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은 한참 됬고, 눈팅은 더 오래됬는데,  글 올리는 건 몇 번 안되네요 ^^

제 차를 소유해온 것이 벌써 23년이 되었고,  일반인 관점으로는 매니아, but  여기 테스트드라이브에서는 보잘 것 없는 수준입니다만, 생각해오던 것을 나눠볼까 합니다. 

 

십여 년 전 어느날 입니다.  대형마트에 주차를 하는데,  앞 자리에 911이 떡 하니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타던 국산 준중형차도 마트에 주차하면 문콕, 범퍼 긁힘 등등 쇼핑 중에도 노심초사 하게 되는데, 911을 갖고 마트에 오다니! (당시엔 Porsche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

 

얼마 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당시에도 이런 얘기 했었습니다.  '몀품가방을 들고가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가방을 끌어안고 뛰어가면 진품,  머리를 가방으로 가려 비를 막으며 뛰어가면 짝퉁이다' 라구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여유가 있으면서 진품을 들고다닌 사람이라면 가방을 머리위로 올릴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그 911의 주인도 그렇게 스스럼 없이 마트에 타고온 것 아닐까... 라구요.

 

시간이 흘러 Infiniti G35를 샀습니다.  그 전에 준대형세단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G35의 performance에 대한 만족감은 대단했었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불의의 고장이나 긁힘 같은게 생길까봐 마음껏 타지를 못했습니다.  처음 3년 정도는 그랬었습니다. 오직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나 한 번 씩 성능을 발휘해볼 뿐이었구요.  차주는 분명 제가 맞는데,  즐기지는 못하고 care만 열심히 하는 관리자 역할만 했었습니다.  몇 년 지나니 유달리 Infiniti는 폭풍감가를 맞아  잔존가치가 저렴해지더군요. 혹 사고나 심각한 고장이 난다해도 이제는 새로 사면되지 뭐~ 하는 여유가 생기니 그 때부터는 마음 편히 즐기면서 탔습니다.  그제야 제가 관리자가 아닌 주인같더군요. ^^

 

작년에는 직장에서 출퇴근용 차량으로 준대형세단이 나왔습니다.   G35와 비교하면 차량 특성상 '운전의 재미'라는 면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비용이나 감가상각, 수리 등에 대한 부담이 없다보니, 그리고 G35타던 버릇과 감각 때문에,  가속, 브레이킹, 코너링등 성능을 극한까지(물론, 차량 특성상 대단한 극한은 아닙니다만) 밀어붙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어느날 예전에 봤던 911이 생각 났습니다.  아... 내가 지금은 이 차의 소유권은 없지만, 진짜 주인이구나... 하구요.  (실컷 부려먹기만 하고 잘해주지는 않는 나쁜 주인 ^^) 

 

법적인 소유권과는 별개로,  그 대상에 대해 내가 관리도 잘해주고 이용도 잘 해주는 주인 인지,  마구 부려먹는 주인인지, 아니면 성실한 관리자 인지, 더 심해져 그 대상에 종속되어버렸는지.... 여러 경우의 수가 있겠더라구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저의 소심함과 지출에 대한 통 좁음 때문에  남들은 안하는 공연한 마음 고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G35는 여전히 갖고있고, 주말에 어른용 장난감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