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구 사는 전우현입니다.

8/23 토요일 경주에서 테드 분들과 번개 모임에서 좋은 시간 갖게 되어

너무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모임을 주최하신 정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Lotus Elise R를 실컷 보고 또 직접 시운전도 해 볼 수 있도록 배려 해 주신

한성님께 큰 감사 드립니다.

잠깐 옆에서 타보고 또 직접 간단히 천천히 몰아볼 기회를 갖았는데

우려했던 제 걱정은 완전히 해소가 되었습니다.

조립품질은 기대이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환상적인 디자인

모터쇼에서 많이 봤지만 역시 차는 쇼윈도우가 아닌 공도에서 봐야 진짜 제 맛입니다.

그 낮은 차고부터 특히나 앞 펜더의 풍부하고도 날카로운 곡선의 볼륨감은

정말 사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엘리스만의 카리스마가 분명 느껴졌고

제가 본 그 어느 자동차 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특히나 차를 측면 후방에서 비스듬하게 바라

볼때 도어 앞으로 이어지는 앞펜더와 후드 라인은 정말 과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운전자의 시야는 정말 제가 그냥 밖에서 쪼그려 앉았을 때 높이랑 거의 동일했고

차 높이는 옆에 서서 재어보니 제 골반 뼈 위치 정도 바로 아래더군요.

직접 옆에 타서 짧은 거리지만 거의 최고 RPM으로 이용해서 변속을 하며 짧은 직선

거리를 달려 보았는데 N/A 차량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평소 GTI의 터보와 RX-7의

트윈 터보, 혹은 같이 동승한 후배의 E55 AMG 모델에 비해서는 폭발적인 가속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바로 귀 뒷전에서 내려치는 환상적인 엔진음은 그야말로 내가

머신안에 앉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다가왔습니다. 세미 슬릭 타이어를 끼우고 있어서

그런지 바퀴에서 작은 돌이 바디 하부로 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고

충분히 안략(?) 한 정도에서 도면이 그대로 느껴지는 섀시와 서스는 정말 말 그대로

"직접적"이다 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걸러주는 것 없이 그대로 들어오더군요.

이런 면에 어떤 분들에게는 기쁨으로 혹은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Elise에 반해 버린 저에게는 그 모든 것이 즐겁고, 또

거친 감각이나 소음은 자동으로 머리에서 필터링 되어 전달되지 않고 그저 귓전을 때리는

우렁차면서도 고운 고 RPM에서 나오는 N/A 엔진의 고삐풀린 파워와 마치 페라리의 게이트식 쉬프트 기어를 연상시키는 '찰칵 찰칵'하는 변속기 시프팅 소리만이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마티즈만큼이나 가벼운 차지만 전혀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제 GTI가 너무나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시트어링 및 운전 감각을 탁월했으며 그야말로 머신의 메탈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이 Elise의 기본 운전 포지션이었습니다. 가장 걱정되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덩치가 좀 큰 편이어서 작은 엘리스에 과연 내 몸을 제대로 구겨 넣을 수 있을 지 걱정했으나 Elise의 좌석은 매우 편했습니다. 앞뒤 조절만 가능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운전 포지션을 만들 수 있었으며, 모든 것의 위치가 너무나도 딱 알맞은 위치여서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최고급 차들에 앉아도 가끔 불편함을 많이 느꼈는데 이렇게 편의 장비라고는 하나 없는 이 차가 시트포지션이 이렇게 좋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핸들은 정말 오락실에서나 볼만큼 작은 장난감같은 크기였지만 실제로 돌려보면 유격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타이트한 감각이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만큼 꺽이는 듯 했고, 급한 핸들링에 매우 적합하게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패달 간격은 생각보다 더 좁고 특히나 브레이크와 악셀 패달은 충분히 가까워, 일반 성인의 발이라면 힐 & 토가 아닌 토 & 토만으로도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했고, 사실 일반 구두를 신은 제게는 조금 주의하지 않으면 항상 브레이크와 악셀 페달이 동시에 밟혀 오히려 하나의 페달만을 밟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엘리스를 타려면 제대로된 레이싱용 슈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클러치 패달은 기대와 달리 매우 가볍고 편했습니다. 반클러치 유격도 그리 어려운 정도도 아니었고 적당한 정도였을 뿐 아니라, 살짝만 밟아도 바로 변속이 가능해서 매우 빠른 변속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격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장 도로가 아닌 도로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많이 심했는데 이는 주로 하드탑의 이음부에서 나는 소리로, 일반 포장 도로에서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또한 약간의 잡소리가 나긴 하지만 엘리스 실내에서 들리는 그외의 기계적인 소리들에 묻혀 대부분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소프트탑에서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내의 편의 장비라고 해 봐야 작은 오디오 셋트 1개와 거참 묘한 완성도의 재질감을 보이는 에어컨디셔너가 전부였습니다. 실내로 열이 들어오는 정도가 과거 모델이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냥 운행을 해 보니 뒤에서 들어오는 엔진 열기와 사이드 문턱으로 지나가는 냉각 라인에 의한 열기가 묘한 대류를 이루면서 계속 따뜻한 공기가 제 얼굴 앞을 스쳐지나가더군요. 더운것을 좋아하고 추위를 극히 싫어하는 제게는 딱 좋겠지만 그래도 여름에 뙤약볕에서의 운행은 조금 힘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에어컨 성능이 좋았습니다. 최하단으로 해 놓았지만 어제 저녁은 추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계속 제가 끄자고 했습니다. ^.^) 라디오 사운드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고 RPM으로 달리면 역시나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이런 차에 그런 투쟁은 모순이기에 더 이상 저도 고민스럽지 않았습니다.

