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차만들기는 친환경과 연비 그리고 경량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연비를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오늘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변속기 부분입니다.


같은 출력을 발휘하는 차량에서 다단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치적 이득은 단수가 작은 변속기의 그것보다 모든면에서 월등합니다.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자면 기어 단수가 가까우면 토크컨버터의 슬립율을 낮출 수 있어 동력전달 효율이 어떠한 속도대에서건 우수하며, 토크가 높은 영역의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어 부하가 걸리는 것에 대비해 엔진효율이 좋은 구간 사용시간이 길어져 연비를 높입니다.


가속중에는 최대 출력을 발휘하는 구간의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어 달리면서 사용하는 엔진의 최대효율을 끌어내기 유리하기 때문에 가속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5단변속기가 한동안 주류를 이루다가 6단이 보급화되는가 싶더니 7단,8단,9단 변속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입니다.


언급했듯이 다단변속기는 연비와 가속능력면에서 엔진을 튜닝하지 않고도 이 두가지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파워풀한 솔루션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감성적으로 다단변속기가 가져오는 단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단점은 기계적인 완성도나 품질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닌 감성적으로 다단변속이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기어가 저단에서 고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무리 부드러운 동작에서도 느낄 수 있듯 고단으로 달리다가 정지를 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 변속기가 고단에서 저단으로 기어를 내리는 동작도 느껴집니다.


이 느낌은 차를 부드럽게 정차하면 정차할 수록 크게 다가옵니다.

제동이 부드럽지 않고 거친 제동을 하는 운전자는 이 느낌을 느끼기 어렵지만 아주 미세한 조작으로 부드러운 감속을 하는 운전자들은 기어가 8단에서부터 1단까지 떨어지는 그 느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느낌이 때론 상당히 거슬립니다.

제가 요즘 벤츠 W140 S600을 자주 타면서 고급차에 대한 기준과 정의를 좀 다시 내리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상대적으로

2단으로 출발해 5단이 끝인 구닥다리 S600의 변속기는 급가속을 하면 변속충격이 요즘 차에 비해 덜 세련되었지만 감속할 때 5단에서부터 2단까지 3번만 다운시프트를 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했던 감속중 다운시프트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중에 하나는 최고단에서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Coasting function과 같이 회전수가 마치 중립으로 들어간 것처럼 내려가버려 엔진과 바퀴가 off throttle일 때 단절되는 것도 작용합니다.


가속할 때도 클러치 Lock up이 아닌 토크컨버터가 약간 용을 쓰는 듯한 상황도 있지만 이 역시 변속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닌 일단 물려있는 기어안에서의 동작이라 충격이 전혀 없습니다.


아주 고급차량에 다단변속기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엔진사이즈가 큰 차량에는 고급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독일에서 렌트했던2015년식 CLS350 CDI를 600km정도 운행하면서 가속중 신형 9단 자동변속기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감속중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변속충격으로 인해 상당히 짜증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합니다.


어떤 적정한 최고단수를 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시대와 차량이 고도화되면서 뚜렷하게 잃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는 부분은 분명 아쉬운 내용입니다.


효율을 추종하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을 충족시키는 쪽에서 아쉬움이 나오는 것은 비단 최고급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듀얼클러치 차량들도 마찬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시대가 8단이나 9단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요즘이지만 다시금 5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의미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가장 완벽한 변속기는 완벽한 변속을 수행할 수 있는 운전자가 모는 수동변속기일지도 모릅니다.

기계가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여전히 인간의 초감각적인 부분을 아주 쉽게는 정복이 안되는 바로 그 헛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관찰이라고 생각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