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한달 쯤 전 출근을 하기 위해 이른아침 차를 타고 나섭니다..라고는 하지만 아침 9시..
'오늘도 나의 터보챠져와 함께 가속을 즐기며 새끈하게 출근을 해 볼까나~' 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나와 한남대교와 올림픽대로로 이어지는 나름 고속화 코스에 접어드는데, 차가 별로 없어 탁 트이는 시야와 함께 하늘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의 생각은 4차원 저편으로 접어두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속을 즐깁...어라? 차가 움찔 하며 안나가는군요?
....
다시 한번 타이밍을 보고 가속을 하며 부스트게이지를 살핍니다.
부스트가 상승하여 유지하지 못하고 바로 빠져버리는 문제를 발견!!
'새! 는! 구! 나!'

일단 출근을 하고 평소 제 수석 메카닉이신(실은 제가 매번 신세지는ㅋㅋ) 장가이버님께 전화를 해 봅니다.
저 : '형님! 샙니다~'
장가이버햄 : '새면 막아야지'
저 : '막으러 언제 갈까요?'
장가이버햄 : '지금 엔진까고 있는 포르쉐가 대략 5대쯤 되는구마잉. 좀 기다려야 쓰겄네~'
저 : '날이 더워지니 엔진들이 옷을 벗는군요. 알겠습니다. 다음주에 한번 전화드립죠'
장가이버햄 : '그려'

차들에겐 가장 잔혹한 시즌에 무리도 아니군..하며 일단 부스트를 억제하며 타야겠다는 마음으로 타고다니게 됩니다.
어딘가 새는 곳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결국 부스트는 평소의 절반을 넘지 못하는 상황.

평소의 힘을 차가 내 주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 오너에게는 괴로운 나날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그럴때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도 닦듯이 운행을 해야 하며 가능한한 최소한의 운행을 해야 버틸 수 있음을 알았기에 거의 스님수준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나무아미...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버립니다.
그 더운데 휴가도 못가고 차를 고치기에 정신없으신 장가이버님이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절대 내 차를 고치기 전에 몸져누우실까봐 걱정 했던건 아닙니다.....
아무튼 그렇게 한달을 버티다 보니 왠지 인상도 선해지는 것 같고 약간 도를 아십니까 삘이 흐를 정도의 자신을 느끼는 가운데 매주 그래왔지만 어제 결국 장가이버님을 졸라 오늘 아침에 겨우 수리약속을 잡고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게 됩니다.

저 : '형님 저 왔습니다'
장가이버햄 : '어~ 왔는가? 어디 차좀 한번 봄세~'

'아 제발 오늘 중으로 수리가 끝날정도의 문제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가이버님이 문제를 발견한 건 대략 엔진룸을 열고 3분정도 후...
흡기 고무관 중에 하나가 노후하여 살짝 찢어져있었던 것..
중요한건 제가 이미 직접 이 문제가 생기고 나서 확인한 부분이라는 점이죠.

저 : '어?! 이거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는 멀쩡했는데?'
장가이버햄 : '이거야 이거. 이거 5분짜리 작업도 될 수 있고 5시간 짜리 작업도 될 수 있는거여'

찢어진 부분이 뒤쪽이라 저는 찾지 못했었고 장가이버님은 시동과 동시에 차의 느낌과 소리로 정확하게 그 부분을 찾아내신 것이었습니다.

'아~ 이 간단한 것 때문에 난 스님이 되었던 건가~~'
하는 허탈감이 밀려옴과 동시에 저 때문에 다른 예약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장가이버님과 예약을 거부당한 환자님께 미안함 또한 함께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집으로 오면서 저는 스님에서 악마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차가 어찌나 잘나가던지..
동력계를 고친건데 핸들링은 왜 좋아지는건지...

아무튼 환상의 연비를 경험한 한달간을 뒤로 하고 한동안은 악마의 삶을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메카닉분들은 대부분 매뉴얼 적인 접근을 하시고 어찌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기계와의 싸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장가이버님은 차의 이상에 대해 그 원인을 발견하는 방법이 매우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남들은 못고치는 문제의 원인을 유독 잘 알아내시고 잘 고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항상 듭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장가이버 형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지금은 떠나보낸 과거의 애차문제로 제가 처음 장가이버님과 전화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글을 마칩니다.

저 : '여보세요. 아는분께  소개받아 전화드렸는데요. 제 차가 속도계가 문제인데 이걸 아무도 못고친다고 하네요? 차가 흔치 않아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 혹시 가능하실지..'

장가이버햄 : '아 그래요? 일단 한번 봅시다. 못고치면 뭐 하나 만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