타고 내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하고 몇번이나 타고 내리기를 반복해 보았지만 (하드탑 장착 상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탈 때에는 먼저 우측 다리와 엉덩이를 밀어 넣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축으로해서 회전하듯이 몸을 돌리면 이때 좌측 다리를 살짝 넣으면 바로 들어갑니다. 나올 때에는 더욱 쉽습니다. 문턱에 허벅다리를 얹고 이를 밀면서 일어나면 굳이 다른 분들이 말하는 하드탑을 잡거나 문짝을 잡을 필요도 없었고,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엘리스의 문을 많이 열지 않아도 (실제로 옆으로 병렬 주차되어 있는 경우 이런 경우가 흔한데) 타고 내리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N/A 엔진에 가벼운(?) 출력의 엔진이라서 그런지 그 가속력 등에서는 조금 기대 이하여서 어쩌면 약간의 실망(?)아닌 실망이랄까 아니면 왠지모를 친근감이랄까 하는 그정도의 기분이었는데, 갑자기 한성님께서 급차선 변경을 해 보이시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차의 매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그야말로 차선 변경을 하는데 있어 제 몸에 닿는 횡 G의 느낌은 말 그대로 "횡"으로만 와 닿더군요. 흔히 롤링등에 의해서 차선을 급 변경하면 하체의 낮은 부분을 중심으로 몸 자체가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 지는 것이 물리적 법칙일 진데 이 차는 정말 그 물리적 법칙을 무참히 깨 버리는, 황당한 경험을 주더군요. 그냥 차가 옆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동일한 속도에서 동일한 정도로 제 GTI를 꺽어 보았는데 --a 무서웠습니다. 차가 뒤집어 지는 것 같았고, 다시는 안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Elise는 분명 자신의 한계치보다 훨씬 아래에서도 충분히 절도감있게 그 정도의 횡G에 대한 견디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바로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가 Elise의 한계인지 그 정도의 간단한 조작만으로는 알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스포츠 2 모드의 E55 AMG도, 순정상태의 GTI와는 비교도 안되고, 이는 이전에 Rx-7 풀튜닝 상태의 핸들링 머신에서 느낀 것과 비슷했으나 훨씬 더 차체가 제대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Elise가 한 수 위였습니다. 그것이 그 특유의 새시에서 오는 힘인지 아니면 서스에 세미 슬릭 타이어에서 오는 것인지 제 미천한 실력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과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시승이었고 짧은 시승이었지만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궁금한 부분은 오너인 한성님께서 많은 부분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그동안 궁금했던 '카더라' 통신에 의한 엘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제가 직접 느낄 수 있는 날이었기에 정말 뜻깊고 제게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시간상 동행이 있어 많은 분들과 더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먼저 나오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주신 테드 선배님들께 감사드리며, 또 모임이 있을 때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그 때 쯤이면 저도 제 Elise를 갖고 나갈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