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6일간 네덜란드 암스텔담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암스텔담/헤이그와 풍차 마을, 북해 등 도심과 시골을 다 다녀보니
참 독특한 매력을 가진 국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정말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막상 차를 렌트해서 이곳 저곳 다녀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지네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행인, 유모차, 트램 등등이 한데 영켜 다니는데
택시 3대 외에 빵빵거리는 차량을 단 한 대도 볼 수 없었고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어딜 가도 보도-자전거 도로-차도 식으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안심하고 탈 수 있다는 점도 그랬고요.

한 번은 사람들이 지나가려는데 제가 제가 실수로 브레이크를 2번 나눠 밟았더니
웃으면서 손바닥을 벌려서 놀라는 시늉을 하더군요. 뭔가 여유가 있다고 할까요.
저도 덩달아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지나가라고 헀죠.
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행인이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때문에 멈췄는데
그래도 씨익 웃더군요. 뭐 이런 식입니다.

원래는 렌트할 계획이 없었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빌리자고 해서 sixt에서 빌렸네요.
Avis, Hertz, Budget 등등 다 돌아봤는데 저희가 원하는 6인승 오토 차량이 없더군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필요한 차를 항상 빌릴 수 있었는데 조금 의외였습니다.
렌트비도 비싸서 기름값까지 치면 하루에 거의 50만 원을 내고 빌리게 되었네요.
그리고 국제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일단 제가 운전을 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헤이그, 풍차마을, 북해 등등을 돌아봤습니다.

운전을 해 보니 고속도로 1차선은 무조건 추월 차선이더군요.
가끔 1차선으로 그냥 달리는 차도 있지만 보통 2차선으로 달리고
2차선 차량이 뒤쪽에 있는 차가 추월하기 쉽도록 갓길 쪽으로 비켜주기도 하더군요.
사람들이 깜빡이도 잘 안 켜고 휙휙 차선을 많이 바꾸긴 하는데
위험하다거나 조마조마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구간/지점 단속 카메라가 많아서 좀 그렇긴 했지만 네비 덕분에 잘 피한 듯 합니다.
역시 Garmin 네비가 쓰기 편하네요.

돌이켜보니 딱 1번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군요.
2차선 주행 중 큰 트럭이 앞에 있길래 추월하려고 1차선으로 가니
갑자기 트럭이 1차선으로 반쯤 넘어오더니 왼쪽 깜빡이를 켜더군요.
그래서 한국하고 비슷하구먼 생각하면서 2차선으로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폭이 확 좁아지는 다리가 나오는 겁니다. 양쪽엔 벽이 있었고요.
그냥 앞으로 달려나갔으면 트럭과 제가 몰던 그랜디스 모두 벽에 끼일 뻔 했네요.
물론 다리 지나자마자 트럭은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2차선으로 갔고요.

암튼 추석 기간 동안 몸이 별로 안 좋은 상태에서 출장을 가야 해서
처음 며칠간은 좀 힘들고 그랬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렌트한 미쯔비시 그랜디스는 힘이 꽤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2.4L인데 한 100km까지의 쭉 밀어붙이는 파워가 좋더군요.
제가 지금 1.8L 뉴EF를 몰아서 그런지는 몰라도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렌트해 본 차 중에서
후방 주차 센서랑 자동으로 접히는 백밀러가 있었던 차량은 그랜디스가 처음이네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오늘 처음으로 다시 운전을 했습니다만
며칠간은 네덜란드인(?)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차를 몰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또 한두 주 시간이 흐르면 운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우리나라 운전자가 되어 있겠지만요.

아무튼 암스텔담의 살인적인 물가도 그렇고
느낀 점이 참 많았던 출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