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특히 현대)의 국내시장 옵션 정책의 문제점 입니다.
실제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어 국내 시장과 국내 자동차 trend를 독점하여 주도하고 있는
독과점 상황에서 편의 옵션을 통한 메이커 위주의 왜곡된 고급화 정책, 수익성 주도의 옵션 trend는
소비자에게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이 정확하게 해당 모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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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가 유럽· 미국 공인기관의 충돌안전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발표한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 34개 차종에 현대자동차 의 베라크루즈·싼타페·앙트라지(북미 전용 미니밴), 기아자동차의 그랜드카니발(수출명 세도나) 등 4개 모델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베라크루즈를 타는 운전자들이 '내 차도 이렇게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같은 국산차라고 하더라도 내수용과 수출용에 따라 장착된 안전 시스템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수출용은 안전장치 '기본', 국내에선 '고가(高價) 옵션'

해외에서 충돌 안전 최고 등급을 받을 때 실험용으로 사용된 국산차들은 에어백 6개와 ESP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ESP'(Elec tronic Stability Program)는 급(急) 정차나 급 회전 시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주는 전자식 차량 자세 제어장치로 안전운행에 크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대 싼타페 내수용 모델(2.0 VGT 2륜구동 기본형 기준)에서 ESP를 달려면, 기본형(2401만원)보다 323만원 비싼 MLX 고급형 이상을 주문한 후, ESP 값 59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또 에어백은 운전·조수석 2개 외에 측면·유리창 쪽은 아예 선택품목으로도 채택되지 않아 돈을 더 낸다고 해도 장착이 불가능하다.

기아 카니발의 경우도 기본형(2070만원)에는 운전석 에어백만 장착돼 있다. 조수석 에어백을 달려면 기본형보다 130만원 비싼 기본형 그랜드팩을 구입한 후 에어백 값 4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측면 에어백까지 달려면 기본형보다 무려 1175만원 비싼 최고급형(리미티드) 모델을 주문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의 김종훈 부장은 "국산차의 경우 수출용은 안전장비를 최우선시하지만 내수용은 편의장비만 강조할 뿐 안전장비는 뒷전인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차종도 에어백 수 등에 따라 안전도 달라

같은 차종이라도 에어백이 몇 개 있고, ESP가 장착돼 있느냐 여부에 따라 안전도에 큰 차이가 난다. 가령 해외 충돌테스트에 참가하는 국산 차량은 앞자리 운전석·조수석에 각 1개, 좌우 측면·유리창(커튼)에 각 2개씩 총 6개의 에어백과 ESP 장착이 기본이다.

하지만 국내 내수 모델은 측면과 유리창(커튼) 에어백이 옵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ESP는 풀 옵션 모델에서만 일부 선택 가능할 뿐 돈을 지불하더라도 아예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눈이 자주 내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급 핸들 조작 등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바퀴 4개에 적절하게 제동력을 배분해 복원시키는 ESP가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동차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승준 수석연구원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ABS(Anti-lock Brake System) 하나만으로는 사고 예방 효과가 별로 없다고 본다"며 "ABS와 ESP를 동시에 장착해야 사고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IIHS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측면과 유리창(커튼) 에어백도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SUV(지프형 차)나 픽업트럭처럼 키가 큰 차량이 증가함에 따라 세단 차량의 옆면과 SUV·픽업트럭의 앞면이 충돌, 세단 탑승자의 머리 부위가 SUV·픽업트럭의 차체와 직접 부딪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차일수록 안전장비 더 신경 써야

소형차의 경우, 차체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큰 차와 충돌했을 때 피해가 더 커진다. 따라서 측면 충돌 시 탑승자를 보호해주는 측면·유리창(커튼) 에어백이 대형차보다 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국내 소형차는 기본형보다 200만~300만원 비싼 최고급형에서만 이런 안전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아예 구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현대 베르나 1.4L 모델은 운전석 에어백만 기본이며, 조수석·측면·유리창(커튼) 에어백은 장착 자체가 불가능하다. 1.6L 모델도 조수석 에어백(25만원)과 측면·유리창(커튼) 에어백(60만원)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최고급 모델인 프리미어(1292만원)를 사야 한다. ESP는 전 모델에서 선택이 불가능하다.

반면 베르나 북미 수출모델은 가장 저렴한 모델부터 운전·조수석과 측면·유리창(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외국산 소형차들도 대부분 에어백 6개와 ESP를 기본 장착하고 있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