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익렬님께서 아드님을 위해 손 때묻고 정든 EF-S를 정비해서 넘겨주셨던 글을 기억합니다.

익렬님과는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동네에서 자라고 성장했으며 젊은 시절 오프로드 경주의 경험도 있으며

성장하는 자식을 둔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되었고 자식을 위해 첫차를 준비한다는 면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자식들 넷을 두고 있기에 자식들마다 개성이 있고 자동차에 대한 반응도 다르긴 합니다만

BMW를 너무 좋아하고 압도적으로 잘 이용하는 큰 딸아이는 탈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편이라 미루기로 하고

자기 몸만큼 큰 악기를 싣고 다녀야하는 둘째 딸아이가 올해 대학생이 되었고

본인의 필요성에 의해서도 연말부터는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중3인 세째 딸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빨리 커서 운전면허 따서 아빠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하며,

바이크도 좋아하며 탈것에 대한 취향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녀석이며

트랙에서도 달리고 싶어하고 대관령 주행을 학수고대하는 녀석이 있기는 합니다만,

먼저 들째를 위한 차량 선택을 위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민끝에 2003년 아내와 1, 4, 8, 10살 이던 네 아이를 위해 준비했던 아내의 세번째 차인

 4세대 골프 2.0을 물려줘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004년에 촬영한 제가 타던 차들입니다.

맨앞의 4세대 골프는 아내의 차이며, 오른쪽의 A8 3.7은 지금은 없지만 30만 키로 가까이 달리면서

속도 별로 썩이지 않고 저의 믿음직한 다리가 되어주던 차입니다.


SV4000100[1].jpg


골프 이전에 아내는 랭글러 사하라 4.0을 타고 있었는데, 운전이 서툰 아내가 운전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야가 좋아야하며, 힘이 쎈, 그리고 사는 지역의 특성상 4륜 low 기어가 있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 제가 한번 타고 싶었던 - 랭글러를 여러해 타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골프를 타게 된 후에는 랭글러는 처음 구매 후 13년을 타면서 동해안에 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

수년마다 반복되는 폭설등의 힘든 상황을 헤치며 생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 멀리 랭글러가 보이네요.


SV400060[1].JPG


아이들이 커가면서 골프로는 네 아이가 커버가 되지 않을만큼 커진 후

다른 차량으로 바꾸면서 골프는 처음 운전을 하게된 동료 부인의 첫차로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거래조건이 나중에 차를 바꾸게 되면 골프를 다시 본인에게 돌려준다는 농담같은 것이었는데,

지난 달 거짓말처럼 동료가 부인의 차를 바꾸면서 새차 출고 하루 전 차를 가져갈거냐고 묻기에

당연히 다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키를 건네받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시운전을 해보니 핸들도 뻑뻑하여 확인하니 파워 오일이 없고,

엔진 오일을 찍어보니 별로 찍히는 것이 없을만큼 부족하고,

하체에서는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죽 시트는 낡아서 까진 부분도 있고,

칠이 까지거나 덴트가 필요한 곳도 있으며 틴팅 필름도 낡고 까져있으며,

년식과 주행 (99,000km)동안 벨트의 교환이나 미션 오일의 점검, 교환도 없었으나,

동료의 부인은 기름넣고 오일 교환하고 가끔씩 엔진오일만 보충하면서 잘 타서 고마운 차였다고

못내 섭섭해하였습니다.


20150527_192218_resized.jpg


이렇게 다시 제게 돌아온 4세대 골프는 2.0리터의 구형 엔진으로 요즘 차량에 비해 시가지 주행연비도 그리 좋지않으나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매우 우수했으며, 요즘 엔진들에 비해 아주 안정된 엔진이라

기본적인 정비와 소모품의 교환만으로도 처음 상태와 같은 능력을 보여주리라 예상됩니다.


미션도 4단 자동이고 주행소음도 제법 크며 하체에서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몇개의 부속과 부싱의 교환 및 윤활제만으로도 다시 예전에 대관령을 감아가면서 돌아나가던 때의 짱짱함을

다시 맛보게 해주리라는 믿음도 생깁니다.

엔진과, 미션, 소모품들의 교환과, 외장의 복원, 필름의 교체, 4세대의 고질병인 녹아내린듯한 내장 플라스틱의 도색과

낡은 가죽시트의 복원등을 통해 딸아이에게 어울리는 초록색의 작고 예쁜 골프로 되살려보려고 합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빠가 되어 아내가 타던 차를 다시 손보고 정비해서

오래된 차이지만 자식의 첫차를 준비하는 재미도 새로운 차를 사는 이상의 즐거움을 줍니다.

다행스럽게도 테드의 협력업체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비되는 내용은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