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들로 달력을 처음 만들어 본 것은 2006년부터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달력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많았죠.

사실 달력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 하고 생각했던 것이 ACCD 들어가기 전부터였으니

적게 잡아도 10년 전입니다만  귀차니즘과 게으름, 그리고 인쇄비 등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실천하지 않다가 2006년에 처음 만들어보고 그 이후 매년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달력을 받아보신 분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공짜 선물이라서 그런건지..*^^*

게으름과 귀차니즘때문에 늘 그림을 늦게 넘겨서 항상 달력이 늦게 나욌는데 이번에는

만화를 그릴때부터 달력용으로 쓰기 괜찮을 그림이면 미리 크게 그려두고 해서 좀 일찍

달력그림을 그래픽회사로 넘겼습니다.  이번에는 제 프로필과 이런 것도 넣을 예정이라

추가작업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12개의 그림은 완성했으니까요.



현대 제네시스입니다.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1월달에 집어넣었습니다.



2월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인 시보레 이쿼낙스 퓨얼 셀입니다.  

이번 달력에 들어갈 차종중 외관이 젤 맘에 안드는 녀석이라 제일 짧은 2월에 넣었습니다.





3월은 포드 모델 T입니다.  예전 주유소를 그려보려고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옛날

주유펌프들은 무척 키가 컸더군요.



4월은 스즈키 사무라이와 핀츠가우어입니다.  사무라이는 원래 2009 달력에 들어갈 계획이

전혀 없는 차종이었습니다만 8월초에 부랴부랴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텍사스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최근 스즈키 PR로 전직한 데이빗 볼트(David Boldt)씨

때문이었죠.  볼트씨는 만날때마다 제 그림에 대해 칭찬을 해주시는 분입니다.

물론 2008년도 제 달력도 한부 가지고 계시죠.  

자동차 저널리스트와 홍보실 임직원들의 모임인 MPG (Motor Press Guild) 는 매월 첫

화요일에 정기모임을 갖는데 그동안 몇번 제게 다음번 달력에는 스즈키 차가 들어가는지

농담 비슷하게 물어보시더군요.  8월달 모임에서 볼트씨와는 서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제 달력의 8월에 있는 재규어 그림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하시고는 혹시 내년

달력에는 스즈키를 하나 넣을 수 없냐고 진지하게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스즈키 차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차가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보니 사실 딱히 떠오르는

차가 없었습니다.  지난번 뉴옥 오토쇼에서 본 키자쉬 3 컨셉트도 멋있기는 했지만 달력에

넣을만큼 마음에 드는 차도 아니었고  티코의 모태였던 알토나 왜건 R같은 경차를 그려볼까

하다가 그것도 그리 끌리지는 않고.... 그러다가 사무라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모 메이커에 컨설팅을 할 때도 현재 스즈키 사무라이같은 소형 경량의 오프로더가

없으니 지금쯤 개발을 시작해 몇년 후쯤 출시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지프 랭글러도 기본형이 6기통인 만큼 4기통의 소형 오프로더가 없죠.  사무라이는

한때 미국에서 크게 히트를 한 차입니다만 전복되기 쉽다는 이야기가 제기된 이후 판매에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무게중심이 높고 차폭이 좁은데다 오프로드형 서스펜션을 갖춘 차인만큼

당연히 승용차에 비하면 전복의 확률이 높습니다만 실제보다 과장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였죠.  미디어가 죽인 차종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아무튼 4월에는

사무라이와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푸흐가 만든 스위스 군용차 핀츠가우어를 넣었습니다.  

핀츠가우어 초기형은 사용연한이 끝나 민간에 불하되는 수량의 일부가 미국에도 들어와

있습니다.  은근 갖고싶은 녀석중 하나입니다.




5월은 팬더 칼리스타 (Panther Kallista)입니다.

