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윤종호님께서 올려주신 만화의 전체본입니다.

지난달 만화를 반 이상 그렸을 때 담당이신 최원석 기자님으로부터 요즘 유가도 높고 하니

연비운전에 대한이야기를 다루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연비운전은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을 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상당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바쁜 세상과 질주본능 때문에 이를 실천하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비운전에 대한

기사나 컨텐츠는 이미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번 만화에서는 연비운전의 중요요소중 하나인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을 조금 더

신경써서 다루어보았습니다.  부드럽게 운전하라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 것이지만 사실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느리게 달리면 부드러운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만화에도 언급되지만 속도와 부드러움은 별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예전에 어느 지인이 모는 포르쉐에 함께 타고 자주 가는 산길에 갔었는데 정말 느리고 뻣뻣하게

운전해서 옆자리에서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한속도의 반을 조금 넘는 속도에서도

이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깨달은 신기한 체험이기도 했죠.  

글이나 말이 아닌 만화로도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는 합니다.  

아무튼 연비운전으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운전으로 넘어갔다가 살며시 스포츠 드라이빙의

영역까지 넘어다 보는 구성으로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운전을 구사하는 탑 레이서를 꼽을때 조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짐 클라크나 재키 스튜어트 같은 분들은 너무 오래전 레이서라 레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 해도 모를테고 하여 최근 레이서들을 생각해보다 뇌종양으로 젊은 나이에 타계한

리처드 번즈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게임까지 출시가 되어있는 유명 레이서인데다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랠리스트이기도 했습니다.  

WRC에서는 오픈페이스 헬멧을 착용하므로 차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콕핏의 모습이 중계될

때 드라이버의 표정이 잘 보입니다.예전에 본 WRC 비디오에서 리처드 번즈가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데 차안에서 보이는 그의 표정이 상당히 온화하고 태연한 모습이었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해설자마저도 '일요일에 교외로 가족 드라이브를 나온 가장의 모습' 같다는 식의 멘트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건 운전과는 상관없이 그의 성품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는 합니다만 차량 트러블로

리타이어 한 리처드 번즈에게 리포터가 다가가 어찌된 일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친절하게 어디어디가 고장나서 그렇다고 이야기해주었고 리포터는 그런데도

어찌 그리 웃음짓고 있는지를 되물었지요.  

그러자 그는 "Nothing else I can do."라고 하더군요.  차량 트러블로 레이스에서 리타이어

했다면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을텐데 사실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없지요.  

그의 그런 태도는 참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각과 성격이 따로 놀아서...)  

아무튼 이래저래 여차저차 해서 부드러운 운전을 구사하는 탑레이서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리처드 번즈의 스바루 랠리카를 그려넣었습니다.  사실 그가 말년에 탔었던 푸죠를 그릴까

하는 생각도 하기는 했습니다.  스바루와는 달리 푸죠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브랜드기도

하구요.  그런데 리처드 번즈는 푸죠로는 우승을 거둔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리처드 번즈 하면 떠오르는 스바루를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