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시절인 80년대 중후반 저희집의 스텔라는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준 자가용이었기에 추억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85년부터 93년까지 8년간 두 대의 스텔라가 거쳐갔는데 군복무때 아버지께서 쏘나타1으로 차를 바꾸시면서 스텔라와 헤어졌습니다.

어렸을 때 이 스텔라로 성묘도 가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버지와 첫 여행도 갔던 추억이 많은 차였습니다. 92년 면허를 따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공터에서 몰아본 차도 바로 이 스텔라였습니다. 군복무 후 쏘나타 시리즈를 몰기 시작하면서 스텔라는 제 추억속의 차로 남아있다가 아버지께서 암투병 중 돌아가신 후 길에서 어쩌다 스텔라를 보게 되면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전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과거의 발자욱을 느낄 수 있게 스텔라를 한 대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잘 관리된 스텔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죠.

중고차 사이트에서 스텔라를 검색해보면 오너가 정성들여 가꾼 차는 거의 없고 일부 중고차 딜러나 개인이 올드카 매니아를 대상으로 한 몫 챙기려는 듯 말도 안되게 비싸게 내놓은 매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차들도 200만원 가까이 되는 가격이라 선뜻 구입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매물로 나온 스텔라는 대부분 카브레터 방식의 1.5라 에어필터의 수급도 어렵고 라디에이터 팬도 요즘의 전동식이 아닌 팬밸트로 크랭크축과 연동되어 한겨울에도 무조건 팬이 돌아 과냉을 걱정해야 하는 타입이라 가장 마지막 모델인 1.8을 찾았으나 워낙 팔린 양이 적어서 그런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1.8 모델의 경우 쏘나타1의 1.8 MPI 엔진과 전동식 팬을 갖춰서 80년대의 차지만 잔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어제 갑자기 스텔라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싶음을 느꼈고 마침 며칠전에 매물로 올라온 1.8 수동 모델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예전의 매물의 절반 가격에 관리상태도 좋았고 1인소유의 차로 매매상에서 매입한 후 1년동안 잠자고 있던 차였습니다. 91년 승용모델이 단종되기 직전에 나온 모델이죠.

시동을 걸어보니 공회전은 진동도 없고 요즘차처럼 매우 정숙했으나 주행을 시작하니 우렁찬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옵니다. 20여년전에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90년대 이후 발전된 방음대책의 차만 타오다보니 그 차이가 커보이나 봅니다.

차중량이 1150kg에 1.8 엔진을 얹어서 가속감은 1.5보다 훨씬 뛰어나며 비교적 짧은 휠베이스에 후륜구동이라 최소회전반경은 엑셀보다도 짧습니다. 편도 2차선 도로면 손쉽게 유턴이 가능하더군요. 똑같은 후륜구동인 포텐샤와 비교하면 회전반경이 너무나 짧습니다.

휠의 PCD가 국내에는 생소한 108이라 휠을 구하기가 어려운게 단점이죠. 유럽차종에는 PCD 108짜리가 흔해서 유럽차종용 중고휠을 구해봐야겠습니다. 타이어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사이즈라 구하고 싶어도 어려우니까요.

앞으로 이 스텔라는 두고두고 보관하면서 평생을 탈 생각입니다. 가끔 옛추억을 되새기며 가족들과 드라이브갔던 남한산성이나 팔당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