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운전대 잡은지는 20년이 되어가지만 클러치 밟은지는 합계 한달 쯤 됩니다. 요즘 수동 차를 사려고 알아보는 중입니다.


여튼..1만km도 안된 골프 v 수동을 10분만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만들었던 저의 과거가 떠올라 고해성사 해봅니다.


때는 독일 공소 시효 Verfolgungsverjährung 이전, 장소는 프랑크푸르트 공항.. 면허시험 이후로 수동을 몰아본 적이 없는 저는, 호기롭게 열흘간 골프 수동을 렌트합니다. 열흘이면 좀 타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독일은 운전 매너가 좋으니까 신호대기하다가 시동을 꺼트려도 기다려 주겠지.. 아우토반은 변속할일이 별로 없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넓은 공항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서 시동을 걸었습니다. 후진 ㅇㅋ, 1단 변속 ㅇㅋ... 클러치 미트.. 헉 그런데 1단이 왜 이렇게 빨라??? 클러치를 미트시키는 순간 살짝 더 빨리 나가는 느낌은 뭐지?? 주차장 내에서는 오토차의 크리핑 속도로 움직이는데 익숙해있던 저는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반클러치 시전 들어갔습니다. 시동은 절대 꺼트리면 안돼! 이 생각이 머리속에 박혀서 그냥 브레이크만으로 감속할 생각은 못하고 클러치를 힘껏 밟으며 함께 브레이크 들어갑니다. 드넓은 주차장을 돌고 돌고 돌았지만.. 도저히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반클러치 클러치를 반복하면서 가속페달은 거의 건드리지도 못한 채,,익숙해지면 주차장을 나가야지 하면서 돌고 돌았는데.. 고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차브레이크는 풀려있는데 왜 냄새가 나지?? 곧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서 차를 세우고 보니...앞 휀더 사이로 연기가 무럭 무럭 나는 것이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시계를 보니 10분밖에 안 지났더군요;

바로 차를 고이 주차한 뒤 오토 차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차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나중에 저한테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더군요.

(제가 차를 고장내서 수리해야 했다면 저에게 이야기를 했겠지요? 여튼 공소 시효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생각하면 혼자서 피식 웃게 되는 옛날 이야를 해봤습니다.

이제는 시동 걸고 출발후 한 10분 안으로 신호를 여러번 받으면 가끔 말타기를 하긴 해도 차에서 연기가 나게 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운전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감각이 달라지다 보니 렌트카만으로 수동에 익숙해지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연기가 왜 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