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차고에서 출근을 위해 신발을 신던중 중심을 잡기위해 무심코 차를 짚었는데

그 순간 제 애마의 얼굴을 보며 순간 감상에 젖었던 잡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24살인 오래된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19만6천 키로쯤에서 인수해서 지금 25만을 목전에 두고 있네요.


91년식이라고 해도 생일은 90년 11월이니 올해로 24살 이지요.


5년간 큰 고장없이 잘 달려주던 녀석이 올해들어 많이 아프네요.

몇달동안 1번 인젝터가 말썽을 부려서 부품도 갈아보고 배선도 손보고 했는데도 계속되는 부조.

이게 계속 그러면 진단기로 물려서 찾아보기라도 할텐데 아주 랜덤하게 이러니 환장하겠더라구요.

신기한게 포기하고 나니 요즘은 또 멀쩡합니다. 이씨유가 문제인지...


게다가 스티어링휠을 돌릴때마다 찌끄덕거리는 소리에 분해 조립을 서너번. 원인을 못찾다 엊그제 겨우 고쳤더니

이젠 운전석 도어 핸들케이블이 빠졌는지 실내에서는 문을 열수가 없네요.

실내 내장재들은 호주의 살인적인 태양빛에 다 떨어지고 뒤틀리고...


몇달을 이런식으로 반복되니 와이프께서 더이상의 수리비 지출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유류비를 제외한 일체의 정비자금을 동결시켜 버렸습니다.ㅋ


페인트 까진거 다시 칠하면 되고 기계적인 부분은 어떻게라도 고쳐서 타 보겠지만 전기적인 문제는

제가 함부로 할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부분이고 중고부품구하기도 시간싸움이라 아쉽다고 무작정 가지고 있을수도 없습니다. 차 두대를 가지고 있을 형편도 안되고 장소도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돈 이지요.ㅠㅠ

 이래저래 저 스스로도 지쳐서 요즘 새로운 애마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새차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애마에 대한 미안함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능력이 돼서 조금 더 신경써주면 다시 살아날수 있을텐데 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 차를 보고 문득 든 생각 말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때 태어나서 24년, 다섯번의 월드컵과 올림픽, 세명의 주인, 강산이 두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동안 달려온...제 차가 가진 기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폐차장에서 끝나버릴 그 긴 기억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하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수명이란게 있기에 불필요한 미련을 두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웬지 떠나보내기 아쉽네요. 누군가 이 차를 다시 태어나게 해줄 주인분이 나타난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아마도 올해안에는 제 손을 떠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 날엔 열심히 세차도 해주고 좋은 기름도 넣어주고 청소까지 해서 보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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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