영국의 백야드 빌더로 시작해 확장되었다가 사세가 기울어 문 닫기 직전 진도그룹 김영철

부회장님이 인수하여 다시 살아났던 메이커죠.  나중에 쌍용에 인수된 되 흐지부지 사라진건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팬더사를 인수한 김영철씨는 기존의 리마(Lima)를

손질해 칼리스타를 내놓았는데 외형은 거의 똑같았으나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내용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칼리스타는 몇 번 보고 잠깐 몰아보기도 했지만 리마는 아직

접해볼 기회가 없었네요.  듣기로는 리마에는 GM 계열인 복스홀 부품이 많이 사용되었으나

김영철씨 인수 이전 팬더사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제때 결재를 하지 못해 신용이 나빠져

회사가 재건된 뒤에도 부품을 공급받기 어려워져서 칼리스타에는 포드 부품이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쌍용에 의해 국내 조립되었던 칼리스타도 포드 엔진을 얹고 있었죠.

칼리스타에 쓰인 V6 엔진은 현대의 포드 20M과 그라나다에도 탑재되었던 것과 같은 계열인

콜롱(Cologne) V6입니다.




6월은 페라리 250 GTO입니다. 250은 V12엔진의 실린더 하나의 용적을 뜻하며 GTO는

Gran Turismo Omologato의 약자입니다.  GT경주용 인증을 위한 양산차라는 의미죠.  

62년부터 64년까지 36대만 만들어진 초 희귀 페라리입니다.




7월에는 영화 블리트의 추격장면을 그린 일러스트를 넣었습니다.  

이 그림은 4월 자동차 만화에도 삽입되었고 자동차생활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블리트에서

도주차로 쓰인 다지 차저는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도주차로 등장하기도 했죠.  

그리고 69년식 차저는 우리나라에서도 '듀크삼총사'라는 제목으로 잠시 방영한TV 시리즈

"Dukes of the Hazzard"의 주인공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8월은 클래식카 관련 이벤트로는 세계 최대의 행사인 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가 있는

달입니다.  그래서 페블비치에 전시된 메르세데스 벤츠 W125 실버애로우와 300SL 걸윙으로

연출을 해보았습니다.  벤츠 300 SL은 2007년 달력의 11월 그림에 들어갔던 것을 그대로

크기만 줄여서 집어넣었고 W125는 만화 '불법레이스와 모터스포츠' 편에 등장했습니다.




9월은 혼다 S2000입니다.  시승차로 AP1과 AP2 모두 타보았는데 무척 마음에 드는 차입니다.

운전의 즐거움에서는 제가 타본 차들중에서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죠.  

이 차야말로 드라이버즈 카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딱딱한 승차감과 언더코팅이 없는데서

오는 노면소음, 좁은 공간등으로 인해 패신저는 정말 싫어하는 차죠.  그래서인지 이 차를

타는 분들의 여친들이 대체로 S2000을 증오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넣으면서 색을 다시 입혀 박강우님 차로 하려 했는데 나중에 GT윙 달고 나면

그때 그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다음기회로 미뤘습니다.  2010년에는 인상깊었던 시승차와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의 차를 소재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0월은 리차드 번즈의 스바루 STi 랠리카입니다.

지난번 부드러운 운전과 연비에 대한 만화를 작업할 때 그린 그림입니다.




11월은 대우 윈스톰입니다.  지난 1월에 그린 만화에 등장한 컷을 조금 손질했습니다.




12월은 사브 900SPG입니다.  원래는 검은색으로 그렸는데 배경때문에 좀 눈에 띄지 않는

느낌이 들어 빨간색으로 다시 채색했습니다.  한번 살짝 타본적밖에 없으면서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차종입니다.  지금도 종종 매물 검색을 해보고 있습니다만 캘리포니아쪽에는

컨버터블은 많이 있어도 3도어 SPG는 그리 많지 않더군요.  

사실 지금은 형편도 차 하나 더 입양할 상황이 아니기는 합니다.

아래는 원래 그렸던 검은색 사브입니다.  



나중에 배경만 바꿔서 다른 분위기를 한번 연출해보아야겠네요.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