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모션모터스입니다.

오늘은 올바른 공구 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아우디 R8 4.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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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8은 드라이섬프 방식의 오일 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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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SLS AMG의 드라이섬프 구조도)
 
팬에 고인 오일을 빨아올리는 웻섬프 방식과 달리
하중의 영향없이 오일이 강제순환되기 때문에
과격한 움직임이 잦은 스포츠카들은 안정적인 오일 공급을 위해
드라이섬프 방식을 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특성 상 드라이섬프 방식은
오일 교환이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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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일을 빼내는 과정부터가 순조롭지 않은데요
웻섬프 방식은 오일이 팬에 고이기 때문에
팬 아래를 뚫으면 오일이 대부분 쏟아져 나오지만
드라이섬프 방식은 순환 경로마다 구멍을 열어주어야
졸졸졸 흘러내려오지요.
 
그래서 ELSA(아우디/폭스바겐 정비매뉴얼) 지침에 따라
여러 군데의 드레인 플러그를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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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R8 하단 오일섬프 측면에 자리한 플러그는 너트 머리가 잘 보이지도 않고
공구가 들어가서 움직일 각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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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R8의 드레인 플러그는 요 모양 요 꼴이 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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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시면 대가리가 뭉그러져 있는데,
아마도 ​저기에 맞는 12각 렌치가 없었거나 있더라도
공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스패너로 그냥 잡아돌려버렸군요.
 
사실 여기(ELSA 지침 상 3번)는 R8을 자주 만지는 미캐닉들 사이에서는
풀더라도 그다지 많은 양이 빠져나오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구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 저렇게 무리해서 풀지 말고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것이 나았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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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2각이라고 부르는 모양 중 아래 두 가지는
공구를 혼동하기 쉬워 부품을 망가트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꼭 맞는 공구가 없을 경우 저렇게 잡아 돌리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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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le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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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ine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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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섬프의 나사산도 과다한 조임토크로 인해
뭉그러져버린 (현장 용어로 야마가 나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드레인플러그는 한없이 돌아가고 오일은 스멀스멀 새어나옵니다... ㅜㅜ

탭을 가공해서 다시 쓸 수도 있지만,
그다지 추천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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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프 부품가격은 국내 센터 기준 72만원 정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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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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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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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섬프를 뜯어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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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런트를 꼼꼼히 발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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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섬프를 볼트까지 신품으로 바꾸어 장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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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토크로 조여 줍니다.
(드레인플러그는 섬프와 어셈블리로 구성되어 있고, 규정 토크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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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필터도 교환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 오일을 바칩니다.

시동을 걸어 제법 긴 시간 엔진을 돌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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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 누유가 없는지
다시 한번 하부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일을 급하게 하다보면 꼭 문제가 생기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인데 그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여유' 입니다.

여유를 갖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고객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