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경에는 <완간미드나이트> 애니메이션이 방영됩니다. 현재 14화까지 나온 상태이며, 열정적인 마니아(blog.naver.com/kratt)께서 최고의 자막까지 만들어 주십니다. 솔직히 순환선에서 300k 오버로 배틀한다는 소재 자체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틀 중에 치고 받는 심리전이 중심인가 했더니, 사실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달리는 사람, 달리는 마음, 고독하고 적적한 기분, 심연에 가라앉은 어떤 본능을 일깨우고 외선순환하는 인생, 그럴 수 밖에 없다라고 그려지는 현대인의 쓸쓸함이 깃들어있는 듯하여 공감하게 됩니다.

  "...폭주와 튜닝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어제 어둠의 경로로 내려받은 13화를 보는 중에 눈에 확~ 들어온 내용입니다. 과연 그렇구나 싶습니다. 쓸쓸한 기분으로 집과 직장을 나서고, 이따금 투쟁심을 일깨워 공도 배틀을 거듭하여도 '내가 정말 빠른 인간인가?" 하는 의구심만이 남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빠른 차와 빠른 인간은 외형적으로는 일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차를 배제한 인간 대 인간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레귤레이션이 있는 레이스는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지만, 공도의 배틀은 첫 시작이 다른 것이지요.

  '공도최속'이란 환상. 빠른 자로서의 자존심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돌고 돌뿐 다다를 수 없는 순환도로가 상징하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종착역을 향한 환상' 아닐까요.

  누군가 구간타임을 재는 것도 아니고, 시동을 끄고 내리면 포디움과 우승컵과 터뜨릴 샴페인, 레이스 퀸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어느 소설 제목처럼 '나도 한번은 주목받는 인생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의 밤바람은 차고, 폭주와 튜닝은 자극이 범람하는 이 시대를 사는 한 방법이 아닌가 싶네요.