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할 정도의 경험이나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얼마전에 토요타 아이고(Aygo)를 타본 것이 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기에 여기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는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고 제 차는 없습니다. 차가 필요한것은 주로 주말인데 sixt에서 맨 아래에서 하나 윗급차를 하루 15유로면 빌릴 수 있으니 현 상황에서는 빌려타는게 경제적입니다. 비수기에는 항상 한급 심지어 두단계 위 차량을 줘서 고맙게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성수기가 되니 짤없이 주문한 급의 차를 주는군요. 이게 정상인데도 그동안 대우를 받다보니 이제 오히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아랫급 차를 빌려봤습니다. 그게 바로 토요타 아이고였습니다.


그 앞주에 타본 토요타 야리스는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렌터카회사에서 같은 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기아 리오에 비해 차는 작고 힘은 없고 기름은 더 많이 먹고 브레이크는 밀리고 시끄러운데다 허리도 아팠습니다. 심지어 계기판 시인성까지 형편없고 리오보다 나은거라곤 변속레버의 느낌 정도였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직진 못하는 것은 리오보다 더 심하구요. 재미도 없고 불편하고 경제성까지 떨어지고. 예전엔 베스트셀러였다는 야리스 하나만 갖고 판단하면 토요타가 유럽에서 현기차에 밀리는게 당연했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현기차를 엄청 욕하는데 여러 메이커의 '평범한' 차를 다양하게 접할 기회가 있다면 좀 덜 욕하지 않을까요. 수입차가 많이 들어온다지만 아직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표선수만 출전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자친구 한 두명 사귀고 상처받고 헤어진 사람은 전여친을 엄청 욕하지만 많이 사귀고 헤어져본 사람은 각각의 장단점을 좀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토요타 아이고의 첫인상은 별로였습니다. 싸구려~x2 플라스틱에 야리스보다 딱 한급 후진 변속레버의 질감. 토크가 얼만지 몰라도 1단에서 항상 시동꺼지기 직전이라 회전수를 마구 올려줘야 했습니다. 회전계는 디지털 막대기인데 바늘에 비해 섬세하게 파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어차피 힘도 없고 회전수 파악도 잘 안되니 걍 밟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몰아본차가 몇 대 안되긴 하지만 이렇게 운전이 재미있는건 처음이었습니다. 몇년전에 분당지점에서 시승한 쿠퍼(아마 1세대?) 자동변속기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토크가 약해 시내에서 디젤차들이 슬렁슬렁 가속하는걸 따라가려면 3천~4천rpm 정도를 써야하는데 4천까지 클러치가 안붙은듯이 순식간에 회전수가 올라갑니다. 클러치를 떼면 회전이 순식간에 떨어지고, 떨어지는걸 받아치듯이 악셀을 강타?하고 이걸 반복하며 속도를 붙여가는데 좀 시끄럽지만 괜찮은 소리인데다 회전이 부드러워서 마치 굉장한 가속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는 남들하고 비슷하게 가속하는것에 불과한데요; 특히 3단 3천 이상에서는 회전수와 속도계 엔진음 그리고 제 발끝이 하나로 연결된듯이 움직입니다. 불편한 울컥거림이 아니라 아주 약간의 세련됨이 느껴지는 민감함? 동승자의 머리가 앞뒤로 움직이고 이런건 없습니다; 앞뒤가 짧으니 당연 잘 돌기는 하는데 좌우쏠림이 있어 엉덩이에 묘한 긴장감이 전달됩니다. 그런데 국도에서 80 언저리로 돌아나갈때는 그것조차 재미있었습니다. 느린데 재미가 있는 오묘함; 범프를 지나가면 뒤가 자기맘대로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요. 브레이크는 역시나 한없이 밀리지만 헉! 했던 야리스보다는 나았습니다. 1700km뛴 새차라서 미안해서 4천에 닿기 전에 변속을 하면서 다녔지만 평균연비가 리터당 18km 가까이 됩니다. 기름값과 렌트비가 아까워 빌린 경차가 이렇게 재미있을거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는데요. 재미없고 불편한 야리스와 너무 대조가 되기도 하고 '이게 왜 이렇게 재미있는거지??'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3단의 경우 '시끄럽지기만 하고 가속이 안되는 것'과 '가속이 빠른데도 너무 안정적이라 지루한 것'의 사이 어딘가에서 마구 재미가 있는 G spot (--;)을 찾은 느낌?


힘도 없고 느린데 묘하게 재미있는 차; 이게 밸런스와 세팅의 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