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우여곡절 한바탕 해프닝을 벌이고 STi 가 서울로 떠나갔습니다.
올적에도 그렇게 속을 태우게 만들었던 놈이었는데...

저녁 8시반경에 새 주인을 만나서 계약서 작성하고 도장 찍고 서류 확인하고, 입금 확인하고...

이런 저런 사용법이나 주의점등등을 이야기한 후 마지막 선물로 고급유를 가득 채워 10시쯤
떠나가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어 주었지요.

주차장으로부터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들어와 씻고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전화가 왔습니다.

고속도로인데, 차가 이상하다고... 6단에서 RPM 이 4500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전화상으로 이것 저것 확인해보니 3단까지는 이상이 없는데 4단부터 RPM 이 오르지 않고
제한되면서 차가 부르르떨고...

이상한 것은... 부스트는 0.5 bar 이상, 제대로 상승하는것이었는데...

앞 뒤가 맞지 않는 얘기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하니 가까운 휴게소에 가서 ECU Reset 을
해 보도록 유도 하였습니다.

잠시 후, ECU Reset 으로도 개선되지 않는다고 하여 일단 늦은 시간이지만 다시 돌아오도록
이야기 하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 늦은 시간에 계좌이체도 안되는데 어떻게 받은 돈을
돌려줄지 그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간단한 공구를 챙겨서 시운전하기 쉬운 장소로 나가는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 없었구요...
공연히 이넘을 보내려다가 난처한 경우를 만든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

대구 지나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그녀석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멀리에서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알아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그 녀석의 숨소리가 힘겨워 보였습니다.

일단 한바퀴 돌아보니 공기흡입량이 많아지면서 부스트가 높아지는 시점에 공기를 흡입하지
못해 헐떡이는 현상이었고, 엔진룸을 열고 확인결과 인터쿨러에서 스로틀바디로 가는 실리콘
호스의 클램프가 헐겁게 풀려 있는 것을 발견 하였습니다.

지난달에 스로틀바디를 청소하고 인터쿨러 안쪽의 오염 여부를 확인한 후 분명히 하나하나
체크하여 잘 조여 놓았었고 지난주에 서울에 다녀올때에도 200 이상으로 크루징하였고
심지어 마지막으로 주유소로 갈때에도 전혀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었는데...

클램프를 조이고 이상이 없음을 테스트하면서 새 주인장과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차가 형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랬나보다고...
서울로 데려가서도 이전보다 더 잘 해주겠다고...

새벽 1시반...  불꺼진 문수경기장 주차장에서 다시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새벽에 잘 도착했으며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잘 달리는 STi 의 성능에 만족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제서야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젠 아내가 주문한 토마토룩 207 GT 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고 콩만한 스마트를
또 떠나보내는 일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