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환경개선과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첫 도입한 ‘서울 차없는 날’ 행사가 10일 종로길 일대에서 실시됐다. 탁 트인 길에 나선 시민들은 만족해 한 반면 우회도로에서 하루종일 정체에 시달린 시민들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등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교통량 감소=승용차 진입이 금지된 종로거리는 교통경찰관과 공무원 등 1700여명이 수신호를 통해 원활한 버스통행을 도왔다. 그러나 을지로와 남북방향의 도로는 큰 혼잡을 겪었다. 종로거리로 진입하지 못한 차량들이 동대문과 세종로에서 각각 우회전하면서 병목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 서울시내 총 교통량은 일주일 전 월요일인 지난 3일과 비교해 자가용 교통량은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교통량도 같은 기간에 비해 22.8% 줄었다.

녹색교통운동이 한강로 등 시내 13개 주요 지점의 출근시간대 교통량을 조사한 결과 7만3005대로 평균 8만7899대에 비해 16.9%(1만4894대) 감소했다. 자가용 교통량은 5만8160대에서 4만4448대로 23.6%(1만3712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조인화씨(52)는 “매연만 풀풀 나던 평소와 달리 한결 상쾌한 느낌이었다. 탁 트인 종로를 걸어보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면서 정작 시내버스의 증차나 전철의 배차간격 단축 등을 실시하지 않아 출퇴근 시민들은 적지않은 불편을 겪었다.

회사원 한기만씨(40)는 “종로는 뻥 뚫렸는지 모르겠지만 버스안은 만원이었다. 또 시민들의 불편을 생각한다면 월요일보다는 금요일 행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로에 임시로 설치된 버스정류장에 대한 안내도 미흡했다. 종각역 일대는 중앙차로가 제때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승·하차 때마다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특히 생업에 직접 지장을 받은 상인들의 불만이 높았다. 상인 강운영씨(56)는 “종로거리를 통행하는 사람이 회사원들뿐이냐. 종로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이없는 날이었다”며 “하루종일 물건 배송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장사를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혼잡통행료 확대·인상=서울시측 목영만 맑은서울추진본부장은 “이날 행사는 성공적이었다”면서 “내년에는 경기도·인천과 협의해 수도권 전체에서 차없는날 행사를 동시에 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차없는 날’ 행사를 계기로 혼잡통행료 부과대상 지역의 확대논의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달라”고 지시했다. 시는 혼잡통행료 징수 구간을 강남의 테헤란로, 강남역 등 만성적인 교통난을 빚고 있는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창영·장관순·송진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