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그렇게 마쯔다 787B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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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마치고서 어느 새 Village (각종 업체들이 홍보/판매활동을 하는 공간)의 마쯔다 부스에 와있더군요.

역시 빠릅니다~ㅋㅋ)

 

시작하기도 전에 저를 이렇게 감동시켜버린 르망에,,

이번 여행에 그저 감사해하며 앞으로 벌어질 엄청난 우연들은 까맣게 모르는 채 그랜드 스탠드에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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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기상조건 속에서 드디어 79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시작됩니다.

F1처럼 스탠딩 스타트가 아니라, 포메이션랩(?)을 돌고서 출발선을 지나면서 바로 풀스로틀!

동영상을 보시죠. 

 

 

혹시 근래의 르망에 대해서 관심이 좀 있으셨다면 푸조와 아우디의 물고 물리는 라이벌관계에 대해 아실겁니다.

그동안 "안전빵" 작전으로 성공을 거둬온 아우디, "무리수" 작전으로 희비를 거듭해온 푸조..

하지만 디젤 경주차에 대한 새로운 제한 규정 때문에 두 팀 모두 많은 변화를 해야했기에,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 준비를 잘했는지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줄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기는 법을 아는" 아우디도 장담할수만은 없었죠.

(참고로 작년까지 V12 디젤터보를 쓰던 두 팀은 각각 V6 터보, V8 터보로 다운사이징하고 공기역학에 더 중점을 두고 나왔습니다.)

 

축구같은 스포츠를 볼 때, 너무 완벽하고 맨날 쉽게 이기는 팀보다는,, 어러번의 실패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도전자에 왠지

더 정이가고 응원하게되는건 저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겁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사실 푸조를 응원했습니다. 아우디가 이긴다면 그냥 누구나 예상하는, 쉬운 게임? 이렇게 될것 같았죠..

 

그러고있는데 갑자기 주변에 정적이 돌더니 웅성웅성...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저도 전광판을 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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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3번차량의 크래쉬... 그냥 다 찢겨분해되버리는 장면이네요..

사진 왼쪽편에 살짝 보이는 오르막 코너가 Dunlop 코너인데, 저길 넘어서 내려가던 아우디가 페라리와 충돌..

바로 언덕 넘어에서 저런 큰 사고가 난걸 경험하니... 멍해지더군요.. 게다가,

아우디 3번의 드라이버에는 전설 톰 크리스텐슨(르망 8회 우승의 최고기록), 리날도 카펠로(3회 우승의 베테랑)가 포함되어있었기에..

저 사고가 난 후, 저는 톰 크리스텐슨이 죽었구나 생각했습니다.. ㅡ.ㅡ....

나중에 알고보니 드라이버는 팀내에서 가장 경력이 짧은 앨란 맥니쉬였습니다.

차는 형체도 없이 분해되었지만, 드라이버는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처럼 다친곳 없이 멀쩡히 자력으로 걸어나왔고,

처음 건넨 한 마디는 "관중들은 괜찮습니까?" 였다고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저 사고로 인해 한 시간 반 가량 세이프티카가 뜨게되고,,

저와 와이프는 캠핑장으로 돌아오기로 했죠.

 

사실 그랜드스탠드보다 더 좋은 자리가 바로 캠핑장에 붙어있기 때문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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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도 나왔지만, 캠핑장의 위치는 빨간 점, 즉 인디에나폴리스코너와 아네지 코너 사이의 "ㄱ"자 공간이었습니다.

그란투리스모에서 샤르트 써킷을 달려보신분이라면(특히 집중력이 관건인 내구레이스모드로 해보신 분이라면)

이곳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실겁니다.

뮬산느를 지나 수 킬로미터를 풀스로틀하게되고, LMP1 경주차에 타고있다면 315km/h의 속도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꺾이는 브레이킹 포인트가 나타납니다.

코너 진입로 자체가 우측으로 꺾여있는것인데요,

특히 앞에 더 낮은 급의 차량이 있다면 그 차량이 초고속에서 어떤 라인으로 들어갈지/혹은 비킬지를 모르기때문에 난감한 곳이죠.

여기서 재빠른 브레이킹 후 5단으로 짧게 재가속, 오른쪽에 붙어 차를 직선으로 만들고 풀 브레이킹,

다음 이어지는 2단 좌코너를 도는데,

코너 탈출 후 짧은 직선에서 190km/h 까지 재가속하게되고 바로 이어서 1단으로 돌게되는 아네지코너까지 오면 운전자는 차가 거의 멈춘듯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수 초 전까지만해도 300km/h오버로 달리다가 1단으로 돌게되니까요..)

