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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날 어머니집에 530is를 가지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VR6를 가져나왔습니다. 그때 기억에 영하 12도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동부간선도로에 올라가자 마자 갑자기 계기판에 배터리 경고등이 들어왔고, 직감적으로 벨트가 끊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같은 경험을 몇년전 한 적이 있었고 M5로는 벨트가 도로에서 끊어진 경험이 2번이나 있었습니다.

 

결국 차를 견인해 우리집으로 보냈고, 저는 그길로 택시를 타고 부모님댁으로 갔었습니다.

본넷을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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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의 끊어짐이 풀리의 파손으로 인해 벨트가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VR6에 수퍼차져를 장착하면 Serpentine벨트(원벨트라 부르는)가 순정보다 길고 순정에 있는 오토텐셔너를 제거하고 그냥 수동장력 조절에 의해 장착이 됩니다.

차져를 구동해야하는 특성상 순정 벨트의 조립장력보다 높은 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 오토텐셔너로는 어차피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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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차져의 경우 이 벨트의 그립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벨트가 걸리는 모습에서 도르레처럼 여러 풀리를 거치면 거칠 수록 벨트가 미끄러질 확률이 작습니다.

위의 사진에 동그라미 화실표에 보시면 절반으로 작살난 풀리가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그 좌측에 조각난 파편이 보입니다. 벨트가 완전히 아작나기 직전으로 가장 위에 화살표를 보시면 벨트가 내부에 엉킨 것이 보입니다.

 

문제는 이 Serpentine벨트는 스위스 Z-Engineering사에서만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고 풀리 역시 원래는 스위스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겨울휴가를 한달도 넘게 가는 이 스위스 한량들 덕분에 한달동안 연락도 되질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모든 것을 구하는 방향으로 알아보니 테드 회원이면서 같은 MK3 VR6수퍼차져로 별짓 다해본 최인호 군의 도움으로 풀리는 여분으로 구할 수 있었고, 벨트는 여러곳을 수소문한 끝에 동일한 길이에 앞뒷면 모두 홈이 파여있는 녀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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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작업을 모두 완료하고 차를 몰고 나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이놈의 풀리가 또 말썽을 부릴 것 같아서 사실 순정으로 돌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벨트건 풀리건 이제 국내에서 얼마든지 조달이 가능하니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차져의 내구성은 워낙 좋은편이라 수명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습니다만 튜닝된 차져들의 경우 풀리나 베어링 혹은 벨트의 슬립등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부품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다만 배기량이 좀 있는 엔진에 수퍼차져는 매우 안정된 출력을 얻을 수 있고, 출력특성이 고회전 고토크 엔진의 형태에 엔진의 반응성이 매우 좋은데다가 레드존 직전까지 쳐짐없이 밀어붙이는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에 같은 출력을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수퍼차져가 터보차져보다 고속빨이 좋게 느껴집니다.

 

배기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고, VR6엔진처럼 12밸브 방식에 매우 단순한 구조에 순정 리터당 출력이 낮은 엔진에는 수퍼차져는 마치 본인의 장기인 것 같이 궁합이 잘 맞습니다.

아무튼 하마터면 이런 매력을 가진 차져를 충동적으로 떼어버릴뻔 했다는 점에서 수리가 제대로 마무리된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매번 많이 타줘야지하면서도 일년에 1,500km타기도 힘든 녀석인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열심히 타줄 생각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