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에 기변 관련해서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했던 300C SRT8 차주입니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많은 분들께서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말씀들을, 

그리고 좋은 조언의 쪽지를 남겨주셨음에도 일일이 답글과 답장을 달아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하루에도 12번씩 바뀌는 변덕스러운 제 마음을 그때 그때마다 댓글로 보여드리기가 부끄러워

차라리 모든 결정이 이루어진 뒤에 기변결과에 대한 보고를 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

이렇게 뒤 늦게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 마음은 동욱님 말씀처럼, A7에 가 있었습니다. 일단 쿠페형의 디자인이 몹시 마음에 들었고

늘 전형적인 세단형 차량만 타 왔기에, 더 나이먹기 전에 프레임리스 도어가 달린 차를 몰아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도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400마력대의 V8 OHV를 타다가 200마력대 중반의 디젤로 넘어간다는게 

결정에 있어 상당히 주저하게 만들더군요.

특히나, 유럽에선 이미 300마력의 바이TDI가 돌아다니는 시점에서

굳이 구형 파워트레인을 탑제한, 단지 예쁜차를 왜 구입하냐고 조언해 주신 이름모를 회원님의 말씀도 마음에 걸렸구요.


깜독님께서 강추하셨고, 저 역시 출력에 호감을 품고 있었던 A8(D4) 4.2TDI에 대한 궁금증도 풀 겸 해서

일단 시승을 해 보고 결장하자로 마음먹고...무작정 일산의 아우디매장으로 찾아갔더랬습니다.


착한 딜러분을 만나, 대략적인 두 차종의 견적을 뽑고

마침 A8 4.2가 무이자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라는 소식에 살짝 혹 했었는데요...


A8 4.2TDI 에서 A6 3.0TDI (A7 3.0TDI은 당일 시승차가 없었습니다) 로 이어진 비교 시승이후

다시 마음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우선, A8은... 

디젤 차량에 무지한 제가, 차급을 고려하지 않은채 수치적 출력에만 너무 기대를 했던 이유였었는지

실제 출력에 비해 체감되는 퍼포먼스가 다소 중후한 성향으로 느껴져서

연비 못지않게 운전재미를 원했던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는데요...

물론, 디젤이라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은 인상적이었으나

암튼 제 성향에는 걸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A6

A6나 A7은 어차피 파워트레인이 대동소이한 입장이라 

대리체험이 가능할 듯 해서 같은 구간에서 시승을 했는데요

좀 놀란것이 의외로 200마력대 중반에 불과한 A6 TDI가 상당히 터프하고 앙칼진 주행성향을 보여주면서

상당한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다이나믹모드에서는 아우디미션 특유의 rpm을 잡아주는 느낌과 날카로운 변속,

그리고 레브매칭등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이지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요,

외관이 제 취향과 맞지 않아서, 애시당초 구매리스트에 올라 있지는 않았지만

정말이지 상품성은 대박이더군요.

A6가 이 정도라면, 다소 무거운 A7에 맵핑을 한다면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듯 해서

구체적인 견적서를 받고 일터로 복귀했더랬습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채워지지 않은 한 가지가 바로 출력과 주행성향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출력만 놓고 본다면 350마력대의 A8 4.2가 답이지만

주행성향은 250마력의 A7 3.0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럼에도 300마력이라는 수치는 출력에 있어 다운사이징을 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게 느껴졌기에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낮은 출력을 브랜드밸류로 극복해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요

바로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셨던... 그래도 포르쉐.

비록 파나메라 중 엔트리급에 속하는 디젤 모델이라도, 어찌되었건 포르쉐...

신차를 사기에 좀 부담스럽다면,

만약 이넘을 중고로 구입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SRT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으면서

출퇴근은 파나메라로... 모임생활은 SRT로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엔카 메물을 봤더니...

시승차로 너무나도 유명한 파란색 파나메라 중고가 인증매물로 떠 있더군요.

당장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필요한 서류를 알려달라고 하고

며칠후 분당포르쉐빌딩을 찾아갔습니다.


예약도 하지 않은채, 며칠전 저와 통화했던 김대리님을 찾았더니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던 테드회원님이시더군요.

이런 인연이 어디있나 싶어서, 즐겁게 구매관련 상담을 마무리하고

견적서를 받아 집으로 왔습니다. 


헌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다음날 아침에 김대리님으로 부터, 차량이 다른분으로부터 계약되고 말았다는 문자를 받게 되고

저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계약금을 걸고 왔어야 했는데... 지난 몇 달간 판매되지 않고 쇼룸에 있었던 차라,

게다가 너무나 유명한 파란색이라, 설마 하루 이틀 사이에 팔리랴 싶었던 방심이

결국 화를 부르고 말았던 거죠...

기분좋게 전체랩핑비까지 네고를 받았던 상황이었는데, 그리 허무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동안, 실의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만 하고 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

올해 안에 둘째 아이를 만나게 될 딸딸이 아빠로서

기왕이면 연비좋고, 토크빨 있어서 약간의 운전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디젤세단을 원했던 제 상황에서

예전처럼 생각없이 차를 선택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이번에 차를 선택하면 향후 3-4년은 변심없이 유지하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기에

선택에 있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마지막으로

BMW 640d 생각이 났더랬습니다.

물론, 현재 정식수입되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535d를 몰아보는것으로 대리체험이 가능하다 싶어서

역시 무작정 매장으로 찾아갔는데요...

(당연히 그때까지 너무 흔한 5시리즈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12년식 535d를 시승을 하는 순간 정말 정말 놀라고 말았습니다.

디젤 주제에 5천을 넘기는 rpm과 나름의 엔진사운드,

초기 발진가속때만큼은 SRT에 싱크로율 90%가량 매칭되는 느낌...

무지막지하게 밟았음에도 10키로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연비,

그리고 5초대 제로백...


시승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너무 흔해서 강남소나타로 불린다는 5시리즈의 외관도

13년 하반기에 페이스리프트된다는 소식도

다 잊어버린채, 

저넘을 만약 맵핑한다면 제로백 4초대 후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네... 그래서 계약했고, 출고하고 말았습니다.

제 손아래 동서가 이미 2010년에 5시리즈 나오자마자 528사서 질리도록 탔고

같은 업종에 있는 선배가 2011년에 역시 528오너가 되었으며

제 친한 동생이 작년에 520d를 구입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질을 했었기에

저는 정말 F10 5시리즈를 구입하는 일은 없으리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A7도 아니오, 파나메라도 아니고... F10 535d를 선택하고야 말았습니다... ㅎㅎ 



ps1.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2. 조언주신 테드회원님들께 감사드리는 의미로 담번 남산번개때 꼭 맛있는 커피 대접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