그 때문에 속도의 인지가 힘들고 브레이킹 감 잡기가 힘듭니다.

충분히 브레이킹을 못하거나 언더가 나서 돌지 못하고 꽈당 하는 경우가 자주 있게되죠.

 

한마디로,, "사고 잦은 곳" 입니다.

 

 

 이곳에서는 동영상에서와 같은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는데요, 동영상 속의 페스카롤로 LMP2 차량역시 

인디에나폴리스 코너 진입하면서의 브레이킹 미스로, 다음 이어지는 2단 코너를 제대로 돌지 못한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위험하게 코스 복귀를 하는데요,, 푸조 908과 완전 충돌할뻔했더랬습니다.

푸조 드라이버의 재치로 주행라인이 엊갈리면서 충돌을 면했죠. 후우~~

 

그렇게 시간은 지나.. 레이스는 속개되었고 우승후보인 푸조와 아우디 차량들은 모두 한 랩 안에서 함께 달렸습니다.

제가 응원하던 한국타이어 판바허의 458 역시 그럭저럭 분전하고있었고, M3 역시 탈락 없이 잘 달려주는 상황.

 

레이스가 1/4 정도 지났을 때 피트의 모습은 대략 이랬습니다.

 

 

그리고 아래가 다음 날 레이스 종료 1~2시간 전의 모습.. 차이점이 보이시는지요? 셔터를 내린 피트들...

 

  

하룻밤 사이에 저렇게 많은 차들이 리타이어 한 것인데요,

그 밤의 시작을 저는 관람차에서 맞았습니다.

 

 

 관람차의 위치는 마지막 코너인 "포드 S" 코너 옆으로,, 르망에 가셨다면 꼭 타보셔야할 명물이지요.

근데 관람차가 한 바퀴인가 돌았을 때,, 저 밑에서 세이프티카가 출동하더군요.. "헉.. 또 무슨 일이 터졌나?" ... 

라디오 해설자의 말과, 멀리 보이는 전광판을 통해서.. 뭔가 큰 사고가 터졌다는 걸 알게됩니다.

 

앞서 설명드린 인디애나폴리스 코너 직전의 스트레이트에서 아우디 1번 차량이 300km/h로 달리며 페라리를 지나쳐가는 순간,,

예상치못하게 페라리가 아우디의 라인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아우디의 뒤를 슬쩍 건드렸고...

결과는... 상상이 되실겁니다. 오전의 사고보다 더 큰 사고가 터진거죠. 다행히 이번에도 드라이버는 다친곳 없이 무사했는데요,

사고를 당한 아우디의 두 드라이버는 안전을 최우선시한 아우디 레이스카 설계자들에게 무척 감사해했습니다..

98년에 포르쉐 GT1으로 르망을 정복한적도 있는 앨란 맥니쉬라는 베테랑 드라이버조차

이번 사고는 자신이 당해본 중 가장 최악의 사고였다고 했으니...

아우디가 겪은 두 번의 사고는 정말 무시무시하고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그 결과는 제게도 안타까웠습니다. 모처럼 그랜드스탠드까지 왔는데 대략 이런 모습만 보게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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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놀이중인 머쉰들.. 사고가 수습되기까지 저런 상황이 두 시간 반 지속됩니다....쩝...)

 

이 때가 10시쯤이었는데, 앞으로의 17시간을 아우디는 남은 한 대로만 선두를 지켜내야하는 상황...

아무리 운전을 잘하고 머쉰 성능이 좋아도 언제 무슨일이 터질지 모르는..

아니, 순탄할 가능성보다 뭔가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더 큰 곳이 르망이었기에,,

저는 마음 속으로 푸조의 우승을 예상했습니다. 푸조 세 대는 모두 이상없이 잘 달려주고있었지요.

이대로 잘달려주기만해도 어부지리로 우승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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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1번, 3번 아우디의 피트.. 그리고 최후의 희망 아우디 2번이 피트 앞 스트레이트를 지나고있네요)

 

그랜드스탠드에서는 별 재미를 못봤지만, 르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새벽 시간이 저를 기다리고있었으니,,

르망에서 꼭 봐야할 관람 포인트로 알려진 아네지 캠핑장의 야간 주행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시지요.

