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래 강우님의 후기를 보니 왠지 모르게 긴 후기를 올려야 겠다(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4월 20일, 미국의 Button Willow란 트랙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본래 출장으로, 디트로이트를 목적지로 삼아 미국을 방문한 것이었지만 숙박비와 식비 등 비용을 아끼고 아껴 출장 목적과는 아무 상관 없는 LA에서의 트랙 경험에 대부분의 출장비를 써버렸습니다.

LA에서 AP2 S2K와 함께 이미 미국의 여러 트랙을 경험하며 베스트 드라이버로 거듭나고 있는 박강우님, 강민규님과 함께 하였으며 저보다 먼저 미국 여행중에 HERTZ 350Z로 트랙을 달리고 오신 김돈영님이 큰 도움이 되주셨습니다. 강우님과 저는 테드 초창기 시절 테드 설악산 MT에서 수능 시험을 갓 마친 고3, 대학 신입생 신분으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잘 지내 오고 있는 사이입니다^^


달릴 차로는 350Z를 찜했으며 AVIS와 HERTZ에서 예약했습니다. 24시간 FULL COVERAGE로 AVIS는 146달러, HERTZ는 186달러를 내라고 하더군요. 현재 HERTZ의 350Z는 모두 컨버터블이며 AVIS는 쿠페, 컨버터블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카의 천국인 캘리포니아에서 렌트를 할 것이므로 컨버터블을 렌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트랙의 안전규정, 달리기 성능 등을 고려하여 (가격도 저렴한) AVIS에서 07년식 쿠페모델을 렌트하였습니다. 07년식 TOURING AUTO 모델이었으며 (브렘보가 장착되지 않은 모델 중 가장 고급형) 출고 후 4000마일밖에 달리지 않은 새차였습니다. 순정으로 비스커스 LSD가 장착되어 있고 BS RE050A가 순정으로 신겨져 있었습니다. VDC같은 놈은 없고 TCS만이 달려 있었는데 스위치로 간단히 OFF시킬 수 있었습니다.



현지 강우님의 동호회분들과 함께 트랙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잘생긴 S2K, 350Z들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서울->대구 정도의 꽤 먼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위의 Viper 역시 트랙을 달리러 온 놈이었는데 이 날 가장 빨랐습니다. 빨라보이죠? 트랙 주행은 레이싱 클럽의 임대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참가비는 매번 다른데 이번 Button Willow의 경우는 200 달러 정도였습니다. 추가로 20~25달러를 지불하면 랩타임을 측정 할 수 있는 트랜스 폰더를 임대해주는데 저렴한 가격에 트랙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템이므로 (원메이크 레이스도 아니니 랩타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지요) 전 당연히 렌트하였습니다.


Button Willow의 코스는 주행 방향, (시계 방향, 반 시계 방향) 코너의 개/폐에 따라 여러 구성으로 달릴 수 있는데 저는 가장 긴 코스인 #1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코너를 100km/h over로 주파가능한 고속 트랙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타임이 2분 이상 나오는 긴 트랙입니다. 두 개의 코너는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한국의 트랙들 (용인, 태백, 안산)은 코너 여러 개가 합쳐져 라인잡기가 까다로운 복합코너가 없다시피 한데 반해, 이 곳은 복합 코너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와 함께, 고저차까지 있다보니 처음에 라인을 잡거나 하중을 관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지만, 결론적으로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추월 방법에 따라 달리기 그룹이 나뉘는데 전 중간 그룹인 POINT-BY 그룹에서 달리게 되었습니다. 앞 차의 운전자가 손을 내밀어 추월 방향을 표시 해줄 때만 앞차를 추월할 수 있습니다. 25분씩 총 5번의 달리기 세션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코스 아웃하거나 버지를 밟기만 해도 꼭 피트인하여 그 원인에 대해 얘기 하고 차량을 간단히 점검하여야 합니다. 돌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운전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규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전 한국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이 규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습니다-_-)


