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으로 이사 와서, 퇴근길에 가끔 신호를 딱 놓쳐서 좌회전이 꺼지고 직진만 남으면, 직진 받고 달려서 유턴해서 우회전하는 길이 있습니다. 동백지구 살거나 다녀보신 분들은 터널 나와서 수원방향으로 가다가 이마트 앞에서 유턴한다면 아실 듯.

처음 이사 왔을 때는 205/45R16에 강화 스태빌라이저에 아이박 스프링과 약간 단단한 순정 댐퍼였죠. 전륜 스트럿 마운트는 필로우 볼 타입이고, 차체 보강은 앞뒤 스트럿바가 전부. 이 때는 유턴할 때 언더스티어를 달래가면서 차체를 돌리는데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탈출 자세를 잡는데 시간이 걸려서 가속이 느려지는 상태였죠.

그러다 215/40R17로 인치업을 한 뒤로는 상대적으로 언더스티어를 달래야 하는 속도가 높아져서 좀더 편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자세를 잡는데 어려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앞 스트럿을 포함한 엔진룸의 11자 프레임이 안쪽은 아래로, 바깥쪽은 위로 휘면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죠. 시판 투스카니 센터바를 B필러 아래에 달고, 약간 개조한 것을 트렁크 끝에 장착한 뒤에는 좀더 탈출 자세를 잡기가 쉬워지긴 했으나 가속하기는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객실부 뒤틀림 이전의 문제였죠.

차체보강을 시작하여 앞 스트럿 보강을 하고나서는, 11자 프레임이 뒤틀렸다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앞이 더 빨리 돌아주는 것까지는 좋아졌으나, 가속하려면 객실부 뒤틀림이 해소되어 안쪽 바퀴에 하중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했습니다. 11자 프레임이 뒤틀리지 않는 만큼 일찍 안쪽 전륜에 토크를 걸면 더 쉽게 미끄러지더군요.

그래서 객실부 보강을 하고자 리어 스트럿 사이에 더 강한 보강킷을 달아주었습니다. 달고 있던 센터바 브라킷은 지지대를 보강해주고, C필러의 안전벨트 볼트 자리를 이용하여 C필러바를 만들어 장착했습니다.

정작 그 뒤로는 그 유턴 지점으로 달려가서 되돌아오는 걸 잘 안 하다가, 최근 두 번을 해 봤습니다. 유턴을 위해 허용된 포켓 차로에서 시작해서 가속차로까지만 정확히 사용하여 제동-선회-가속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유턴을 하면서 "재미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짐카나에서 러버콘 찍고 돌 듯이 안쪽 안전봉들을 끼고 돌면서, 차체는 알아서 탈출 자세를 잡고, 스티어링을 되돌리는 것과 가속이 같이 맞춰지는 느낌은, 그저 그런 가속으로 이후가 다소 맥이 빠질지라도 유턴 지점까지 달려갈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추세로 봐서는 재미는 포기하고 얌전히 시동 끄고 신호대기하고 있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