 

 

야간에 라이트를 켜고 질주하는 경주차들의 모습과 사운드도 보실 수 있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술병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 보기싫다기보다 신기할 정도...

게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형체들이 또 있지요? 침낭 깔고 바닥에 누운 관람객들입니다.

여자들까지도 영상 7도의 추운 날씨에 야.야 취침을 감행하던 그들의 헝그리정신? 열정? 문화? 객기??

이런것에 참 놀랐습니다.

(사실 르망을 싸게보는 방법으로,, 기본 입장권만 갖고온 경우-즉, 캠핑장과 그랜드스탠드 표가 없는 경우-

밤새도록 레이스를 관전하면서 르망에 머무르기 위해선 저런 방법도 있는것이죠.)

 

 (빵빵! 화르르르 터지던 빽파이어.. 불빛을 뚫고 다가와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형형 색색의 경주차들을 보고있노라면

시간이 멈춘것만 같았습니다.

특히 두 개의 수직꼬리날개?를 LED로 치장한 검은 아우디 R18의 모습, 날아와서 속삭이는듯한 그 엔진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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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에나폴리스 코너를 탈출하는 포드 GT와 로터스 Evora. 로터스는 Elise로 쓴맛을 본 뒤로 첫 출전에 완주까지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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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응원하던 한국타이어 458은.. 예선에서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나중엔 결국 자취를 감추더군요..)

 

그렇게 구경하기를 새벽 4시 반까지 하고서,, V6, V8, V10, V12 그리고 플랫 6까지... 각종 엔진들이 연주하는 자장가 아닌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들었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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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8시 반경의 모습입니다. 빨간색 TVR의 후드에 서리가 내린게 보이시나요? 꽤 추웠답니다,,,^^

차에 앉아서 찍은 사진인데 왼쪽을 보시면 인디에나폴리스 코너 부분에 설치된 빨간 아우디 광고판이 보입니다.

인디코너가 저렇게 가까웠어요. (덕분에 자장가도 확실히 들렸지요..ㅋ)

 

일어나자마자,, 일단 관람 포인트로 가봤습니다..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던 것은.. 차들 댓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것...

대신에 캠핑장 화장실 옆쪽으론 포르쉐 한 대가 퍼져서 숲속으로 끌려들어와있었고,

아네지 코너 노면에 남겨진 타이어 스키드마크들은,, 그 1단 저속코너에서 언더/브레이킹 부족으로 코스아웃한 차들이

그 밤 새 꽤 된다는 걸 말해주고있었습니다.

나름 응원하던 걸프 도색의 60번 아스톤마틴 밴티지도 없어졌고, 한국타이어 판바허 458도 보이질 않았죠.

그러나 그러던 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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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2번.. 건재하더군요.. 이 때부터 점점.. 저역시 아우디 팀의 저력에 빠져들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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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를 달리던 푸조의 9번. 맹렬히 쫒으며 아우디를 사냥중이었습니다.

 

이 날 오전에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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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진은 10분 간격을 두고 같은 장소 (아네지 코너)에서 찍은 것인데요,

아쉽게도 업로드 제한 때문에 화질이 떨어지지만, 두 사진 다 아우디 한 대와 푸조 두 대가 같이 등장합니다.

먼저 사진에선 푸조 9번이 저만치 재가속중이고 아우디의 희망 2번, 그리고 그 뒤를 푸조 8번이

바짝 붙어 견제중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두 번째 사진에선 블랙/그레이 도색의 아우디가 저 앞에 재가속중이고, 그 뒤를 푸조 9번, 8번이

뒤쫒고있습니다.

샤르트 써킷 랩타임이 3분 30초 정도이므로 10분 = 3랩 사이에 저렇게 순위가 뒤바뀌어가며 혈전을 벌인거죠..

이게 2시간만에 끝나는 F1이라면 별일 아닐수도 있지만, 24시간 레이스에서 막판까지 저렇게 한끝 차이로 엎치락 뒷치락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기가 힘든 일입니다.. 그런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있었습니다.

 

동영상으로도 보실까요? (특히 52초 부분에 나오는 아우디와 푸조.. 완전히 붙어가고있습니다. 중계 화면에서도 집중해서

보여주고있군요.)

