함께 5km 마라톤에 참가해 울며불며 완주했고, 3년 위 세나 누나는 같은 대회에서 2년째 연속 5km마라톤 우승을 했습니다.

카트를 시작했지만 근력과 체력 훈련을 따로 할 시간이 없어 25층 계단 오르기, 턱걸이, 악력기를 활용하는데, 오탁이는 이제 하루에 턱걸이 100개를 합니다.

오준, 오탁 모두 계단으로 25층을 3분대에 주파하는 체력을 갖췄고, 카트장에서 하루에 150랩을 달릴 수 있는 체력을 완성했습니다. 오준 오탁 모두 한번 주행으로 쉬지 않고 40랩을 달린 적도 있을 정도로 인큐베이터 출신임을 모르면 미숙아로 태어났음을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제가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공부쪽은 도저히 역부족이라 체력과 인성 그리고 예절교육에 최대한 매진했습니다.

2년전 작고하신 제 아버지는 6.25피난민이셨고, 어렵게 공부하셔서 자신이 다니던 부산의 모 고등학교 최초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셨으며, 독일 유학을 통해 박사학위를, 박정희 대통령 초빙으로 국방과학연구소를 거쳐 대학에서 교수의 신분으로 약학계에서 정말 많은 것을 이루셨습니다.

아버지 수준의 지성인이 저같이 공부 못하는 아들을 대할 때 얼마나 답답하셨을까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학업에 좀 뒤쳐져도 제가 나무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항상 저를 격려해주셨고, 자동차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당시 고가의 무선조정차와 테크닉 레고를 사주셨으며, 한번도 저를 무시하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항상 지금도 그립고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관통하면 제 모습이 보이고, 제 모습 뒷편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아이들을 나무라겠는가? 저처럼 못난 아들, 사고뭉치였던 아들도 인격적으로 대해주셨고, 제가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된다 하셨지만 아버지 입장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세계를 전혀 모르시니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매사 최선을 다하고 나보다 우수한 사람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고, 적을 통해 배운다는 생각을 갖자. 
못난 아들 출신 아빠가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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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9일 
오준, 오탁의 생애 첫 자동차 경주에 참가해 오탁 1등, 오준 3등으로 자랑스런 두 아들이 포디움에 섰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카트를 탄 지 만 100일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결과로는 레이스의 복잡성과 다양한 변수등을 고려했을 때 아이들이 너무 잘 해준 점에 대해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쌍둥이의 생애 첫 레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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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카트가 생기고 카트장에 가서 하는 행동들이 좀 더 진지해졌으며, 저는 아이들이 카트를 타는 모든 것을 데이터화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세션의 랩타임은 물론 당시 날씨, 트랙 컨디션, 정비한 내용 그리고 각 세션별 저의 코맨트를 적고, 마지막에 아이들이 레이스 일기를 적으면 트랙데이가 마감합니다.

제가 느낀 점, 아이들이 느낀 점을 적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빨라지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단순히 많이 타는 것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리고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무엇을 도출해낼지?

즉 데이터를 통해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드는 그런 방법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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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한 자동차의 주행기술과 레이싱에 대해 아는 모든 지식을 아이들에게 퍼붓는다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카트를 타는 모든 장면을 함께하며 하루를 타도 뭔가 배우고 향상이 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지난 3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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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카트를 운전한 날은 22년도 11월 27일이었습니다.
이때 장착된 국산 Shinko 황태 타이어는 쉽게 설명해 미디움 컴파운드 타이어입니다.

레이싱 카트는 성인용 기준 국내에서는 로탁스 엔진을 사용하며, 15마력, 23마력 그리고 30마력 세팅이 가능합니다.
카트가 빨라지는 조건은 엔진 출력 뿐 아니라 타이어의 그립도 절대적입니다.

