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가 데뷔한지 수달이 지났습니다.
여러 매체의 시승기는 물론 인터넷에도 사용기나 시승기가 다량 올라와 있습니다.
저 역시 수동모델들로만 여러차례 시승을 해봤고, 그때마다 시승기를 올렸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이하 젠쿱)를 G37쿠페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G37 쿠페는 젠쿱의 벤치마크 대상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두 차량은 흡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젠쿱에 대한 평가를 구지 G37쿠페와 한다면 젠쿱은 젠쿱이고 G37은 G37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차를 수평에 놓고 비교할만한 성질의 것은 수치적인 데이터 비교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젠쿱을 평가절하하거나 요목조목 아직 젠쿱이 절대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멀었다고 평가하기는 더더욱 싫습니다.

젠쿱을 비하하거나 혹평을 가하시는 분들의 심리에는 현대에 대한 애착과 애정어린 충고라는 변명이 더 많이 깔려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차의 실체를 상대적으로 비교한다고 하지만 젠쿱 입장에서 보면 약간 억울할 정도로 냉혹한 평가를 서슴치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핏대를 세우며 젠쿱의 존재와 G37쿠페하는 것 자체를 극렬하게 부정하려할 것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차를 비교할 수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되어야할 부분은 차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가격 포지션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격대비라는 전재조건을 배제한체 기계 대 기계로 비교한다면 젠쿱이 G37 쿠페를 앞설 수 있는 부분은 아쉽지만 없습니다.
일본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는 그 역사가 깁니다. 미국에서 차를 팔아본 경험도 많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평가와 질타를 받으면서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최신 일본 스포츠카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일방적으로 싸대기를 맞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일차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있는 스포츠카들도 많아져 일제 스포츠카는 기계적으로 독일차와 비교되고 싶은 것이 그들의 본능입니다.

젠쿱은 이제 막 나온 갓난 아이이고 현대 입장에서도 여러 시장에서 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는 입장일 것입니다.
2,3세대를 평가할 때와 갓나온 1세대를 평가할 때 그 접근방법에서 약간 차별을 두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주관이 있었기 때문에 전 젠쿱이 가진 기계적인 수준보다 약간 더 높은 점수를 주었던 것이지요.
전 가능성과 고뇌한 흔적을 높이샀고 결과물에서 노력과 성과를 느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3000만원대에 즐길 수 있는 300마력대의 출력과 6단 수동변속기 브램보 브레이크, 미려한 외관의 패키지는 훌륭합니다.
서스펜션의 세팅이 G37 쿠페 수준으로 높아지려면 숙성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85% 충족시키고 있다고 보고 튜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감성적으로 서투른 세팅의 부족함도 분명 보이지만 이 부분은 철저히 경험 부족이라는 점과 스포츠카가 갖춰야할 감성에 어떤 조건들이 있는지를 현대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하려는 노력으로 극복 해야할 것입니다.
수동변속기를 예로 들자면 변속과 관련된 일련의 동작에서 스포츠성을 더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이런면에서 차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진짜 스포츠카를 정말 즐기면서 뭔가 생각하면서 많이 타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반면 G37쿠페는 그야말로 선수들이 만든 차입니다. 실험실보다는 필드에서 차와 함께 뒹굴면서 차에 감성을 부여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차이지요.

게다가 G37쿠페는 이전세대의 G35 쿠페와 비교해도 모든면에서 출중한 진화형 모델입니다.
333마력의 신형 엔진은 회전이 꽉차고 아주 옹골찬 느낌으로 돌아줍니다.
자동변속기는 Rev. 매칭 기능이 있어 다운시프트를 할 때 배기쪽에서 왕왕 하는 연출도 멋집니다.

스티어링 감각과 하체의 밸런스 특히 좌우 평형성이 구형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고속코너 실력이 향상되었지만 속도가 높으면 너무 예민해서 절대적 안정성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와인딩 좀 빨리 돈다고 해서 서스세팅에 아주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지요.

실내의 질감도 구형에 비해 아주 좋아졌고, 시각적으로도 가격에 부합하는 수준입니다.
젠쿱이 발전하는 방향에서 G37은 좋은 교과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G37쿠페가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먼 곳에 있지도 않습니다.

초기 젠쿱의 품질 문제 때문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아 점수를 많이 깍아 먹은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구성으로 차를 설계해도 조립하는 사람들이 대충 만들어버리면 차는 순식간에 쓰레기로 전락해버립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서슴없이 파업을 결정하는 노조님들의 고귀하신 철학을 생각해볼 때 젠쿱이 좋은 품질로 당당하게 시장에 나타날 수 없었음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젠쿱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조립되었다는 가정하에 이차를 그리 자신있게 혹평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많을까라는 의문도 던져봅니다.
부족한 부분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부분이 더 많음에 좀 더 힘을 실었으면 합니다.

가격에 부담이 없다는 측면에서 젠쿱에 야유를 보내기 보다는 일단 박수부터 치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후륜 구동 스포츠 쿠페가 어찌되었건 나왔지 않습니까?
전륜 일색이던 애프터마켓 시장에 전혀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그 일등공신은 분명 제네시스 쿠페이니까요.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