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방송된 BBC 탑기어에서 테스트 드라이버인 Stig가 쾨니세그 CCX를 부숴먹으면서, 다시금 도대체 Stig가 누군지에 대해 해외의 자동차 애호가들의 궁금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탑기어에서 테스트 드라이버의 역할은 주로 티프 니델이 맡아왔는데,  티프 니델이 핍스기어(국내에서는 동아TV에서 세계의 자동차로 방영)로 옮기면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Stig입니다.

티프 니델은 차를 날리는 상황에도 항상 방글방글 웃으며 카메라도 한번씩 바라보고 즐겁게 해설을 해서 진지함이 없다고 국내에서는 별 신뢰를 못받고 있는 경향도 있지만, F1 드라이버에 르망24시 종합 3위 입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 레이서 출신이고, 그렇게 웃으며 날리고 있는 랩타임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아뭏튼 티프 니델의 뒤를 이은 Stig는 검은 슈트에 검은 헬멧까지 써서 도저히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복장에, 테스트 할 때마다 오디오로 음악까지 틀어놓고 달려대는데다, 탑기어의 진행까지 워낙 코믹적인 요소가 많아, 기록된 랩타임의 신빙성을 놓고 역시나 국내에서 말이 많았습니다만, 탑기어측에서는 나름대로 각 기업의 로비와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기위해 Stig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겨왔습니다.

나중에 블랙 Stig가 비극적 사고(^^)로 퇴장한 후 전직 F1 드라이버 페리 맥카시가 저서에서 사실은 자기였다고 밝혀서 정체가 정확하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탑기어에서 이 블랙 Stig를 영국의 항공모함 인빈시블 갑판 끝에서 운전을 하다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설정으로 퇴역 시킨 후, 새롭게 등장시킨 인물이 바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화이트 Stig입니다.

전임 Stig가 온통 검은색이었다면, 이번에는 하얀 슈트에 하얀 헬멧을 써서 화이트 Stig로 불리는 현재의 Stig는, 전임 Stig보다 한결 빨라진 랩타임에 초고가 차량의 주인들도 차량 섭외시 그 Stig의 비밀스런 실제 이름을 전해듣고 주저없이 서킷 한계 주행의 운전대를 맡긴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이 분분했습니다.

현재 이 화이트 Stig로서 가장 지목받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1996년 F1 챔피언이자 그랑프리 22승에 빛나는 슈퍼스타 데이먼 힐 입니다.  데이먼 힐은 Stig냐는 주위의 질문에 제대로 부정을 하지 않고 있고, 탑기어의 게스트가 펑크가 나면 바로 등장하여 구멍을 메꿔주고, 탑기어의 잡지에도 자주 기고를 하고 있는 등 탑기어와 친밀한 관계를 보이고 있어 그 신빙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 F1 챔피언이 얼굴이 안보이는 온통 하얀 슈트에 하얀 헬멧을 착용하고, 카오디오로는 분위기 안맞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보통사람들은 평생 한번 구경도 어려운 초고가 슈퍼카를 가지고, 미칠듯한 속도로 서킷 타임 어택을 하고 있는 상황이 정말로 재미있지 않습니까?

TV나 동영상에서 보면 마치 장난처럼 모는 분위기 이지만 실제 Stig가 기록하고 있는 랩타임은 왠만한 레이서들도 범접하기 힘든 기록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쾨니세크 CCX도 한번 나온 랩타임을 조금더 한계까지 몰아 붙이면 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Stig의 의견에 따라 한번 더 시도하다 차를 부숴먹었고, 차의 뒤에 큼직한 리어윙만 하나 붙여서 에어로다이나믹 성능만 높인다면 랩타임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바로 내리는 것을 보면 차량의 셋업이나 개발에도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인물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외에 특수한 상황에서는 다른 Stig들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르노의 F1카로 어택하는 편에서는 머신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당시 르노 F1 팀의 테스트 드라이버인 코발라이넨이 Stig 옷을 입는다던가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대역 Stig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여러 매체에서 Stig의 정체에 대해 추측 기사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예측대로 데이먼 힐이 맞다면, 현역 시절에 타이어 한세트로 그랑프리 두경기를 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부드러운 주행 스타일에서는 세계 최고였던 전 F1 챔피언이 가장 비싼 양산차들을 가지고 전력 질주를 하는 흔치 않은 구경거리를 보고 있는 것이 되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여러 매체의 보도와 추측으로 보아 혹 데이먼 힐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화이트 Stig도 적어도 F1 드라이버 수준의 중량급 인사로 강력하게 추정됩니다.  과연 정말로 누구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