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를 맞긴 했지만 일단 지난 번에 꼼꼼하게 발라준 발수왁스 덕분에 얼룩은 거의 안남았습니다만, 유리창이 많이 지저분하더군요. 특히 해치백들은 공기역학의 구조상 뒷면이 더러워 질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역시나 스포일러도 없는 제 차는 뒷쪽은 생각보다 좀 지저분했습니다.

대충 걸레질해서 유리창만 닦아줄까 하다가, 오후에 딱히 바쁜 일도 없고, 날씨도 너무 좋길래 일광욕도 할 겸(?) 세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마눌님이 전화 하셔서 어디 가냐고 하시길래 세차하러 간다고 하니 어지간히 돈 쓸 데도 없다고 잔소리를 하길래 입만 삐죽거리다가 나갔죠. ^^;

아무튼 세차 열심히 해주고,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어제 이마트에서 사온 컴파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XM의 클리너로 문콕테러로 난 상처 몇 군데를 박박 문질러보니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떨어지더군요. 그냥 컴파운드 살까 하다가 비싼게 좋으려니 하고 산건데 대략 난감입니다. 아무튼 몇 차례 발라서 박박 문질러보니 그럭저럭 지워지긴 하는데 컴파운드만 못하네요.

그리고 내친 김이라고 세차하면서 물뿌리고 보니 생각보다 왁스칠이 군데군데인 듯 해서 왁스칠도 또 한 번 골고루 열심히 해줬습니다. 그리고 광내기용 천으로 땀 뻘뻘 흘려가며 닦는데 오가는 사람마다 별 희한한 사람이라는 듯 쳐다봅니다. 허걱...... .

그래도 묵묵히 땀방울 떨구면서 광내는데 마침 맞은 편에 언제 세차한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검은 E클래스 한대 가 들어와 서더군요. 들어오는 소리가 엔진오일도 언제 갈았는지, 어쩐지 소리부터가 정말 부담스럽던데 그래도 굴러간다고 타나보다 싶어 차가 불쌍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내리는 아줌마 한 분. 제가 보기엔 그 더러운 유리창 만으로도 잘 안보일 듯 한데 그 와중에 선글라스까지 쓰셨더군요.

근데 이 아줌마 제가 광내는 걸 한참 보다가 하시는 말씀이 '세차 얼마에요?' 허거걱...... . 아마 제가 트렁크에 잡동사니 넣고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왁스를 비롯해서 어지간한 것들은 따로 바구니에 담아서 필요할 때만 들고 나가는데 그 바구니를 보고 돌아다니면서 세차해주는 사람인 줄 알았나봅니다. 크헉...... .

그래서 제 차 닦는거라고, 세차해주는 사람 아니라고 했더니 그래요... 하다가 날도 더운데 뭐하러 그렇게 고생해서 하냐고, 돈주고 맡기면 다 된답니다. 헉...... . 어쩌겠습니까? 그냥 운동삼아서 한다고 그러면서 웃어넘겼습니다. 말 나온 김에 엔진오일 좀 확인해 보시라고 할까 하다가 이상한 사람 될 듯 해서 그만 뒀네요.

결국 아줌마 저더러 털이개 좀 빌려달라더니 한 번 대충 훑고 돌려주시더군요. 분명 그렇게 먼지 잔뜩 쓴 상태에, 그것도 검은차에 털이개질 하면 잔기스만 더 날텐데 싶어 한 마디 해드리고 싶었지만 역시 남의 일 참견하는 사람 될 듯 해서 그것도 그만 뒀습니다.

아무튼 아무리 좋은 차라도 주인 잘못 만나면 굴러가면 장땡인 그냥 차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왜 차에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 것을 이상한 일로 여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자동차도 소중한 재산인데 말이죠.

얼마 전에도 소위 매니아를 자칭하는 분의 차를 탄 적이 있는데, 각종 쓰레기가 뒹굴고, 여기저기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실내에 앉아 자기 차 튜닝내역을 자랑하는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있으려니 참 황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돈을 써서 튜닝해도 관리도 못하면 그 차가 과연 무슨 가치가 있는가 싶더군요.

그건 그렇고 세차 열심히 하고, 왁스칠도 했는데 토요일에 비 온답니다. 후아...... .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