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차를 고르는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밑에글은 까로마X에 올린 제글...
--------------------------------------------

제가 고딩때쯤 처음 아버지가 사신차는 프레스토였습니다.
쌀가마 싣고도 잘 간다는 점에 중고로 장만... 집안의 일꾼역할인 차량이었죠.

고3때 친한 친구놈은 아버님께서 소나타1으로 매일 태우러 오시기에  상당히 부러워하면서도,
저는 자전거도 괜찬은 수단이라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등교길에 자전거로 친구 아버님의 소나타 1과 배틀...
신호위반으로 자주 승리... 50kg 초반대의 깡마른 체구에도 다리체력이 좋았죠.

그때, 학교로 와주지 않는 아버지의 프레스토가 많이 그리웠지만... 저는 몇번 타보지도 못하고
얼마후 논길에서 전복시험을 마치고 즉시 폐차. 다행히 아버지를 잘 보호해 주고 떠났죠.

그후, 얼마간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구형코란도를 잠시 빌려타셨는데,
대학 1학년때까지 타셨기에 당근 운전연습을 코란도로 하면서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워서 면허를 땄죠.

논파워 핸들에 리턴이 안되는 스티어링 덕에 운전이 참 힘들다는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덕택에 운전학원 안다니고 5번이나 떨어지면서 면허를 따야했다는...

대딩2년때 아버지는 축협조합장이 되시면서 전성기를 맞으셨습니다. 93년...
다른 기관장들과는 다르게 그랜져를 안사시고, 소나타2 골드

그것도 수동을 업무용차로 고르셨습니다. 색상도 때안타는 회색으로...
그때는 기관장으로서 그랜져를 안타시는게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일하러 다니려면 검은색 그랜져는 불편하다고 하셨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소2골드는 2000cc급 4G63엔진 DOHC 차량이기에, 본래 차도 잘 나갔지만
가족들에게도 스포츠카였습니다. 저도 면허따고 연수를 받은 차는 그 소2골드이죠.
그 카랑카랑한 엔진 느낌 잊혀지지 않습니다.

2년뒤 조합장 임기를 마치고 왜 소나타를 업무용차로 정하셨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소2골드를 반납하시고, 은퇴후에도 같은 급의 차를 타시려는 것이었죠.
대신, 연비가 좋은 2.0 SOHC 디럭스 버전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역시 수동

참, 소박하시면서도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셨던 것이죠.
그랜져를 타다보면 은퇴후에 그 아랫급 차를 못탈거 같으니, 계속 소나타를 타시려했던 깊은뜻이...

소2 디럭스 역시 가족 승용차였고, 대학원때 가끔 제가 빌려서 지금의 와이프와 데이트도 하였고,
아버지가 매년 수확을 내시는 밤나무산의 오프로드에 오르면서 산일도 하는 차였죠.
그 소2가 12년째 되며, 곧 역할을 다할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자식의 권유에도 차를 안바꾸신다고 하시다가,
작년 칠순때에도 새차를 선물로 드리자는 자식들의 작업(?)에도 강하게 반대하시면서,
차량교체를 3년을 더 미루셨습니다.

그때는 형이 집사는것을 도와주시느라 3년정도 더 아끼시려는 의도이신줄만 알았죠.
근데 돌연히 저번 주 71살 생신때에... 밤나무산에 일하러 갈때 쓰기 편한차를 사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연세에 안맞으시게 투싼 4WD 정도면 되겠다고 자식들과 예기를 하고, 다음달 쯤으로 계획을 잡자고 하셨습니다.

물론, 자식들은 이제 크고 편한 차를 타시라고 말씀드렸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3~4년 정도 밤나무산에 일다니는 동안은 4륜구동차를 쓰고, 그후에 승용차를 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고집을 알기에, 더이상 큰차로 하자고는 못하고, 우선 12년된 소나타를 바꾸는 것이 급했기에 다들 찬성을 했죠.

어제 저녁에 전주의 본가에서 화성으로 올라가려는데, 마지막에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은...

"이번 차는 3~4년 정도 산에서 일하는데 쓰다가 너 물려주려고 한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니가 그 쪼그만 차를 안버릴거 같으니..."

그렇습니다.  굳이 더큰 SUV를 마다하신 이유는,
나중에 자식이 물려받아서 계속 유지할만한... 너무 크지않은 차를 고르는게 우선이었고,
수동차만 타겠다는 제 의도를 알기에, 오토미션이 산에 오를때 더 편하다는 걸 아시면서도 수동을 고르신 것이었죠.
(뭐, 투싼4WD는 수동만 있기도 하지만, 다른 차를 사도 수동을 하셨을듯.)

음...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언제나 갚아드리려나요.
아버지 사랑에 주저리 한번 써봅니다.

-----------------------------------------
이랬던, 상황이...

그래도 칠순 어르신이 3년은 타실거 같으면 싼타페 정도는 되야한다는 주변의견에...
아버지의 고집을 바꾸려는 형제들이 작전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HID에 VDC까지 달린 오토차량을 사드려야 맘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게 한편의 마음이었고,
(물론, 이런 차량은 3년 뒤에 저에게 돌아오면 바로 팔아버릴듯...)

한편은, 평상시 타보고 싶던 4WD,6단수동 차량을 타보고 싶은게 한편의 마음이었는데,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죠. 승용형 4륜에 수동....)

답은 다음주쯤 부모님 만나면 나오겠지만, 맘속에는 답이 나와있습니다.

(제 욕심을 접어두고, 효도하는 마음만 가지고 생각하면 쉽더군요.
그동안 고민의 실수는...소나타로도 올라다닐 수 있는 밤나무 산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