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허벅다리를 찔러가며 기다리던 리어 보강킷을 장착했습니다. 제품은 투숙 오너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X손의 그 제품으로 오늘 오전에 장착하고 왔네요. ^^

대부분의 양산모델의 해치백 차종들이 그렇겠지만 뉴프라이드 5DR의 리어의 부실한 강성은 정말 불만스러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그나마 프론트의 경우 스트럿바 하나 만으로도 의외로 많은 보강이 된 듯 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었던 리어의 경우 계속 손이 닿지 않는 근질거리는 부분처럼 남아 있었죠.

일본에서는 바디 보강킷이 비교적 보편화 된 아이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몇 군데 제작의뢰를 해봤습니다만 역시 실차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는 작업이 불가능했고, 생각을 하다하다 나중에는 예전에 스튜디오 일 할 때 세트나 장비 제작을 종종 맏기던 철공소에 가서 파이프를 잘라 용접해서 붙여버릴까 하는 좀 엽기적인 발상까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익렬형의 슈퍼이엡에 바디 보강킷을 장착한 후의 소감을 읽어보고 느낌이 오더군요. 제가 애타게 찾던 대안은 바로 이것이라는 느낌이었죠.

2월 초부터 틈만 나면 X손에 전화를 걸어 언제 나오냐며 징징대던 중에 지난 달 말 경에 드디어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언제 하러가나 하고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오늘 오전 중에 드디어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나오면 바로 할꺼다 하고 벼르고 벼르며 기다렸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갈 시간은 안나고 마음은 용인에 벌써 가 있고...... . 그래도 제 차가 다섯 번째로 작업한 차량이라고 하더군요. 괜히 뿌듯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

제가 상당한 길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네비게이션도 없이 인터넷으로 본 위치만 기억하고 갔습니다만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익렬형 클페 작업하실 때도 그 큰길에 있는 것도 못찾아가서 용인을 빙빙 돌았던 우울한 기억 때문에 '용인길=어려움' 이란 컴플렉스가 있는데 한 방에 찾아간 것 부터 뭔가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사무실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나가보니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뉴프라이드의 리어 쪽 내장구조에 혀를 내두르게 되더군요.

다른 차종과 달리 뉴프라이드는 양쪽으로 브라켓을 한 개씩 더 장착해야 하는데 그 묵직한 브라켓부터가 왠지 신뢰감이 와닿기 시작, 가조립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체크한 후 다시 해체해서 하나씩 철저하게 작업해나가는 모습부터 흡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조금 짧은 작업시간을 거쳐 무사히 작업을 마무리하고 인사하고 나오는 길, 결국 방향을 잘못 틀어서 교통박물관 방향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저수지길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가다보니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은 바리케이트가 보이길래 그제서야 아차 싶어 차를 돌려 나오는 길, 좁은 폭에 복합적인 코너들, 고르지 못한 노면이 테스트 도전의 욕구를 불사르더군요. 그래서 바로 테스트 모드로...... . ^^;

일단 섀시가 묵직하고 탄탄하게 변화된 것이 느껴지고, 더불어 접지력도 상승된 것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코너진입의 감속, 회전시 뒤틀림과 함께 억지로 따라붙던 리어의 추종성이 확 달라졌더군요. 차체 전체가 혼연일체처럼 스티어링의 방향을 따라 탄탄하게 돌아 나갑니다. 오히려 가볍기만 하던 리어가 이제는 프론트를 받쳐주고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 오네요.

더불어 같은 코너를 달려봤을 때 워낙 지지력이 없는 뉴프라이드의 순정 시트 탓에 항상 도어나 센터 콘솔 쪽에 코너 방향에 따라 무릎을 콱 붙여서 지지하고 돌아야 했는데 이제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허리에 힘을 좀 주는 정도 만으로도 돌아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횡측에서 오는 뒤틀림을 보강킷에서 잡아주고 지지해주는 덕분이 아닐까요?

고속 주행시에도 안정감이 더해지고 컨트롤도 훨씬 민첩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스티어링을 따라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면 리어를 보강한 후의 느낌은 콤파스를 찍어서 돌리듯이 컨트롤 방향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더군요.

덕분에 이전의 감각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다가 몇 차례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적당히 감아놓고 다시 풀어주며 라인을 탔다면, 지금은 돌리면 돌린만큼 정확히 움직여주니 이것에 적응하고 나면 훨씬 빠르고 재밌어지겠다는 기대가 생기네요. 아직은 감탄보다는 솔직히 너무 민감해서 무서울 지경입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는다면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 과속방지턱에서의 변화입니다. 보강킷을 설치하기 전에는 그런 곳에서는 잔진동과 함께 요동치는 리어, 잡소리로 인해 아주 신경이 예민해져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곤 했는데, 그런 곳을 일부러 골라가며 달려보고 싶을 정도로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잔진동이나 잡소리가 사라지고 단단하게 넘어간다고 해야 할까요? 과장을 좀 더해서 뉴프라이드가 마치 고급 세단을 타는 듯한 승차감으로 변모한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너무 장점만 나열한 듯 한데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느낀 주의할 점을 좀 써볼까 합니다.

오늘은 물론 비로 인해서 노면이 상당히 젖은데다 미끄러웠고, 제 차가 순정 타이어라는 점, 북악 자체가 좁은 도로에 만만찮은 코너각도와 거기에 더해지는 내리막이라는 점 등 결코 쉽지 않은 코스라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오르내리는 코스인 만큼 야밤에 한 번 돌아봤습니다.

날씨를 감안해서 평소 마른 노면일 때보다 페이스는 좀 더 낮춰서 달리기는 했습니다만, 소감을 정리한다면 북악이 더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민감해진 스티어링의 반응 때문에 이전의 감각으로 공략한 코너에서 생각보다 더 깊이 들어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유연한 만큼 살짝 오버하거나 라인을 좀 어설프게 잡고 들어가도 충분히 수정할 여유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런 여유가 확 줄어버리다 못해 용납되지 않게 된 듯 합니다.

실제로 중간에 급하게 인코너로 감기는 내리막에서 충분히 감속하지 못하고 약간 오버스피드로 진입한 결과 그대로 아웃라인 방향으로 드리프트 하듯이 밀려나가더군요. 심지어 순정 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스키드음조차 없이 순간적으로 한계를 넘나드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 부분은 탄탄해진 강성을 순정 타이어가 받쳐주지 못하는 이유도 크게 작용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만큼 컨트롤의 여유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말 그대로 보강킷으로 탄탄해진 성능을 믿고 어설프게 덤벼들었다가는 양날의 검에 자신이 베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할까요?

물론 이런 특성을 몸에 익히고 익숙하게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면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안전은 물론 컨트롤의 증대를 위해서도 타이어의 업그레이드는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할 듯 합니다. 이 부분은 장착 전에 익렬형도 저에게 충고하셨던 부분인데 몸으로 느끼고서야 깨닫게 되는 이 우둔함이란...... . ^^;

하지만 당분간은 이 아슬아슬함을 좀 더 제 것으로 만들어서 몸에 익혀 볼 생각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더 상위의 타이어를 쓴다고 해도 제대로 성능을 끌어내지 못할 듯 해서요.

결론적으로 보강킷은 반신반의할 제품은 아닙니다. 확실하게 체감되는 효과가 있는 놀라운 아이템입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변화에 자꾸만 웃음이 나오네요. 혹시 아직 망설이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짧은 글솜씨로 어설프게 쓴 사용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