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 나갔더니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은… 아아.. 한대씩 세워두었을 때엔 아직 눈에 안 익어서 낯설다고 느껴졌던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저렇게 모아두니 금방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거리에 나가서 주행도 해보았습니다. 한참을 주행하고는 카레라S 라고 생각했는데 내려보니 카레라 였습니다. 즉 이번 3.6리터 엔진은 지난 번의 3.8리터 엔진과 스펙이 매우 흡사하여 카레라를 타고도 S 모델로 착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공로주행을 하면서 확인해본 일상적인 사용성에 대해 새로운 엔진과 PDK의 특성은 아주 변속이 스무드하고 변속패턴이 잘 프로그램되어 존재감 자체를 잊어버리게 하곤 했습니다.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911은 911입니다. 움직임은 상쾌하고 바디는 듬직하고 거동은 역동적이며 편의장비는 고급스럽습니다.


햇볕이 꽤 강해서 폼 안나는 일본군형 모자를 쓰고 있긴 하지만 제 표정을 보시면 드라이빙의 느낌이 어떤지 짐작이 가지 않으십니까?


다시 트랙으로 돌아와서 인스트럭터의 지도하에 트랙주행을 해보았습니다. 포르쉐를 타고 트랙을 달리는 것은 언제나 정말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더운 날에 내려서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풀 에어컨이 자동으로 온도조절 해주고.. 오디오에서는 iPod 에 저장된 MP3들이 빵빵한 음량으로 흘러나와주고.. 땀내나는 스포츠드라이빙에서 괴로움이 쏙 빠지면 상쾌한 차도락이 되기도 합니다.


wet track 에서 4륜구동 모델들을 타보았습니다. 911 터보의 4륜구동 시스템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이 적용된 새로운 4륜구동 카레라들은 이전모델의 카레라4와 4S 모델들이 갖고 있던 단점들을 많이 극복하고 매우 즐겁고 안전한 차로 바뀌었습니다.


런치컨트롤의 작동은 스포츠 플러스모드 스위치를 눌러 불이 들어오게 한 후 왼발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고 오른발로 엑셀을 한번에 풀로 밟습니다. RPM 은 6500에서 고정되며 오른발을 밟은채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왼발을 왼쪽으로 밀어서 툭 떨어트리며 브레이크를 릴리스 시키면 즉시 풀로 가속하기 시작합니다. GTI의 것이 3500 rpm 정도로 출발을 해도 휠스핀을 내는 것에 비하면 6500 rpm 으로 출발하는 데에도 타이어의 스킬음은 없었으며 아주 스무드합니다. M3 SMGII 의 출발과 변속 모두 스킬음과 변속쇼크가 다이나믹하게 얼마나 이 차가 달리고 있는지 자랑을 한다면 PDK의 런치컨트롤은 보란듯이 아주 스무드하고 변속쇼크도 억제되어 있습니다. 변속될 때마다 미끈덩~ 하면서 앞으로 떠밀리는 느낌이라면 과장일까요?


멋진 댄서들의 공연이 있었던 마지막 날 밤도 지나고..


떠나기 직전 묵었던 바르셀로 호텔 앞에서.. 저 뒤에 다리가 유명한 거래요.


세빌 – 프랑크푸르트 – 인천의 지루한 비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답니다. 돌아와서 다시 현재의 997 1st generation을 타니 더 비교가 됩니다. DFI 엔진의 2nd generation 이 반응이 더 빠르고 힘이 세긴 하지만 현재의 모델이 힘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2단 출발을 해도 항상 넉넉하고 오묘한 기어비의 2-4단을 거쳐 5단에 딱 들어가 록업클러치가 붙으면 그 때부터는 그냥 힘으로 5단만으로 140~250까지를 몰아 부치는 355마력을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하지만 미션의 변속이 차이를 만듭니다. 팁트로닉이 수동조작을 하지 않으면 2단 출발을 하기 때문에 스포츠카의 느낌보다는 벤츠의 출발 느낌과 비슷한 반면 PDK는 컴포트모드이건 스포츠모드이건 항상 1단 출발을 하여 항상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충만히 줍니다. 비록 7단이지만 7단은 항속기어로 1-6단이 주된 사용기어라고 봐야 합니다. 최고속 역시 6단에서 나옵니다. 반면 팁트로닉은 2-5단이 주된 기어라고 봐야겠습니다. 기어와 기어의 간격도 조금 크고 변속시간도 조금 더 걸리고 변속과 변속 사이에 약간 토크컨버터가 작동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PDK가 더 만족스러운 부분은 변속패턴입니다. 스포츠크로노패키지 플러스가 적용된 경우 3가지의 변속모드가 지원됩니다. 그 중 스포츠모드 (중간모드)의 변속패턴은 엑셀 개도와 운전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속을 하며 아주 마음에 드는 변속을 합니다. 아마 대다수의 매니아들이 만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외로 이번 2nd generation 에서 크게 달라진 모델은 4륜구동 모델들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996과 997 1st generation의 비스커스 커플링이 들어간 4륜구동 모델이 안정적이지만 약간 반응이 느리고 언더스티어 지향적인 면이 있어 운전의 재미는 줄이고 안정성은 높이는 쪽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모델들은 4륜구동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오버스티어가 쭉쭉 일어나며 드라이빙의 다이나믹한 점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안정성 역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포르쉐의 모든 모델들이 다 가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권하고 싶은 모델을 순서대로 꼽는다면 Boxster S (MT), GT3 (of course MT), 911 카레라입니다. 하지만 이제 911 카레라 대신 카레라 4S를 꼽고 싶네요. 같은 옵션 선택시 2.8% 가격을 낮추었다고 하지만 사실 카레라나 카레라S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을 카레라4S로 눈높이를 높인다면 실제 매출 증가효과는 오히려 커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더하여 벤틸레이티드 시트나 코너링 라이트 등 매력적인 옵션들이 추가되면 값이 더 올라가게 됩니다. (아… 결국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살만한 포르쉐는 점점 비싸지는 것이에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