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지난 7월 말부터 요즘까지, 뒤돌아보니 과거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도 많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회사 일이 바빠서(걸핏하면 하루 걸러 하루 밤새고... ㅠ.ㅠ) 이제야 조금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밤 새고 떠들 수 있는 분량의 많은 얘기들이지만... 그냥 저와 자동차에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만 잡담처럼 적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면 앰버레드 i30 1.6 VGT의 운전자가 된 지 1년이 되네요. 1년 동안 4만 km 가까이 달렸으니 차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상스레 아직도 낯선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습니다. 전에 마티즈나 라세티5 탈 때는 금방 친숙해졌던 기억인데, 아직 몸에 완벽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차에 100% 질려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질릴 부분은 다 질렸으면서 근본적으로 저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하지만 두 차례 작은 추돌사고, 한 차례 파워트레인 트러블이 있었으면서도 여전히 차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좋습니다. 누군가 구매의향을 갖고 물어본다면 강력추천할만큼 말이죠.

94년 8월에 2종 보통 면허를 따서 이제 운전 14년차가 되었습니다. 차를 좋아하기는 해도 늘 여러 압박에 시달리면서 차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그간의 세월들이 가슴 속에 짧지만 깊게 새겨진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운전은 혼자서 즐기는 편이고, 늘상 과속을 일삼으면서도 다른 교통법규는 최대한 지키려고 애쓰고, 매번 서너시간씩(길면 반나절...) 걸리는 세차가 힘들어 차는 늘 지저분하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달리지는 것들도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순정이기는 해도 엔진이 부서져라 자유로를 달리고, 남산 순환도로에서 네 바퀴 모두 미끄러뜨리며 달리던 20세기(ㅋㅋ)에는 운전하면서 그저 길만 보이고 본능적으로 몸만 움직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사고를 겪고 나서(첫 사고와는 비교도 안 될 작은 사고들이었지만),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눈 앞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위험요소들도 일단 조심하거나 피하게 되고, 전반적인 운전 흐름도 많이 여유로와졌습니다.

2주 전에 아이 아빠가 되고 나서는 운전 중에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시간은 운전을 점점 더 너그럽게 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공도 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무모함'이 많이 사그라들면서 이제는 다른 곳에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한 것도 요즘 들어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와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적지 않게 포기하는 모습을 봐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포기를 하며 살아온 탓인지 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지만 차와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길 바라는 욕심이 생기네요. 사실 차가 주는 즐거움은 달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뭔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낸다면 온 가족이 다 같이 차와 함께 즐거울 수 있을 꺼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그리고 지난 7월 말로 직장을 옮긴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전 3년 반 동안 저는 월간 '자동차생활'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생활' 입사가 일대 사건이었고, 단단히 마음 먹고 큰 꿈을 안고 10년은 다닐 생각으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만큼 '자동차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로 옮기기 까지는 길고 깊은 고민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자동차 잡지와의 서글픈 추억은 두 번째가 되었고, 언젠가는 꼭 꿈꾸었던 멋진 자동차 잡지를 만들어 성공하겠다는 다짐도 더 든든해졌습니다. 아예 자동차 글쓰기에서 손을 떼었더라면 조금은 속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공개된 공간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네요. 한 20~30년쯤 흐르고 나면 웃으며 그 때 이야기를 마음편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까지 제가 살아 있다면, 그리고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말이죠. 하여간... 1년이 흘렀음에도 '자동차생활'을 떠날 때의 그 복잡하고 어려운, 아쉬운 심정은 흉터처럼 남아 있습니다. 흉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물 수 있는 그 때가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듭니다.

몇 달 전부터 옛날에 갖고 싶었던 차를 한 번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매물도 찾아보고 중고차 매장도 방문해 보고 했습니다. 한데 그 때 갖고 싶었던 바로 그 차를 찾기는 정말 힘들더군요. 1990년대 초중반의 수동변속기가 달린 소형차는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보디 형태를 '3도어'로 한정시키면 더더욱 그렇구요. 중고차 매매상의 이야기가 그 시절 소형 수동변속기 차들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다고 하더군요. 국내 수요가 거의 없고(라기보다 실제로는) 마진도 적어서 그렇다는데, 듣고 나니 이해는 가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좀 쓸 만한 티코라도 구하려면 우즈베키스탄(우즈대우라는 대우차 현지공장이 있었던)으로 가야 하는 건가요? 저처럼 추억의 옛차를 구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젊은(이라기보다는 어린) 사람들이 싼 값에 수동차 모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이상하게 희귀한 그 옛날 그 차들을 수배해서 복원해 보고 싶은 욕심... 차 좋아하는 다른 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