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가기관 소속 충돌테스트를 전담하는 전문가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충동테스트를 진행했었다는 그분의 경험을 토대로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을 들었는데, 그중에서 일부의 내용을 공개합니다.

 

저와 함께하신 분의 신분을 밝힐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아래 다루는 내용의 진위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국내에서 생산 판매되는 국산차들의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지표는 대부분 충돌테스트에서 별5개를 받았다는 내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정면, 측면, 옵셋, 후방 추돌등 충돌테스트를 위한 규정이 있고, 모든차가 받는 동일한 충돌테스트에서 실내에 인간 대신 존재하는 더미의 각 부위에 전달되는 충격량을 토대로 안전성을 좌석별로 평가합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충격이 가해졌을 때 그 충격이 어딘가로 분산되지 않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승객에게 전해져 차가 어느정도 찌그러져야한다는 개념으로 Crumble zone이라는 설계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국산차의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과연 객관적 안전성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는 독일차들의 그것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가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입니다.

 

저와 대화를 함께했던 전문가의 의견으로 국산차의 안전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독일차의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는 것에는 큰 무리가 있다였습니다. 아니 똑같은 별5개 아니냐? 그러니까 비슷한거 아니냐?는 논리는 말도 안되다는 것이었습니다.

 

테스트 조건 즉 규정범위 속도대에서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독일차보다 높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범위를 5km만 넘어가도 국산차의 안전성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혹조건이라 부르는 극한의 충돌테스트를 연출했을 때의 안전성에 있어서 전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도 귀에 꽂히는 대목이었습니다.

 

반면 독일차들을 테스트해보면 가혹조건에서의 안전성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고정된 벽에 일반적인 충돌 규정속도보다 훨씬 높은 100km/h로 추돌할 때의 상황을 비교하면 국산차와 독일차는 이미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어느나라에서도 100km/h정면 충돌데이터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재의 안전도 시험규정에 없는 항목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는 규정시험 속도대가 아닌 가혹조건에서의 추돌에 집중됩니다.

 

국산차가 규정 충돌시험 속도대에 최적화한 차를 만드느라 그 이상의 여유마진에 있어서 인색했다는 결론이 됩니다만 이는 자동차의 판금 도색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본 사고유형별 차의 파손정도와 탑승객의 피해정도를 대충 종합해도 국산차가 독일차와 안전도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수집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독일차의 경우 반드시 최신형차가 이전세대의 차보다 안전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독일차들의 충돌안전성이 매우 다양한 추돌 상황에 워낙 최적화되어 있어 절대안전성이 매 세대별 큰 폭으로 향상되지만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분이 가지고 계신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현세대 최신형차보다 한세대 이전차들의 결과가 미세하긴 하지만 더 좋은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국산차 브랜드가 진정으로 존경을 받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갖춰줘야겠지만 마케팅 놀이의 전유물인 충돌테스트 규정에만 최적화되어 있는 그런차보다는 실질적으로 탑승자가 상해를 입을 수 있는 가혹조건을 고려해서 남들이 그것을 그 즉시 증명을 하던 하지 않던 누가 물어보던 묻지 않던 엔지니어링을 다루는 기술자들의 자존심 냄새가 좀 풍기는 그런 차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한 옵션과 디자인에 의해서만 입증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산차는 화려한 디자인과 패키징을 무기로 한 상품성 이외에 과연 무엇을 입증해왔고, 무엇을 입증하길 원하는지 확신이 잘 서질 않습니다.

 

제가 국산차에서 기술자의 체취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여전히 매우 아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