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며칠 전 글 올렸듯이 사고로 제 차가 수리차 입고되어있는 동안 아반떼 1.6 VVT 오토 렌트카를 며칠 타고 다녔습니다. 나흘 동안 달린 거리가 대충 600km 정도 되었네요. 특별한 테스트 없이 일상적으로 몰다 보니 나름 장점들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답답하고 한숨 나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실용주행속도대에서 비교적 조용한 실내, 왠지 i30 순정 오디오보다 감도가 조금 더 높게 느껴지는 라디오 튜너, 조금 두텁고 폭신한 시트 쿠션 정도만 좋게 느껴질 뿐, 기본형에 가까운(E16 디럭스 모델) 사양이라 장비가 열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딱히 i30보다 좋은 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에 시승했던 S16 고급형 모델과 스티어링 반응이나 승차감에서 차이를 보인 것은 순전히 타이어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동급 준중형 4도어 세단 가운데에서는 전반적인 동적 특성은 여전히 가장 우수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디젤 터보차 특유의 주행가속 토크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엔진회전을 아무리 높여도 좀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특히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의 긴 오르막을 만났을 때에는 아쉬움이 무척 컸습니다. '적극적'으로 운전하려면 그만큼 기어레버도 적극적으로 조작해야 했구요.

4단 구성의 자동변속기는 오묘한 기어비가 흥미로왔습니다. 같은 3,000rpm 대에서 1단으로 약 30km, 2단으로 약 55km 정도를 내다가 3단에서는 약 90km, 4단에서는 약 130km 정도를 내도록(1~2단은 숏, 2~4단은 롱) 포진되어 있어, 개발진이 세팅에 고심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충분히 길이 들지 않은 차라 변속특성은 속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만에 다시 1.6 VGT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를 단 제 차로 옮겨 탔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에는 느낌이 확 달라져서 깜짝 놀랬습니다. 매끄럽게 스윽 나가질 않았지요. 힘은 제대로 전달되지만 강력하지 않은 느낌... 넓은 길로 나올 때까지는 덤덤한 가속감과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디젤 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유난히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흐흐...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0rpm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뭉클 던져지는 토크... 왼발과 오른손을 움직일 때마다 드는 즐거운 기분... 약간 탄탄하게 몸을 감싸는 시트 쿠션... 양손과 엉덩이로 툭툭 전해지는 노면의 요철들... 이게 진짜 '차를 모는' 기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를 느끼는 방법이나 감각은 수시로 이차 저차 타보던 1년여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달라졌지만, 덕분에 '가끔씩 다른 차를 몰아 봐야 내 차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고, '역시 내 성격에 자동변속기 달린 무난한 차는 무리!'라는 당연한 결론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며칠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운전의 즐거움을 곱씹으며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