주행 준비를 마치고 난 후의 모습입니다. 18을 붙이고 싶었으나 018이 되어버렸습니다ㅠ등화류에 테이프를 부착하여야 합니다. 렌트카이니 대충^^

전 고출력 후륜 구동 차량을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후륜 경험이라고 해봤자 두번의 PWRS와 LOTUS HANDLING EXPERIENCE 행사 때 CAYMAN, BOXTER, EXIGE로 짐카나 코스를 달려 본것이 전부입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티코엔진 미드쉽 장착 자작차와 장가이버님의 944 S2를 타보긴 했지만 이건 뭐-ㅇ- FF만을 나름대로 자신있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갑자기 306마력 짜리 FR을 가지고 고속 트랙에 들어가기 되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날려먹으면 어쩌나....날려먹고 튀면 미국입국이 불허되려나..류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말이죠.

TCS를 OFF시킨 후 강우님을 선생님으로 옆자리에 모신 뒤 첫 세션을 달렸습니다. 코스도 어렵고 FR운전도 처음이라 어려웠습니다. 타이어를 한계 이상으로 갈궜지만 핸들링, 악셀링이 엉망이라 어설펐으며 많이 느렸습니다. 다행히, 걱정했었던 FR의 오버스티어는 예상과 달리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전륜만으로 간접적으로 자세를 제어해야 하는 FF에 비하면 뒷바퀴를 직접 조정할 수 있는 FR의 오버스티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외, 차량의 다른 움직임들도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차량이 물리법칙을 벗어나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겠죠. 동일한 액션을 취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구동 방식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접근 방법을 달리 하여 '전륜이나후륜에 하중을 주었을 때', '동력을 전달해 주었을 때' 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그에 대한 반응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대신 하중을 옮기거나, 동력을 주거나 끊는 방법이 구동 방식에 따라, 차량에 따라 다르며 그것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요.

다행히 강우님과 주행 그룹이 달랐기에 두번째 세션 전, 강우님의 S2K에 동승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세미슬릭, 코일오버 서스펜션으로 무장된 강우님의 S2K는 순정과 비교해 많이 예민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우님은 애마를 멋지게 컨트롤 하였습니다. 전 잠깐 허접하게 몰아보고 동승 한번 해본 것이 전부인데 마치 조금 빡신 ELISE, 혹은 조금 널널한 EXIGE를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계에 가까워지면 다른 거동을 보이겠지만 한계 내에서는 타이어부터 모든 느낌이 비슷하더군요. '가지고 놀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차였습니다. 여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승을 통해 '아...FR은 이렇게 몰아야 하는구나' 라고 많이 배웠고 덕분에 두번째 세션부터는 더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동영상입니다. 개인 소장용으로 편집한 것이어서 조금 깁니다. 테드 업로드 용으로 짧게 편집해볼까 했다가 아래 두개를 허접하게 편집하는데만도 너무 오래 걸렸었기에 접었습니다. 디카의 흔들림 보정 기능이 좋아서 그런가 속도감이 많이 죽어서 아쉽습니다ㅠㅠ아래 강우님의 영상과는 비교하지 말아 주시길^^

<object width="425" height="350"> <param name="movie" value="http://www.youtube.com/v/w0KybpxQK2s"> </object>
두번째 세션의 동영상입니다. 신나서 조금 떠들었는데 무시해주세요-_-후반부가 재미있었는데 아쉽게도 촬영 중간에 끊겼습니다.ㅠㅠ미국 애들보다 우리 한국의 매니아들이 운전을 훨~씬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세션의 동영상입니다. 이탈리아산으로 보이는 오래된 차를 추월하며 별 쇼를 다 했습니다. 구형 알파로메오등 오래된 이탈리아차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이놈들이 차도 빠르고 운전자들의 운전실력도 좋았습니다.