카트가 빨라지면 즉 출력이 높아지고 그립이 올라가면 당연히 빨라지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그게 쉽게 구현이 됩니다만 카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립이 높아진 것을 모두 뽑아쓰기 위해서는 머신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하는데 타이어 그립이 약간이라도 올라가면 차를 조정할 때 느껴지는 물리적 저항, 즉 카트는 드라이버의 팔힘으로 머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G포스가 올라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느린카트 약한 그립에서 훈련하며, 아이들이 마침 카트를 받았을 때가 겨울의 시작이라 아주 차가운 노면에서 타이어 열올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그런 겨울 시즌 연습을 하게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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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태 출고 타이어를 2월 27일까지 3개월을 사용했는데 총 8회를 주행했으니 거의 랩수로는 800랩을 달렸습니다.
아이들 주행 데이터를 보면 오탁이 황태 타이어가 오준이 타이어에 비해 먼저 트레드가 뜯겨나가서 하이그립으로 교체하게 되었는데, 오탁이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의 타이어를 반나절을 타면서 랩타임이 잘 안나왔지만 주행기술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오준이의 경우 머신 컨트롤이 당시 오탁이보다 더 부드러웠기 때문에 타이어의 마모가 오탁이보다 살짝 더디게 진행되었고, 몸무게가 현재 기준 10kg차이가 나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오탁이보다 0.3초 정도 빨랐으니 상당히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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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ko 하이그립 타이어는 우리가 보통 백테라고 부릅니다.
황태에 비해서 그립이 좋지만 당연히 수명은 짧습니다. 황태를 알뜰하게 잘 썼었기 때문에 백테를 장착하면 어떨지 정말 궁금했었지요.

경주 규정을 잠시 언급하자면 아이들이 출전하는 노비스 클래스는 하이그립 타이어를 레이스 당일 신품타이어 장착해야하고 그 상태로 5분간의 예선 기록으로 결선 레이스 순위를 결정합니다.

즉 어차피 시합준비를 위해 하이그립 타이어로 연습을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파주스피드 파크 감독님의 의견대로 황태로 미끄러운 겨울 훈련 때 충분히 의미있는 훈련을 하면서 머신을 부드럽게 다루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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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생애 첫 하이그립 타이어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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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그래도 품질이 좋은 레이싱카트용 타이어를 생산한다는 것은 너무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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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하이그립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서 아이들은 매우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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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 카메라도 장착해 영상을 통해 레이싱 라인이 정확한지 그리고 머신 컨트롤의 부드러운 정도와 핸들량 등을 저와 보면서 실수를 줄이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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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으로 혈액형이 같지만 성격이 참 다릅니다.
물론 주행 캐릭터도 다르며, 트랙에서의 같이 달리고 경합을 벌리고 때론 앞에서 때론 뒤에서 달리면서 앞박을 해보기도 당해보기도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다만 쌍둥이 아빠로서의 고민은 둘이 비슷한 성장 속도 실현이 안될 경우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 그리고 갈수력 편차가 커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등 부모로서의 심적 부담이 실제로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간의 주행을 따로 분석해서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따로 교육을 시켜야하는 부분이 아이들이 빨라질 수록 부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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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히 제 기록상으로는 쌍둥이의 객관적 실력차이는 랩타임 기준으로 0.15초 이내입니다.
황태일 때는 오준이가 약간 더 빨랐고, 백테는 오탁이가 약간 빠르지만 전체적인 시야와 추월에 대한 감각은 오준이가 좀 더 뛰어납니다.

트랙에서 앞에 스핀한 차들을 뒤에서 추돌하는 경우가 카트에서는 엄청 빈번한데 쌍둥이들은 추월상황 혹은 스핀한 차들을 한번도 추돌한 적이 없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넓은 시야와 추월에 대한 판단력 그리고 실제 안정된 추월능력을 빠른시간내에 습득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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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에 나가기 위해서는 규정 무게를 맞춰야하는데 노비스 클라스는 머신과 드라이버를 합쳐 155kg를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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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이가 지난 1년동안 키도 많이 크고 운동을 하면서 상체와 허벅지 근육이 상당히 많이 붙어 몸무게가 상당히 많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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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오탁이 머신에 13kg, 오준이 머신에 3kg의 웨이트를 더해야해서 납덩어리를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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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kg이 늘어난 오탁이의 카트는 정말 들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워졌습니다.
웨이트를 달고 트랙에 들어가서 10분짜리 1세션만에 오탁이는 자신의 베랩에 근접하는 초를 뽑아냈고, 오준이도 3kg이긴 하지만 주행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베랩에서 거의 손해보지 않는 초를 유지했습니다.

카트는 궁극적으로 변화와의 싸움입니다.
외기온도와 습도, 타이어 마모상태, 등등이 수시로 변하는데, 이런 변화에 누가 빨리 적응하느냐가 레이싱 능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렇게 웨이트까지 장착을 마치고 3월 19일 영암에서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2일 동안의 영암트랙 전지훈련을 떠나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