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만 쓰자니 어색해서...짤방이 맘에 안들어서.. 교체했습니다;)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항상 마지막에 팔당대교를 건너면서
막힙니다. 덕소로 들어오는 길이 몇개 없다보니 많은차가 몰리기 때문인데...

막히다보니 샛길을 찾아 피해다니게 되고
돌아 다니다 보니 샛길이 눈에 보여서 어디로 가는길인지 궁금한 마음에
쓱 들어가보곤 합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지난달부터 보아두었던 묘한 분위기의 샛길...
얼마전까지 비포장이었는데. 완전 깔끔하게 포장까지 되어있는.
그러나 들어가는 차는 아무도 없는... 길을 시간이 남아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차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길이지만 초입부터 아스팔트로 완벽하게
포장되어있어서 기분좋게 달려들어갔습니다.
500미터쯤 들어가 언덕을 하나넘으니... 제가 생각하던 방향으로 비포장도로가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게 언덕 아래로 쫙깔려보입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고. 거의 넘어가기 일보직전... 보이긴 보입니다.
'오호라... 집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하나 발견한 건가...'

2단으로 가기엔 길이 너무 험하고... 1단으로 기어가다시피 덜컹덜컹...
얼마전에 내린비로 비포장도로는 찰흙같은 느낌이 납니다.
미끄럽지는 않지만 뭔가 바퀴를 붙잡는것 같은 느낌...

자갈도 거의 없이... 흡사 밭두렁을 달리는 기분으로... 비포장도로를
한참들어가니 또 아래로 내려 꼽히다시피한 언덕...
이제 해가 넘어가버려서 건너편 언덕아래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네요.

하이빔을 쏘아보니 원두막도 보이고... 원두막아래로 길같은게 보입니다...
잠깐 고민... 이 언덕은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수 없을거 같은 느낌입니다.
제차의 성능이라면...요.

고민은 잠깐이고 언덕아래서 누가 부르기라도 한것처럼 후다닥 내려갑니다.
얼른 집에 가서 밥먹어야죠 ^^; 오늘은 아침도 안먹고 나와서 점심은 컵라면
으로 때우는 바람에 배가 고픕니다.

내려가보니... 어라라...
막힌길이네요. 원두막이 있는 밭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네요...
원두막아래로 길같이 보인건 버려진 밭이 었습니다.
주변에 집따윈 보이지도 않고... 빛도 안들어옵니다.

이제 문젭니다... 길은 제차가 가로로 서기엔 여유가 있어보이지만...
지난번 자갈밭에 빠진 경험을 생각해 내려서 흙길가를 밟아보니...
이거 길이 너무좁아서 그냥 덤프로 흙을 쏟아놓은거네요.
다져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용가능한 길은 길쭉한 제차가 가로로 서기엔 무리...
고로 돌리기에도 무리... 한숨을 쉬며 담배한가치를 꺼내무는데
원두막 뒤로 펼처진 이상한 풍경.

산은 맞는데... 어둠속에 보이는 능선에 나무가 하나도 없네요(?!)
자세히 보니 희뿌연것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있습니다.
겁이나서 차에 올라타서 하이빔을 날려보니...

'공.동.묘.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순간 패닉상태... 담배도 집어던지고 후진넣고 냅다 내려온 언덕을
올라갑니다. 후진하며 보이는 묘지의 무덤은 얼핏봐도 수십기...

어림 없지요... 이내 뒷바퀴가 주르륵 헛돌면서 도로 제자리...
두어번 더 허둥지동 해봤지만... 구동축에 무게가 더 걸리지 않으면
안된다는걸 깨달았지요.

무섭지만 다시 내려서 덤프가 쏟은 흙을 밟아봅니다.
그냥 한발만 디뎠는데 발이 푹푹 들어갑니다.
에이 몰라 이제 ㅠㅠ
차를 돌려보기 시작합니다. 밭두렁을 범퍼로 받아서 차가 안나갈때까지
감으면서 앞으로 붙였다가 다시 풀면서 차문 열고 돌아보며 슬금
뒤로갔다가 이걸 몇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왼쪽이 밭두렁 오른쪽이 컴컴해서 잘 안보이지만 대충 2미터는 넘어보이는
도랑... 뒤쪽에 보이는건 브레이크등에 비춰보이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흙더미... 앞에 밭두렁은 차로는 넘을수 없는 거의 헤드라이트 높이의
밭두렁... 들이받고 뒤로 빼고 미끄러지고...

간신히 90도 쯤돌았을때 제자리에서 돌던 앞바퀴가 살짝 빠집니다.
더더욱 패닉상태... 빠지는건 안중에도 없고 냅다 후진 전진 쿵쿵쿵

마지막... 한두번 전후진 더해서 나와야 될 상황.
이런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안중에도 없고 차가 어찌되건말건
이미 안중에 없습니다.

냅다 밟습니다. 조수석 앞바퀴가 밭두렁을 옆으로 타넘고
차는 거의 전복직전... 뒷바퀴는 떠버린건지... 갑자기 차가 힘이 쭉빠집니다.

'안돼!!! 여기서 나가게 해줘!!!'
진짜루 혼자 외쳤습니다.

운으로 절반이 밭두렁에 올라갔던 차가 내려오는 힘으로
차가 원했던 방향으로 돌려졌습니다. 그다음은...

뭐... 없죠. 정신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3단으로 그길을 달려
튀어나왔습니다. 나와보니 GPS,담배 지갑 전부 차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더군요... ㅠㅠ...

벌벌 떨며 집에 와서 가만 앉아있으니
파워오일이 빠져나가 묵직한 핸들을 붙잡고 정신없이 돌렸더니
어깨가 많이 아픕니다 ㅠㅠ...

당분간 샛길탐험은 못할거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