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해 회원 정원우 입니다.

2014년 출고 2015년형 HG 2.4를 가져온지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모던 트림, 파노라마선루프와 드라이빙어시스트 1 패키지만 적용되었고
주행거리는 13만km였습니다.

그 동안 아주 극단적으로 수동변속기만 고집하다가
자차로는 처음으로 순수 자의로 구매한 자동변속기 차량이라는 의미가 큽니다.
처음에는 조금 우려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적응해서 편안하게 잘 타고 있습니다.
기 빨리듯 가속하는 듯한 느낌이란 점이
동세대까지의 국산 자동변속기 차량에 가진 불만이었는데,
얘는 의외로 직결감이 꽤 괜찮은 듯한 느낌에 이질감이 적어서 잘 타고 있습니다.
악셀 페달을 좀 놓을라 치면 바로 락업이 걸리면서 rpm이 1,000 근처까지도 쑥 떨어집니다.
평소 수동변속기 차량을 느긋이 탈 때의 패턴과 비슷해서 취향에 잘 맞습니다.
변속 속도는 아주 빠릿빠릿하지는 않아서 수동변속기 차 탈 때와 비슷합니다만,
레브매칭 신경 안 써도 되는 점이 편해서 좋네요.
가끔 울컥거리는 건 저도 클러치 잘못 놓으면 그랬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막 가져왔을 때는 일상주행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킹이 극심했었습니다.
하여, 그 동안 스로틀바디 청소 및 ECU 학습값 소거 후 악셀을 적극적으로 밟으며 탔고
지금은 일상주행 범위 내에서는 확연히 체감이 될 정도로 개선이 된 상태입니다.
오르막이나 풀스로틀 상태에서는 여전히 노킹이 발생하나, 극단적인 정도는 아닙니다.

뉴스까지 나왔었던 세타2 2.4 GDi 엔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극단적인 파손에 대해서는 제조사에서 평생보증 해준다잖냐... 이런 생각...?
이젠 구형 차량이지만 IG 초기형과 같은 형번의 흡기 E-CVVT 적용 개선 엔진이며,
전문가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일반인인 제 느낌으로는
그저 일상관리의 정도에 조금 더 민감한 것 같다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세타1 2.0 MPI + 4A/T에 비하면 저속부터 확실히 토크가 두둑한 느낌이고
세타2 2.0 MPI + 6A/T에 비하면 회전 질감이 확실히 부드러운데
연비는 세타2 2.0 MPI + 6A/T보다 살짝 아쉬운 정도라 매우 만족합니다.
K3 1.6 GDi + 6A/T와 동일 코스에서 트립상 연비는 좀 차이가 났었는데,
동일 주행거리에서 실 주유 비용이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

HG 2.4는 차체에 비해 배기량이 작아서 잘 안 나간다는 말씀들을 많이 봤습니다.
가속력이 아반떼와 비슷할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풀악셀'을 해보니 아직 컨디션이 그럭저럭인 상태임에도 제로백은 8초대로 끊네요.
속도계 쭉쭉 잘 올라갑니다.
게다가 두툼한 토크감까지 더해져서 힘이 부족한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상 주행시에는 다소 여유롭다는 느낌이며,
전에 타던 i30(GD) 2.0 GDi 수동과 비교해도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V6인 3.0에 비하면 아무래도 질감이나 파워 면에서 아쉽겠지만,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악셀링이 황당할 정도로 아둔해서, 대략 절반까지 밟아도 고단 기어를 물고
2천rpm 전후로 꾸역꾸역 가속하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 부분은 최근에 제네시스 G70 순정 악셀 페달로 교체함으로써 보완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악셀 조작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악셀의 순간적인 가감 조작에 대한 반응이 둔한 것 - 조작 씹힘은
부드러운 드라이빙을 컨셉으로 해서 그런갑다 하고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로 인한 일상 주행시의 불만은 별로 없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NVH는 명불허전, 조용하네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매우 억제되어 있는 가운데
4기통 엔진과 자그마한 고압 펌프가 까르륵 하는 소리만 나지막히 들립니다.

물론 13만km를 넘긴 만큼 하체에서는 더더덕 하는 소음 정도는 들려옵니다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어서 더 심해지면 손을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거슬리는 건 앞쪽 좌우 위쪽 언저리에서 들리는 소음인데,
다른 HG를 몰아보면 대다수가 이런 걸로 봐서 이것도 원래 이런갑다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타이로드 이너/엔드쪽이나 사다가 한번에 교체해볼까 싶습니다.

옛날에는 그랜저가 분명 푹신하고 소나타보다 둔하고 붕 뜬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HG는 딱히 둔한 느낌도 없고 YF나 TF(K5)보다 붕 뜬 느낌이 확연히 덜하며
저~중속 와인딩로드가 섞인 출퇴근길에서도 뒤쪽의 접지감이 더 분명하게 느껴져서
의외다 싶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MD 디젤 끝물을 2년여간 소유하고 YF를 잠깐 타며 아쉬웠던 부분이
적어도 제가 타는 패턴에서는 같은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좋아요.

주행거리에 따라 여러 모로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이지만,
소위 '차급'은 무시 못한다는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덩치 크고 달린게 많은 차가 고장날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를 적극적으로 몰아부쳐본 뒤의 느낌은 오히려 HG 쪽이 더 잔잔하네요.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실내 공간이 정말 넓다는 점입니다.
저는 좁은 땅덩이에서 큰 차를 선호하는 풍조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런데 큰 차에 동승자를 태워보니 확연히 체감되는 것은, 마음이 편하다는 점입니다.
뒷자리에서 다들 너무 편안해 하시니까요.
동승시 늘 조수석에 앉으시는 어머니는 두말할 나위 없고요. 이게 가장 좋네요.
실내 마감도 마음에 듭니다. 확실히 좀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체감상 차선 변경하기가 수월해진 것도 재밌는 일입니다.
철 지난 중고차일 뿐인데...

세대를 감안했을 때 기본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느끼고 있고,
한동안 제대로는 아니라도 독일 신차들을 여럿 몰아본 느낌과 비교해봐도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