 

 

 ...이무렵

드라이버들도 지쳐있었겠지만, 저역시 레이스 전날 엄청나게 걸은 것과 새벽까지 잠못이루며 관전한 탓에 상당히 지쳐있었고,

그러던 차에 또 한 번, 인디에나폴리스 코너에서 흙먼지가 피어오르더군요. 스크린을 보니 푸조 차량이 충돌을 한것같았는데,,

한 30초만 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었는데도 그무렵엔 저역시 지친 나머지 그냥 pass 하게되더군요.

그 광경을 직접 볼 수도 있는데 고개만 내밀고 멀리서 스크린으로 보게되는 상황... 저도 참 지쳤었나봅니다..

 

스크린으로보니 푸조 7번차량이 인디에나폴리스 코너 진입 브레이킹에서 실수,

(언더스티어에 이은?) 충돌로 우측 프론트 바디가 손상되었고,

다행히 주행은 가능했지만, 이어지는 아네지 코너를 돌아 나오며 WOT 함과 동시에 우측 프론트 바디가 완전히 하늘로 날아가며

찢겨져나가더군요. 이 사고로 경기는 아우디:푸조 1:2 의 상황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경기 주요장면이기도하지만 자세히 하는 이유는 덕분에 후에 기념품을 득템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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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리를 옮겨, 다시 그랜드스탠드에서 이어집니다.

 

11시경, 레이스 종료를 4시간 남긴 시점에서도 아우디는 한치의 흔들림없이 주행을 계속했습니다.

한 대로 세 대를 상대하는 아우디 팀의 저력이 위대해보이기까지하더군요.. 

결국 푸조역시 아우디가 자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8번차량을 이용해 아우디 2번의 피트인을 방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합니다. 덕분에 푸조의 8번은 1분 stop 이라는 페널티를 받고 1위 경쟁에서 떨어져나가게되지요.

 

제가 듣고있던 영어 라디오 중계에서는 "우리가 이런 걸 볼려고 여기 왔는줄 아느냐~?!" 등등 푸조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매우 실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이상스럽게도 그 순간에 제가 타고있던 셔틀 버스에서는 아무도 푸조 욕을 하지도, 아우디 편을 들지도 않더군요.

그제야 저는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곳은 프랑스... 푸조의 홈그라운드이고 아무리 아우디가 대단하다고해도 대다수의 관중들은

내심 푸조가 다시한 번 해내기를 원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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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종료 약 45분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사람들의 표정... 특히 사다리 위에 올라가있는 다섯 명의 아이들의 표정을 보세요.. 아우디 팬이 아닌것만은 확실했습니다.

귀에 듣고있는건 라디오인데요, 가장 위에있는 막내아이.. 미간을 찌푸려가면서 무언가를 애타게 바라는 표정.. 잊혀지지 않네요.

 

이 시점부터 레이스 전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어느 외국인이 정리해놓은 글을 인용하여 덧붙이고 싶습니다.

 

"밤새 아우디가 10~11 랩에 한 번씩 타이어 교체를 하는 동안에 푸조는 아우디를 쫒기위해 소프트 타이어를 쓰면서도

12랩에 한 번씩 교체해가면서 추격했고 푸조 908은 매우 효율적인 머쉰임을 증명했다.

...사이먼 페지나웃이 운전하는 9번 푸조는 그렇게 선두에게 계속 압박을 가했다."

 

"...일요일 아침, 선두 차량들은 불과 몇 초 차이로 달리고있었다. 각 팀의 피트전략 때문에 선두는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
하지만 아우디 머쉰은 V6 임에도 가장 빨랐다... 24시간을 통틀어 아우디 2번 차량은 고장으로 피트인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연료탱크의 문제로 65리터의 탱크 용량을 전부 사용할 수가 없었고, 아우디의 마지막 드라이버 안드레 로터러는

더 잦은 재급유를 위해 더 많은 피트인을 해야했기에 그만큼 푸조와 충분한 거리를 벌여놓아야만했다."

 

"11시경에 비가 예보되는 중에도(그리고 실제로 비가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우디를 넘어서기위해 슬릭타이어를 고수
하는 도박까지 감행한 푸조팀.. 마지막 주자 사이먼 페지나웃이 마침내 안드레 로터러와 30초 안쪽까지 줄이게된다."

 

"2시 24분. 레이스를 30여분 남기고 아우디 2번과 푸조의 9번 두 차가 동시에 최후의 피트인을 하게된다. 페지나웃은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았고 로터러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엇갈린 선택을 하여 푸조가 오히려 먼저 피트레인을 떠난다.

