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09월에 키를 손에 넣은 현대 i30 1.6 VGT의 주행거리가 벌써 5만2,000km를 턱걸이하고 있습니다.
출고된 지 아직 1년 반도 되지 않았는데, 2010년 10월 말에 끝나는 할부금 납입이 이미 지겨워진 지 오래네요.

온라인으로나 오프라인으로나 현대 i30에 대해서는 칭찬을 많이 하곤 했습니다.
아직도 좋은 차라고 인정하고 있구요. 하지만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저하고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차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첫차인 대우 마티즈 출고 후 몇 주 되지 않아 큰 사고를 낸 뒤로는 별다른 사고경력이 없었는데,
유난히 i30을 타면서 차에 생채기가 자주 나는 것도 마음에 거슬립니다.

추돌사고 두 차례로 뒷범퍼 교체 및 도색, 트렁크 도색, 앞범퍼 도색을 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주차장에서 부주의로 어처구니 없이 동반석쪽 펜더가 쿡! 찍혀
펜더 교체 및 도색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애매한 견적에 보험처리도 못하고 자비로 처리했죠.
모두 뼈대에 영향을 줄 만한 사고들은 아니었지만,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차가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은 미안함도 들지만, 생각을 않으려고 해도
원래 제가 원했던 차가 아니었다는 일종의 비하가 끊이지 않는 것이 요즘의 심정입니다.
애 낳아놓고 애 엄마와 사이가 안좋다고 '넌 내 자식이 아냐!'라는 아버지의 심정 같은 거랄까요?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근본적으로는 원래 한 가지 관심사에 오래 마음을 두지 않는 성격 탓이라 생각합니다.
(결혼은 어떻게 한거냐...ㅡㅡ;) 게다가 출퇴근용으로 거의 비슷한 길,
비슷한 주행환경만 겪으면서 몰다 보니 더 쉽게 질린 것일 수도 있겠죠.

아니, 어쩌면 그냥 매일 같이 한 가지 차만 타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일 수도 있을 껍니다.
한 달이면 서너가지 차를 지루하지 않게 몰아볼 수 있었던 잡지 기자 시절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겠구요.

여력이 된다면야 이전에 타던 GM대우 라세티5 처리할 때처럼 남은 할부금, 한 번에 치러버리고
곧바로 다른 차로 옮겨가겠지만, 요즘의 주변 경제여건은 그만한 비용도 쉽게 처리하지 못하게 만드네요.

이야기인즉슨, 슬슬 다른 차들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차는 뭘 사나?' 하는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형편이나 여건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지만, 어쨌든 가까운 시일 내에 i30이 제 곁을 떠나지는 않을 테니
아주 이른 고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어떻습니까. 새로운 마이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자유라는 것,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i30의 오너가 되었듯, 다음의 제 차가 무엇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차의 주인이 되는 그 때까지, 아마도 저는 줄기차게 때로는 가슴 저리고,
때로는 들떠하며 또 다른 차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기복을 변태스럽게(응?)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싶습니다.

이런 주인의 심정을 i30이 눈치챈다면 조만간 뭔가 또 다른 트러블을 일으키겠죠.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차 속은 모르는 것이니, 그저 큰 트러블이 아니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류청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