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슈퍼카/스포츠카 논쟁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페라리는 수십 년간 F1에서 우승을 위해 노력해온 메이커이므로 스피드에 관심이 없는 메이커가 아닙니다.
트렉을 타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타임트라이얼과 시합은 또 다른 달리기 입니다.
페라리는 뉘르의 타임트라이얼이 아닌 F1이라는 누구보다 빠르게!!만을 목표로 하는 시합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연구 개발하는 스포츠카 메이커입니다.

그런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가 만드는 온리 속도만을 위한 모델은 F1밖에 없으며, 현재 시판되는 430, 599, 612 등은 퓨어스포츠카가 아닌 조금씩 성격이 다른 GT모델들이죠.

어떤 특수한 조건의 트렉을 누구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들이 아닙니다.
적당히 편안하고 적당히 빠르며 화려한 차가 페라리 양산 모델의 컨셉입니다.

빠르기만을 위한 차라면 우퍼는 왜 달려있으며, 바디강성이 일반 차보다 떨어지는 스파이더 모델은 개발할 필요가 없겠지요.
전동시트는 왜 달고, 가죽은 왜 떡 칠하며, 플라스틱에 비해 무게 많이 나가는 알루미늄 내장재는 빨라지는 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죠.
599에 엔조엔진의 마력을 낮춰 올리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겠죠.

GTR 훨씬 이전부터 뉘르는 포르쉐 무대였습니다. 뉘르에서 제일 빠른 차는 포르쉐로 통했고, 지금도 최단시간의 기록만 변했을 뿐 뉘르에서 열리는 시합에 참가하는 포르쉐의 수만 봐도 누가 주인공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런 포르쉐를 보고 페라리가 뉘르 속도경쟁용 차량을 판매해서 뉘르경쟁에 뛰어들었나요? 제가 보기엔 페라리는 뉘르에 관심도 없고, 포르쉐와 경쟁할 차종을 만들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뉘르에서 늦다고 해서 페라리는 포르쉐보다 느린 메이커가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새삼스레 GTR이 뉘르에서 선전한다고 해도 페라리는 그 경쟁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듯싶습니다. 페라리의 목표는 뉘르가 아니라 F1이니까요.

페라리 고객 중에 뉘르를 빨리 달리고 싶어서 페라리를 선택하는 고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뉘르를 빨리 달리고 싶다면, 더 싸고 더 빠른 모델이 GTR 뿐만 아니라 넘칩니다.

GTR이 처음 일본 옥션에 나왔을 때 아는 지인으로부터 구매권유를 받았지만 바로 거절했습니다. 그 때는 여러 가지 차를 비교할 당시였습니다.

거절한 이유는 제가 타고 싶은 차는 누구보다 공도를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차가 아니기 때문이죠.
고속도로를 미친 듯이 달릴 것도 아니고, 공도에서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아니며, 그렇다고 트렉에서 285/35/18” 타이어를 하루에 2개씩 날리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입니다.

뉘르에서 제일 빠른 차를 소유한다고 해서 내가 뉘르에서 제일 빠른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 차는 내가 타면 느리지만, 뉘르에서는 제일 빠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차다 라는게 의미가 있긴 있나요?

빠른 차가 스포츠카 선택의 1번 조건인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일년에도 몇 번씩 차를 갈아타야겠죠. 그것도 내가 빠르고 느린게 아니라 남이 달린 기록에 의해서요.

제가 원하는 차는 제일 빠른 차가 아니라 적당히 빠르며, 편안하고, 희소성이 있으며, 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거운 차이기 때문에 GTR 보다는 360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주위 지인들에게 얘기하지만 저에게 스포츠카는 디자인이 50% 그리고 성능+알파가 나머지 50%입니다.
아마도 페라리를 구매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이런 페라리가 퓨어하지 못하고 느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벌써 GTR 또는 다른 고성능 머신으로 가셔서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페라리를 여유 있게 바라보며 추월을 해가시겠지요.

하지만 추월 당한다고 해서 페라리 자체가 느린 메이커가 되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빠르지 않다라는 건 더더욱 아니죠.

제가 만약 엔조라면, 닛산에게 이렇게 얘기하겠습니다.

“닥치고 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