이 때 두 차의 차이는 10초 안쪽.
(이 광경을 직접 봤는데 전 푸조가 이기는줄 알았습니다..하지만,.)


새 타이어 덕분에 로터러는 랩을 거듭할 때마다 앞으로 치고나갔고, 결국 두 차는 13초 420의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르망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레이스 중 하나였다. 25만명의 관중들과 수백만의 시청자들에게 79회 르망은
두 번의 아우디 대파 사고, 푸조를 상대로 거둔 아우디의 13초짜리 승리, GT 클래스를 휩쓴 콜벳으로 기억될것이다."

정말 두 팀 모두 사력을 다한 경주였다는걸 알게합니다.. 인간도 기계도 팀의 작전도 한계까지 간것이죠..

그런데 위의 글 중에 자꾸 등장하는 이름 둘.. 안드레 로터러와 사이먼 페지나웃 기억나시는가요?

 

네.. 리뷰 1에서 언급된 두 사람, 바로 경주 전날의 퍼레이드에서 제가 사인을 받은 그 두 명의 드라이버입니다.

 

rs_rs_DSC01184.JPGrs_rs_62 르망 퍼레이드 안드레 로터러 사인.MP4_20110628_105416.jpg

 

믿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인받은 두 명의 드라이버가 최후의 순간까지 승리를 위해 자신을 불태운 두 사람이 되었다니,,,,,!

 

아우디의 2번 차가 홀로17시간의 싸움 끝에 1위를 한 것 만큼이나,

푸조가 완벽한 전략과 모험, 고성능의 머쉰을 가지고도 아우디의 벽을 넘지 못한것 만큼이나..

눈 뜨고는 못볼 충돌사고에서도 두 명의 아우디 드라이버가 다치지 않은 것 만큼이나...

저에게 있어서 79회 르망이 정말 특별한 드라마가 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 제목을 이번엔 "내게도 한 편의 드라마로 남은 24시간" 으로 정한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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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은 시상식이 끝나고, 아쉬움과 놀라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온갖 생각들 속에 또다시...

 

...또 걸었습니다.

 

경주가 끝나자 모든 미니 기차, 셔틀버스가 운행을 중단했고,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다시금 캠핑장까지 걸어야했지요.

대부분의 관중들은 메인 게이트로 바로 빠져나갔지만 저는 캠핑장이 저 멀리 아네지인 까닭에... 아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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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머쉰의 오일과 카본섬유, 타이어 조각, 드라이버들의 땀과 열정이 흩뿌려지던 르망 샤르트 써킷 코스를 따라 4km를 걸은 것도 특별한 또 하나의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 한 시간 가량을 써킷을 역방향으로 걸으며 머쉰이 미끄러져 충돌한 곳을 밟아보고 만져보고 할 기회가 없었다면

24시간의 감흥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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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파란 모자가 바로 미쉐린버스에서 받아서 안드레 로터러와 사이먼 페지나웃의 사인을 받은 그 모자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푸조 7번차의 우측 프론트가 대파된 곳에서 주워온 카본섬유 조각도 있네요.

마쯔다 787B 모형은 그녀석과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만난 걸 기념하는 기념품으로 구입했지요.

어느 수집가가 내놓은 중고품을 우연히 써킷 현지 매장에서 찾았더랬습니다.

 

 

 

 

 

 

 

 

 

 

 

르망에서의 감동이 어찌나 컸던지, 여행 내내 르망 24 포스터를 120D 뒷유리 공간에 쫙 펼쳐놓고 다녔는데요,

그런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룩셈부르크/독일로 향하던 프랑스의 고속도로에서 특별한 만남이 절 기다리고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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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 써킷에서 출발한 다른 페라리 팀 차량들과 거의 같은 시각에 조우한 아우디 스포트 팀의 트레일러 두 대...

저 안에 대파된 R18 두 대의 잔해가, 그리고 아우디에게 10번째 우승을 가져다준 주인공, 2번 R18 차가 들어있었을까요?

^^&

 

 

 

 

 

 

 

// 이상으로 79회 르망 24시간 리뷰를 마칩니다. 생각보다 장문의 글이 되었는데요, 여기까지 읽어주시고 어지러운 동영상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글에 언급은 되지않았지만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준, 2박 3일의 르망 일정 동안에 여자로서 힘들었을텐데도 함께 즐겨준 와이프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