세번째 세션 중간 즈음에 AVIS 350Z의 브레이크 패드는 사망했습니다. 주행 도중 브레이크 경고 등이 떠버렸습니다. 세번째 세션 이후 부터는 브레이크 페달을 있는 힘껏 끝까지 밟아도 한계 제동이 되질 않았으며 당연히 ABS는 작동할 일이 없어져 버렸습니다-_-패드가 많이 남았을 때도 3,4랩 정도만 돌고나면 페이드가 심하게 생길 정도로 350Z의 순정 브레이크 시스템은 듣던대로 형편없었습니다. (FUN CAR로 타던가, 달리려면 브렘보를 사라 이건가요-_-) 2 피스톤이므로 패드의 벤딩현상 때문도 아닐테고 그저 순정 패드가 구린 것이죠. 패드의 마모 속도도 비정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김돈영님으로부터 미리 전해들었기에 전,후륜용 예비 브레이크 패드를 모두 준비해 갔으나 부품 가게에서 어이없게 브렘보용 패드를 줘서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남은 두 세션은 그냥 브레이킹 포인트를 널널하게 아주 일찍 잡으며 살살타자고 마음 먹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미국 트랙 경험인데 브레이크가 죽건 말건 달리고 봐야죠^^

마음을 편하게 먹고 부드럽게 운전하려고 노력한 덕택인지 아니면 라인이 잡힌 덕택인지 베스트랩은 어이없게도 브레이크가 죽은 4번째 세션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클릭R을 타며 배운나쁜 버릇 중하나인 '랩타임에 목숨걸기 모드'로 잠시 들어갈뻔 하였으나 이내 마음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어택을 못하게 되었으니 영상은 의미없겠다 싶어서 찍지 았았는데 아쉬웠습니
다.

대충 이런 식으로 Button Willow란 트랙을 경험하는 동시에 고출력 FR차량도 허접하게나마 제대로 느껴봤습니다. 트랙 자체도 용인, 태백, 안산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미국의 트랙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느끼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와 하루종일 같이 달리고간 노 부부도 있었으며 트레일러에 트랙용 차량, 부품,공구들을 싣고 와 즐기고 간 사람들은 부지기수였습니다. 관심이 가거나 자기보다 빠른 사람이 있으면 지인들 끼리 모여 숙덕이는 대신 먼저 다가와 악수를 건네거나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일이죠. 제게도 996 까레라였나 터보였나를 타는 할아버지 한분이 찾아와 먼저 악수를 청하기도 하였습니다. '너 한테 계속 추월당했다. 빠르더라' '고맙다. 뭘 이런걸 가지고' 류의 대화를 나누며 차를 둘러보고 돌아갔습니다 (전 신나서 '이거 AVIS RENT VERSION STOCK 350Z고 브레이크 함봐라. ABS도 안먹는다'고 얘기해서 할아버지를 좌절시켜드렸습니다ㅋ) 잊을 수 없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오래된 알파로메오, 포르쉐부터 996 TURBO, 페라리 360 챌린지, 포뮬러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차종, 사람들이 와서 트랙을 즐기고 갑니다.


쉬는 시간에는 이렇게 모여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눕니다. 사진의 FD를 모는 친구는 강우님과 바로 친구먹었습니다^^


스낵바가 있어 점심도 먹을 수 있고 주행 중 찍힌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멀쩡하던 새 차가 단 하루만에 스톤칩에 한쪽 방향지시등이 깨지고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AVIS 미안~~350Z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참 좋은 스포츠카인것 같습니다. S2K같은 하드코어한 맛은 없지만 순정 서스펜션이 아주 좋더군요. BS050A는 트레드 형상은 4계절용인데 반해 그립 수준은 MX나 RS2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열받아도 그립저하가 적어 더 좋게 느껴지더군요.

한국에서 어떻게 트랙을 즐겨야할지 고민입니다. 한동안 원메이크 레이스에 빠져 지냈지만 회의를 느낀 적도 많고 이제는 본업에 치여 제대로 준비하지도, 즐기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용인, 태백에 가서 한, 두 타임씩 달리고 오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합니다. 차도 걱정입니다. FR이고 RR이고 MR이고 뒷바퀴를 너무 굴리고 싶네요.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박강우, 김돈영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