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와이프가 오랜 고민 끝에 새차를 질렀습니다.
요즘 한창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아 '영혼'(Soul)입니다.

와이프는 그간 검은색 현대 투스카니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출산 이후 아이 데리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심한 갈등을 하더군요.
투스카니에도 애 태우고 다닐 수 있겠지만, 차 안으로 들락날락하거나
유모차를 싣고 꺼내는 것도 불편하고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타야 할 일이 생기면
대략 난감할 것이 걱정스러웠나봅니다. 물론 저도 같은 고민을 했구요.
결국 'baby mover'로 쓸만한 차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영혼' 되겠습니다.

차를 고르는 과정에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의논도 하고 했지만,
주어진 예산에 '가급적 새차'라는 조건으로 차를 고르려니 정말 살 수 있는 차가
거의 없더군요. 게다가 부부가 모두 평범한 세단은 썩 내켜하지 않고, 남편은
이미 준중형 해치백인 현대 i30 디젤을 몰고 있어 선택의 폭은 더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나와 준 '영혼'이 그나마 조건에 많이 맞았던 때문에,
약간 비용을 더 들이기는 했지만 구입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구입한 것은 가솔린 1.6 AT 모델 가운데 최고급 모델인 4U 코스모이고,
해당 트림 유일의 선택장비인 리어 스포일러까지 더해 튜온 액세서리를 뺀
실질적인 풀 옵션 차가 되었습니다. 해서 차 값은 1,827만 원인데, 실제 지불금액은
이리저리 제하고 깎고 다듬고 해서 1,700만 원대 후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와이프가 '전에 차 살 때 보태준다던 돈은 쓰지 말고 뒀다가 나중에 달랄 때 내놔~'라고
한 덕에 제 지갑을 열 일은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집에 있는 차들 중 진짜 제 차는
여전히 없군요. 제가 몰고 다니는 차는 명의와 보험만 제 이름으로 되어 있을 뿐
사실상 회사 차니까요.

하여간 어제 차가 왔는데 사정상 어제는 못보고 오늘 차를 둘러보았습니다만...
구체적인 시승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도록 하구요. 대충 둘러본 느낌만 적어본다면...

재미있으라고 만든 차 치고는 잔 재미가 적어서 좀 아쉽습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에 나온 크라이슬러 PT 크루저도 자잘한 재밋거리들은 소울보다 더 많았던
기억입니다. 처음 차를 받으면 '이 차는 무슨 재미있는 것들이 여기 저기 숨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차 구석구석을 뒤져보게 되는데, 5분도 안되어 심드렁해지게 되니
아쉽지 않을 수 없죠. 그것도 한 라인에서 가장 높은 등급 모델에 선택장비까지 다
달아놓은 차인데 말이죠. 이 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깡통 모델을 사서 이것 저것 달고
붙이고 꾸미는 게 정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장난감 개념으로 만들어진 차인데도 디자인을 빼면 전혀 장난스러운 감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소형차에 색다른 디자인만 입혀놓은 느낌이라는 거죠.
기아가 이 차의 주 소비자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차에서 소비자층의
'놀이문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조명 들어오는 스피커 밖에 없습니다.
끊임 없이 뭔가를 쏟아붓지 않는 이상, 오래지 않아 쉽게 질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뻔한 국산차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디자인에서의 시도는 좋았지만, 아직까지
신선하고 쾌활한 분위기와 꾸밈새의 차를 만들기에는 기아도 그렇고 국내 소비자들도
그렇고 많이 보수적이라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되는 대로 차근차근 좀 더 살펴보고 몰아본 뒤에
좀 더 많은 얘기를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영혼', 류씨 가족에 합류하게 된 얘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