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이렇게 길게 이야기가 되다니.

저 랩타임이, 그것도 '뉘르부르크'라는 서킷 한곳에서 측정한 수치가 '슈퍼카'라는 것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인지가 궁금하네요.

게다가 20km 거리의 서킷을 서로 다른 드라이버가, 다른 기후조건(습도만 높아져도 몇초는 차이납니다)에서 측정한 것을 빠르기를 따지는'절대적인' 기준처럼 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네요.

뉘르의 서킷 랩타임은 하나의 'reference'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참고사항이죠. 페라리건 포르쉐건, 이미 충분하게 빠릅니다. 그 랩타임에 목을 맬 이유가 있을까요? '수퍼카' 브랜드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할까요?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차를 만들어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할 수도 있겠지요. 자존심 상한 포르쉐가 비장의 꼼수를 발휘해서 정말 건조하고 접지 좋은 날을 잡아 뉘르에 특화된 드라이버 세명쯤을 투입하면 몇초쯤은 더 당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콜벳이나 GTR이 만든 기록을 깨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게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마케팅의 문제니까요.

지상근님이 말씀하신 시계 비유, 저도 공감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GTR은, 그리고 NSX는 기술적으로 페라리 등과 같은 레벨에 올라섰습니다. 아니, 뉘르의 랩타임으로 보면 그보다 더 앞선 것들이 많네요. 자동차는 '역사와 전통'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페라리나 포르쉐에 근접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계에서는 '절대적으로 넘지 못할' 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번 맞춰놓고 태엽만 감아주면 '문페이즈(달 모양)', 날짜, 요일, 시간이 몇초 오차없이 유지되는 수동 시계. 이런 거 개발할 기술이 세이코나 스위스아미에는 없고, 만들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500만원을 주고 세이코에서 나온 이런 시계를 산다.. 글쎄요. 같은 돈이라면 저 같으면 오메가의 기본형 시계를 사겠습니다.  

물론 저도 세이코 시계 좋아합니다. 특히나 오토매틱으로요. 다이버워치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200m 방수에 충격방지 기능이 포함되고,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에 야광기능 훌륭하면서 월 오차 1분 정도 됩니다. 같은 기능의 오메가 시마스터는 오차가 월 몇초단위로 줄면서 가격은 15배쯤 합니다. 기능만을 놓고보면 차이가 없어서 저는 편하게 쓸 생각으로 세이코시계를 씁니다.

하지만 오메가 수동 시계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정장을 입을 때나 좀 격식을 차려야 할 곳 등에는 그 시계를 찹니다. 참.. 전 카시오 프로트랙 트리플 센서 모델도 있습니다. 오프로드 갈 때나 캠핑/산에 갈 때 쓰는 시계입니다.


자동차도 그렇습니다. '스포츠카'라는, 빨리 달려야 하는 용도에 의한 선택도 있지만, 꼭 그 사용 용도를 뛰어넘어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 때문에 구매하는, 소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에겐 오메가 시계가 그렇죠.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 그 시계가 200m 방수 기능이 있다고 해서 바다에 다이빙할 때 가져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세이코 다이버 워치를 쓰면 되거든요. 비슷한 성능의..

'최고'는, 시대에 따라 조금은 뒤쳐질수도 있고 다시 앞설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2008년 7월 기준이 그렇겠지요. 지금 뒤져있다고 그 브랜드가 망한 것도 아닌데요.

어떻게 될지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피터지는 싸움판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싸움 구경하고 불 구경이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