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인선입니다.

앨범란에 올린 저의 엘란 입양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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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부산행.

왕복으로 미리 예매했습니다.

엘란이 맘에 든다면 상행선은 취소해야 했지요.

간 밤에 잠을 설쳐, 열차타면 금새 잠이 들 줄 알았더니 창 밖의 풍경이 또렷합니다.

어쨌든 화창한 겨울하늘, 청량감이 좋기만 합니다.

 

오랜만에 찾는 부산.

추울까 봐 덧입었던 외투를 벗어도 될 만큼 포근하더군요.

날씨가 도와주는 듯.

 

초읽기.

부산역을 빠져 나오는 계단, 마치 잠시 손을 놓친 손녀딸 찾는 심정으로 시선이 바쁘고,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다소 혼잡한 부산역 인근 유명한 카페 앞, 드디어 엘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차 된 두 대의 관광버스 사이로 배꼼이 드러낸 엘란의 슬랜트노즈.

'여전히 예쁘구나'

 

본능적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양도인과 양수인.

간단히 악수를 청하고 복잡한 시내를 빠져 나와 미리 약속해둔 해운대로 향합니다.

그제서야 구체적인 인사와 여유 있는 대화가 오가기를 30분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해운대 인근의 국밥집에 들어갔습니다. 

돼지국밥이 아닌 소머리국밥 비스무레한..

한 미각하지만, 그 맛이 느껴질리가 없습니다.

 

식당 주차장에 새워 둔 빨간색 엘란. 그제서야 찬찬히 살펴봅니다.

아니 넋을 잃고 감상 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포커페이스 실패. 

어쨌든 저의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스펙션을 위해 좀 더 한산한 송정해변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애초 리프트가 있는 정비소를 먼저 가려했지만 뭔가를 발견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말 처럼 그냥 눈을 반쯤 감았습니다.

 

해운대에서 송정해변 가는 길. 

이따금씩 나타나는 굽이진 아스팔트, 상쾌한 해변의 햇살, 그리고 엘란.

이 모든 것이 고해상도 필름처럼 뇌리에 저장됩니다.

이른바, 굿데이입니다.

전 주인이 익숙한 듯 찾아 간 송정리 해변의 엘란.

우리는 통유리로 된 시야가 좋은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해변과 엘란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했습니다.

 

공약과도 같은 전 차주 분의 메일내용, 판매 글 그리고 제가 엑셀시트로 작성해간 엘란 전용 체크리스트.

다 필요 없고, 계약서부터 보자고 재촉합니다.

커피는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시선은 온통 창 밖의 엘란, 그리고 부산의 푸른 바다만 기웃거립니다.

 

햇살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엘란의 붉은색,

정답을 보여주는 듯 한 로터스 엘란의 S2버전 BBS, 깔끔한 외관과 무결의 도장상태.

바래지 않은 소프트탑, 너무나도 완벽한 것 같은 엔진룸.

그리고 너무도 반가운, 요즘차들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른 엘란의 실내가 순정상태 그대로

너무도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한껏 고무되어 저 놈을 타고 어서 올라가고 싶은 생각만 들더군요.

 

엘란을 보내는 것이 서운했던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전 주인을 뒤로하고,  

KTX가 아닌 엘란과 함께한 상행선.

TSD엔진의 선 굵고,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내장재 잡소리와 시끄러운 풍절음을 뚥고 가슴깊이 들려옵니다.

시프트와 페달을 정성스레 다듬으며 새차 길들이는 양, 작은 조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4시간여의 지루한 고속도로 크루징이었지만 마음은 벌써 굽이진 산간도로 한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상상을 하며 

환희의 비명소리를 지르고 있었지요.

이 녀석과 오래오래 함께이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 전 차주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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